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공존하는 김용태 혁신위의 운명은
'할 말은 한다'는 강성 이미지에 '기대'
당내 반발에 의견 수렴 절차 힘들거라는 '우려'
새누리당이 비박계의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며 혁신위 활동의 서막이 올랐다. 지난 2014년 10월 김문수 위원장을 필두로 출범했던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다시 생기게 된 혁신위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김 의원의 인선에 대부분은 깜짝 카드로 보고 있다. 대다수가 무게감 있는 외부 인사 영입을 예상한데다가 정진석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다수인 친박계의 눈치를 보고 친박 인사를 영입할 것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15일 김 의원 인선을 발표하며 "우리 당의 젊은 피 중 하나로 늘 당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개혁적 정치인"이라고 김 의원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의원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뼛 속까지 바꾸는 혁신을 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김용태 의원은 비박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힌다. 평소 당내 현안이 있을 때마다 나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주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과 함께 보수혁신위에도 몸을 담았다. 기본적으로 김 의원은 투쟁심이 있는데다가 당의 위기 정도가 심각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한 어느새 3선 반열에 오른 그는 중진 의원으로서의 인상 깊은 첫 걸음을 혁신위로 떼려는 마음도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이 최근 안고 있는 최대 문제는 계파 갈등이다. 이는 총선 패배의 주된 요소이기도 하다. 김 의원도 이를 자각하듯 "선거 패배의 최대 원인이었던 계파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현재 당에는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다수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가 걸려 있어 김 의원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 위해선 혁신위원 인선에서부터 잡음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혁신위 소속으로 활동한 바 있는 만큼 당시 추진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도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불체포 특권 포기 △국회의원의 무노동-무임금 △출판기념회 금지 입법화 △총선 1년 전 당협위원장 사퇴 등의 내용이 주요 골자다.
아울러 당이 갖고 있는 집단지도체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파를 막론하고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도 혁신위에서 마련할 수 있다. 당은 집단지도체제는 최고위원 간 합의로 의사를 정해 민주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대표의 권한이 너무 약해진다는 단점을 총선을 겪으며 크게 체감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산적한 현안을 등에 업고 출발선을 나서는 김 위원장은 그동안 다져온 쇄신 이미지와 개혁적인 성향을 토대로 뼈를 깎는 각오로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고 있다.
'대권 주자 놀이터'라던 혁신위, 이번에도 무용지물?
혁신위가 마냥 기대감을 갖고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당 안팎의 인사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들며 불안함을 표하기도 한다. 제일 큰 불안요소는 혁신위의 권한이다. 혁신위의 안은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만 현실화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신 있는 활동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다.
새누리당은 이를 의식해 혁신위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당 쇄신 활동과 관련한 사실상의 전권을 부여하기 위해 관련 당헌을 개정하기로 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또한 당내 인사에게 강도 높은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우려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에 "인사가 혁신위원장을 맡게 되면 그렇게 강도 높은 혁신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고 당내 한 중진 의원도 "원래 혁신위는 무늬만 요란한 것 아닌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런 불안감은 16일 오후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에 의해 폭발했다. 박대출 의원 등 친박계 20명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원 및 혁신위원장 인선은 원점 재검토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파를 초월하라는 시대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능한 분을 삼고초려라도 해서 모셔 와 혁신을 주도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추가했다.
이같은 불안감에는 2014년 보수혁신위의 실패가 한 몫 한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내세워 보수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보수혁신위를 출범시켰으나 혁신위원 인선 과정에서 '대권 주자들의 놀이터'라는 비난을 받으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이후 분야와 계층을 망라한 다양한 인물을 위원으로 불러들이며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내놓은 혁신안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정치 혁신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보수혁신위의 당내 입지는 줄어만 갔고 언론의 관심에서도 점차 멀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수혁신위가 김 전 지사의 중앙정치 복귀 무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혁신위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새어 나온다.
혁신위는 혁신위원장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당내 의견 수렴이 배제된 채 이끌어나가는 것은 힘들다는 차원에서 향후 '김용태 혁신위'가 어느 선까지 탄력을 받아 움직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첫번째 순서는 10~12명 정도로 이뤄질 혁신위원 인선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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