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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비박에게 속내 공개한 무대, 그 의도가?


입력 2016.06.01 19:17 수정 2016.06.01 19:22        문대현 기자

"대통령과 제대로 독대한적 없어 너무 관계 멀었다"

전문가 "반기문 활약에 위기감 느낀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산회 된 직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일부 의원들에게 대표 재임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않았음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김 전 대표가 밝힌 "당청 관계는 아무 문제 없다"는 주장은 결국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김 전 대표는 전날 서울 모 음식점에서 이종구·김성태·정양석·박인숙 등 서울 지역 재선 이상 비박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대표 시절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엔 김학용 전 대표비서실장도 참석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의하면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표를 하면서 박 대통령과 제대로 독대하면서 얘기한 적이 없다.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러웠다"고 말했다. "너무 관계가 멀었고 소원했다"고도 전했다.

이와 함께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자신이 어려움을 겪은 얘기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가 특정 인물을 가리키며 자신과의 힘든 관계를 털어놓은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박 대통령이라는 것은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취재진으로부터 당청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문제 없다"고 말해왔다.

김 전 대표는 당 대표가 되면서 수평적 당청관계를 만들겠다고 천명했지만 이후 모습은 그러지 못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는 내부에서 정한 정책을 당에서 주도적으로 처리해주기를 요구했고, 당에선 다른 의견을 내기 보다 청와대와 궤를 같이 하려는 모습이 많았다. 또한 김 전 대표는 특정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가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말을 바꾸는 모습을 몇 번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표는 청와대와 수직적 관계를 형성해왔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이러한 지적을 항상 부인해왔다.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청관계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데일리안'의 지적에 "(청와대에) 쓴 소리를 꼭 공개적으로 해야 하는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청와대의 통로를 통해 다 하고 있다"고 돌려 말했으며 그 전후로도 각종 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에 "문제 없다", "잘 소통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지난 3월 30일, 총선을 약 2주 앞두고 진행된 관훈토론회에서는 당청 소통 부재의 지적에 "그런 부족함을 다소 느끼고 있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이 정도로 답을 마치겠다"고 회피했고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있다"는 지적에는 정색을 하며 "아직 강을 건너지 않았다"고 해 장내 분위기가 무거워지기도 했다.

집권 여당 대표의 자격으로 현직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라 볼 순 없다. 헌법상 삼권분립이 보장돼 있다 할 지라도 현재 권력과 척을 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 전 대표는 재임 기간 동안 당청 관계에 있어서 불편한 마음을 품고도 웬만해선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의 작심 발언은 반기문 효과?

당청 관계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던 김 전 대표가 대표 직함을 떼어 내자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주변에 알리고 있다. 대표직 사퇴 이후 중앙 정치와 거리를 두고 지역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그이지만 간간이 서울에서 측근들과 자리를 가질 때면 그간 알리지 못 했던 본인의 생각을 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같은당 의원 30여명과 서울 여의도에서 가졌던 '막걸리 회동'에서 "내가 죽일 놈이다. 다 내 책임"이라고 공천 과정에서 미흡했던 본인의 역할을 인정하며 미안한 마음을 표 한데 이어 이번 비박 회동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당청 관계에 대한 마음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거세지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대권 출마론에 위기감을 느껴 그가 친박계와 차별화 된 목소리를 내려는 목적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권 행보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김 전 대표가 이제부터 중앙 정치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추측도 잇따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일 본보에 "김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돌입을 한 상태라는 전제 하에 이번 일을 봐야 한다"며 "차기 대권을 위해서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약간의 진실은 공개적으로 이야기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친박계와 청와대가 반 총장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상황에 유력한 경쟁상태인 김 전 대표가 이를 무산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문제점을 지적해 친박계 내부의 분열을 노리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본보에 "박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서서히 벗어나 독자적인 대선 후보로서의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서울 지역 의원들과 만난 것은 발언의 파급력이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퍼질 때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나"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최근 반 총장의 엄청난 광폭 행보에 김 전 대표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낀 것 같다"며 "이에 자극을 받고 움직이기 시작한 듯한 모양새"라고 부연했다.

한편 김 전 대표 측은 "어제 회동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선 사전에 우리에게도 말이 없으셨다. 대신해서 드릴 수 있는 말이 특별히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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