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스페인전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김진현 보다 차두리가 빠진 허술한 수비라인이다. ⓒ 연합뉴스
김진현(29·세레소 오사카) 골키퍼의 실수가 한국-스페인전을 망쳤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진현을 골키퍼로 세운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서 끝난 스페인(FIFA랭킹 6위)과의 평가전에서 무려 6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한국축구가 A매치에서 6골을 허용한 것은 1996년 12월 아시안컵 8강 이란전(2-6패) 이후 20년 만이다.
아시아팀을 상대로 한 7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도 처참하게 깨졌다. 상대가 세계 최정상급 공격을 자랑하는 스페인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아시안컵 준우승까지 달성한 한국이 이렇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중심에 가장 믿었던 골키퍼 김진현이 있어 더 씁쓸하다. 193㎝의 장신을 활용한 공중볼 장악 능력과 안정적인 볼 컨트롤로 ‘아시안컵 거미손’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던 그 김진현이 아니었다.
A매치 데뷔전이었던 2012년 스페인전 4실점에 이어 또 참담한 결과를 받았다. 스페인 2경기 10실점이다. 스페인 언론은 “김진현은 스페인의 친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전반 초반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의 중거리 슈팅과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의 날카로운 슈팅을 막으며 “역시 김진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반 30분 실바의 감아 찬 프리킥을 막지 못했지만 그것이 김진현의 탓은 아니었다. 속도와 궤적을 감안했을 때, 세계 최정상 골키퍼로 스페인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했던 반대쪽 골키퍼 카시야스도 막기 어려웠다.
하지만 불과 1분 뒤 저지른 실수는 이해하기 어렵다. 장현수가 머리로 흘려준 볼을 잡는 과정에서 돌진하는 모라타 때문에 놀랐는지 평소다운 안정적인 볼 컨트롤이 이뤄지지 않았다. 놓친 볼은 파브레가스(첼시) 골로 연결됐다. 이를 두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김진현 골키퍼 실수로 파브레가스는 빈 골대에 골을 넣었다"고 꼬집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전반 38분에는 마누엘 놀리토(셀타 비고)에게 세 번째 골을 내줬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한 패스를 잡으러 나오는 과정에서의 판단 실수로 놀리토가 볼을 점하게 됐고, 김진현은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볼은 가랑이 사이를 뚫고 골문으로 굴러들어갔다.
멘탈이 붕괴된 상태다. 교체도 고려할 만한 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현을 후반에도 투입했다. 자신감을 잃은 김진현은 후반 시작 5분 만에 모라타에게 헤딩골을 허용했다. 위치 선정의 아쉬움을 남기며 펀칭을 제대로 하지 못해 허용한 골이다. 이후에도 매끄럽지 못한 움직임으로 2골을 더 내주며 스페인전 대패의 원흉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김진현 만의 책임은 아니다. 김진현만 바꿔서 해결될 문제라면 간단하다. 하지만 수비라인 전체가 침몰했다는 것이 고민이다. 수비라인이 얼어붙으면서 대량실점의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좌우 풀백이다.
차두리의 은퇴 이후 오른쪽 풀백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대표팀은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김진수(호펜하임)의 부진으로 왼쪽 풀백까지 고민을 안고 있다. 믿었던 박주호와 김진수가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슈틸리케 감독도 둘을 제외했다. 걱정이 없었던 왼쪽 풀백 자리까지 큰 구멍이 생긴 것이다.
왼쪽에 기용한 윤석영은 수비 능력도 떨어졌고, 오버래핑에서도 왼쪽 공격수 손흥민과 호흡이 맞지 않았다. 전문 풀백이 아닌 오른쪽 풀백 장현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진현에게 연결한 헤딩 백패스라는 안일한 볼처리는 대패의 도화선이 됐다.
좌우 풀백 부진 속에 골키퍼 김진현의 실수까지 겹치면서 일어난 참사는 차두리가 없는 수비라인의 감추고 싶은 민낯을 끄집어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