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 출현한 중국어선 총 1034척…하루평균 150척 꼴
연평도 주민 "얼마나 단속 안했으면 직접 중국 어선 잡나"
"작년 가을부터 '꽃게따기'를 못하고 있어요. 올해는 한번도 꽃게를 못땄어요. 그러니까 선장들이 젊은 혈기에 중국 어선을 두척이나 끌고 오지 않았겠습니까. 얼마나 살기 답답했겠어요." (연평도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는 김모 사장)
지난 5일 새벽 연평도에서 어업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 주민들이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해 끌고 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새벽 연평도와 북한의 갑도, 석도 사이에서 포진해 있는 중국 어선들을 본 어민들이 순간적으로 분노해 중국 어선을 잡아온 것이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 계장은 7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꽃게도 안 나오고 속상해 죽겠는데 (중국어선)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그러니까 순간적으로 선장들이 연락을 해서 중국 어선들 쪽으로 돌진하면서 기적을 울렸다"면서 "그 중 어선 두척이 그 상황을 인지 못하고 늦게 대처하다가 우리 어선들에게 나포돼서 연평항으로 끌려오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연평도 면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대연평도의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출현한 중국어선의 숫자는 1034척으로 하루 평균 약 150척 꼴이다. 6월 들어 연평도 NLL 인근에 출현한 중국어선은 △1일 208척 △2일 161척 △3일 170척 △4일 151척 △5일 114척 △6일 120척 △7일 120척 이다.
본격적인 꽃게철을 맞이하면서 중국 어선들이 영해를 침범해 조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꽃게철이 아닌 시기에도 중국 어선들은 절묘한 'NLL 선타기'를 감행하며 조업을 벌여왔다. 지난 3월 17일부터 23일, 일주일동안 대연평도 북쪽 해역에 출몰한 중국어선도 총 241척이었다. 당시 중국어선이 일주일동안 하루 평균 34척 꼴로 출연한 셈이다.
꽃게철이 아닌 시기에도 중국어선이 들어와 수자원을 싹쓸어가니 연평도 주민들의 인내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꽃게들이 잡혀야 연평도 경제가 돌아가는데 현재는 이조차도 중단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연평도 주민들은 올해 들어 '꽃게따기'를 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복수의 연평도 주민들에 따르면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연평도 주민들의 경우 꽃게 수확철 '꽃게따기'로 생활비 등 수익을 얻어왔다. '꽃게따기'는 꽃게잡이 어선에서 그물로 잡아온 꽃게들을 연평도에 내려놓으면 주민들이 칼 등의 도구를 자체적으로 들고 나와 꽃게를 그물과 분리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능숙한 주민은 시간당 5000~1만원 사이의 일당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전언이다.
연평도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는 김모 씨는 7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우리 연평도 주민들이 이맘때 되면 칼을 들고 꽃게를 따러 다녔는데 올해 들어서 한 번도 꽃게를 못 땄다"면서 "얼마나 꽃게들이 안잡히면 중국어선을 잡아오는 현상이 벌어졌겠나"라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중국 어선이 있으면서도 어느정도 우리 어선들이 꽃게를 잡으면 괜찮겠지만 지금은 전혀 잡히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40~50대의 젊은 선장들이 중국 어선들이 깔려있는 것을 보고 끓는 혈기 때문에 중국어선을 잡아온 것 같다. 지금 상황이 조금 안좋은 것이 아니라 아주 안좋다"고 말했다.
신모 이장도 본보에 "선주들도 선원들한테 돈을 줘야 하는데 지금 돈을 못주고 있어서 선원들이 떠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빚은 산더미가 되는데 꽃게는 잡히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연평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이장은 "특히 꽃게잡이가 되면 주민들도 꽃게를 따러가면서 그것이 수익이 되는 것이고 또 생활비도 되는 것인데 그것조차 없다"면서 "정부에서는 이런 것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연평도가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사는데 돈이 돌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박태원 계장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가장 많이 잡히는 어동이 꽃게여야하는데 금년에는 작년대비 꽃게 물량이 10%가 약간 넘는다"면서 "작년에 비해 100억 이상의 피해규모다. 나포한 중국 어선에는 알을 밴 꽃게도 있었다. 어종이랑 어종은 싹 쓸어가지고 자기지역에 다가 보내기 때문에 더 화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