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북인권대사 지위·역할 강화 규정해야"
시행령 입법예고 종료 하루 앞두고 북한인권단체들 시행령 문제점 지적
북한인권법이 통과됨에 따라 외교부에 두게 될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이하 북한인권대사)의 임무와 자격이 기존 비상임 대한민국 인권대사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시행령에서 북한인권대사의 지위와 역할을 구체적으로 강화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0개 북한인권 단체들이 모여 구성한 ‘북한인권단체연합회’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법의 올바른 시행을 위한 시민단체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한 북한인권 단체장들은 정부가 입법 예고한 북한인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짚은 뒤 입장을 정리해 정부 측에 전달했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북한인권법의 올바른 시행방안’이라는 제하의 발제를 맡은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는 북한인권법 제9조에 명시된 북한인권대사의 지정과 관련한 시행령안 제6조 2항에 대해 지적, “시행령에서 북한인권대사의 지위와 역할을 구체적으로 강화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상임대표는 “시행령은 북한인권대사의 지정에 대해 ‘정부 대표 및 특별사절의 임명과 권한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를 따르며,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은 외교부 장관이 정한다’고 규정하였는데, 이렇게 하여 설치되는 북한인권대사는 결국 기존의 비상임 대한민국인권대사와 임무, 자격에서 다를 바 없게 돼 북한인권법 제정의 의의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대표 및 특별사절의 임명과 권한에 관한 법률’, 일명 ‘정부대표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정부대표 또는 특별사절에 대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특명전권대사 또는 대사의 대외직명을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 상임대표를 비롯한 북한인권 단체장들은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인적교류·정보교환의 측면에서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한 만큼, 북한인권대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해당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대외직명과 달리 보다 구체적인 역할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 상임대표는 “시행령안 제6조 2항을 ‘법 제9조에 따른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의 지정은 정부 대표 및 특별사절의 임명과 권한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를 따르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의 실질적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대한의 인적·물적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은 외교부 장관이 정한다’로 수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비상임 인권대사로 활동한 바 있는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이날 연석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 같은 김 상임대표의 제안에 대해 동의했다. 제 교수는 자신의 활동 경험을 토대로 “비상임 인권대사의 활동 예산은 외교부 예산에 포함되는데, 출장비와 항공료를 포함하면 부족한 경우가 있어 국회에서 예산을 증액하지 않으면 활동이 참 어렵다”며 “인권대사에 대한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밖에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북한주민 개념에 일시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포함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및 북한인권재단의 독립성 확보 △인도적 지원 개념의 모호한 규정 삭제 또는 수정 △북한인권재단 사업수행에 관한 심의절차에 시민단체와의 협력사항 규정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자료 공유방안 마련 등의 내용을 담아 시행령이 개정 또는 시정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북한인권법에 따라 인권을 보호·증진해야 할 북한 주민에 관한 개념정의에 대해 단체장들의 제의가 이어졌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주민이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거주하며 이 지역에 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제3조)고 명시하고 있지만,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을 일시적으로 벗어난 북한 주민도 북한인권법상의 보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전 통일부 차관)은 “중국에서 중국인과 결혼한 탈북 여성들과 무국적자도 북한 주민의 개념에 포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고, 제성호 교수는 “일시 탈북한 북한 주민은 주소가 북한에도 있고 경우에 따라 중국에서도 (주소가) 생길 수 있으므로 북한 주민이라는 개념에 포함하는 것이 가능하며, 여기에는 납북자나 국군포로, 이산가족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호택 피난처 대표 역시 “해외에 일시 체류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 북한인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이것은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라며 “일시 탈북한 북한 국적자는 당연히 북한 내 주소가 있어 북한에 거주한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시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북한인권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5년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처음으로 발의한 북한인권법은 11년 만인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40일간 북한인권법 시행령을 입법예고 했으며, 이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오는 9월 4일부터 북한인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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