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묻지마 살인, 밤새 이어진 강남역 추모 열기
사건 현장 부근 강남역 10번 출구는 '추모'와 '성토'의 현장
강남역 노래방 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의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밤새 이어지면서 이 문제가 '여성 혐오'에 대한 사회적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5.18 36주년으로 전국적인 추모열기가 높았던 18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는 밤새 또 다른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17일 새벽 1시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평소 정신분열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진 김모 씨(34)가 일면식도 없던 23살의 여대생 A 씨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후 사건 현장에서 가까운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여대생 A 씨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도 가득찼다.
피의자 김 씨가 "평소 여성들이 날 무시한다"는 이유로 알지도 못하는 여대생 A 씨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SNS 등에서는 여성에 대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김 씨를 성토하는 한편 A 씨에 대한 추모의 글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은 A 씨를 추모하면서 사건 현장 부근인 강남역 10번 출구 유리에 작은 메모지를 붙이고 국화꽃과 촛불을 켜며 억을한 죽음을 함께 슬퍼했다.
이런 A 씨에 대한 추모의 열기는 '여성에 대한 무작위의 혐오가 빚어낸 참극'이라는 인식 속에 '여성 혐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추모 현장에 참여한 한 여대생은 "일부 남성들에 의해 야기되는 여성 혐오가 비극을 만들어 냈다"며 "최근 SNS상에서 여성에 대한 혐오를 표하는 남성 집단이 급격하게 늘어나 이런 묻지마 범죄가 또 언제 벌어질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은 "내가 '다음 A 씨'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정말 불안하다"며 "왜 요즘 들어 일부 남섣들이 여성에 대해 이유없는 혐오감을 가지고 적대시 하는 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추모 현장에 있던 남자 대학생 B 씨는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면서 일부 남성들이 자신의 처지나 위치에 위기감을 느끼고 여성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개개인의 문제라기 보다 사회적인 문제이고, 국가가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남역 주변 추모 현장에는 여성 혐오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 여성들도 등장했고, 일부 남성들에 의한 여성 혐오를 비판하는 남섣들의 성토도 밤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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