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쫓아내고..보훈단체 퇴장하고...
<현장>유족 시민들 항의에 박 처장 자리 떠나
황교안, 부르지 않고 박승춘 행사 전 쫓겨나
국민의당, 기념식후 '영혼결혼식' 묘역 찾아 '임~행진곡' 제창
제36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그러나 이날도 국가보훈처 주관의 정부 공식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직전 박승춘 보훈처장이 유족들의 강한 항의에 행사장을 떠나는 등 '임을 위한 행진곡' 관련 논란은 여전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행사에는 정치권 인사, 특히 야권의 인사들은 대부분 참석했다. 오전 9시15분께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민주의문을 통과하고 행사장으로 가는 내내 시민들과 악수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문 전 대표는 행사장에서도 바로 자신의 자리로 가지 않고 구석구석을 돌며 인사를 다녔다.
뒤이어 9시29분 무렵 도착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5·18 영령들께 한 없는 죄송한 인사를 드린다"며 "박승춘 보훈처장의 해임결의안 발의와 5·18 민주화운동 폄훼 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9시42분 묘지에 등장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논란의 주제가 아니라며 "정부는 그 공연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장은 행사 시작을 불과 2분 앞두고 소란스러워졌다. 무대 기준 왼쪽에서 등장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향해 유족들과 몇몇 내빈, 시민들이 야유와 고함을 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보이지 않는듯 황 총리는 그들을 지나쳐 앞열 중앙에 순서대로 앉아있던 정의화·정진석·김종인·안철수·천정배·심상정·한광옥·현기환 등 정치권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인사 후 착석한 황 총리의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함께온 박 보훈처장은 결국 유족과 시민의 항의에 못이겨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다. 박 처장은 돌아가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를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거기에 대해 나중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념곡의 지정과 제창 문제에 대해서는 "제 개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져야하는 문제"라고 답해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윗선'발언으로 불거진 '결정권'에 대해서도 박 처장은 "그 결정권이라는 것은 보훈처에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청와대에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특정 개인이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해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또한 박 처장은 "기념식 당사자 분들의 의견은 중요하지만 이 기념식은 정부의 기념식이고 정부를 대표해 총리가 참석하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다소 모순된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여분의 짧은 행사가 끝난 뒤 황 총리는 "이미 다 이야기를 했다"며 어떠한 언급도 꺼린채 재빨리 행사장을 떠났다. 행사 말미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에서도 황 총리는 마지못해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따라부르거나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지 않았다.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합창될 때 장내 보훈 관련 단체들은 집단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국민의당 김성식 최고위원을 비롯한 일부 시민은 큰소리로 "이게 기념식이냐", "지금 뭐하는거냐" 등의 항의를 했다. 특히 식 직후 영혼결혼식을 한 윤상원 박기순 열사의 묘역을 찾은 국민의당 지도부는 따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이들을 기렸다. 김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도 울먹이며 큰 소리로 "정말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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