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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발목 잡는 ‘이중처벌’ 쟁점은?


입력 2016.05.02 17:11 수정 2016.05.03 11:2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인천시청서 기자회견 "명예회복 기회 달라"

대한체육회 입장 고수, 이중처벌 논란 불거져

박태환에 대한 이중처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연합뉴스

수영스타 박태환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박태환은 2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수영선수이기 때문에 수영장에서의 성적과 결과로 말씀드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국민 여러분이 내가 수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국가에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태환은 단상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자리를 마련하며 이뤄졌다. 박태환은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인천시청 소속으로 물살을 갈랐다. 그가 출전했던 아시안게임 경기장 이름 역시 ‘문학 박태환 수영장’이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 2014년 9월, 금지 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당연히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했던 메달도 모두 박탈됐다. 이후 박태환은 지난 3월 2일부로 징계가 종료됐다.

박태환은 징계가 풀리자마자 명예회복을 위해 다시 물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 출전, 주종목인 자유형 400m는 물론 1500m, 200m, 100m를 차례로 석권하며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동아수영대회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치러진 대회다.

특히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기록은 올 시즌 세계랭킹 4위에 해당한다. 기록만 놓고 본다면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충분하다. 또한 FINA가 정한 A기준 기록을 통과한 유일한 국내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대한체육회의 약물관련 징계 규정이다.

대한체육회는 IOC가 강조하는 '약물 근절 의지'를 반영해 ‘징계 종료 후 3년간 국가대표 선발 금지’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박태환은 2019년 2월까지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그러자 박태환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 규정이 ‘이중 처벌’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거도 있다. 바로 2011년 10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이 그것이다. 당시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도핑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정지 기간이 만료돼도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명시한 이른바 '오사카 룰'이 부당하다고 중재를 요청했다.

CAS 역시 "이중 처벌이므로 무효이며, 더는 징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IOC도 해당 규정을 삭제했고,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도 이를 통보했다. 다만, CAS의 결정이 각국 올림픽 위원회에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는 CAS 결정이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박태환의 국가대표 발탁을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현행 규정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박태환은 이중 처벌이 아닌 강력한 처벌을 받은 것”이라며 “약물 복용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따르는 국제 추세를 반영했다. 스타 선수라고 특별 대우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박태환의 대표팀 발탁 여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일단 박태환이 직접적으로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명예를 회복하고, 한국 수영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알리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느껴진 대목이었다.

마침 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 스포츠중재 컨퍼런스’에서도 박태환의 징계와 관련해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에 나선 임성우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아직 국내에서 CAS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시점에서 이번 컨퍼런스는 시의적절하다"며 "박태환을 놓고 이중처벌 논란이 있다. FINA의 징계는 끝났지만 대한체육회 징계가 아직 남아있어 선수를 이중처벌하는 격이 된다. 이 때문에 박태환 사건은 CAS 중재 신청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윌리엄 스턴하이머 CAS 사무부총장은 “CAS는 판결에 대한 집행을 강제할 수 있는 의무나 책임이 없다. 오사카 룰도 있고 그동안 CAS가 내린 판결의 90% 이상을 당사자들이 집행해왔다”며 CAS가 박태환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대한체육회가 중재를 이행할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스턴하이머 사무부총장은 “만약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스위스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편, 리우올림픽 출전 명단 제출일은 오는 7월 18일에 마감된다. 석 달도 남지 않은 촉박한 상황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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