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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 감각 없는 새누리 비대위, 산으로 가나


입력 2016.06.08 15:04 수정 2016.06.08 15:15        문대현 기자

첫 회의 거친 말 쏟아내더니 그 다음엔 '잠잠'

전문가 "어떻게든 튀어보려는 사람들, 자격 부족"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4.13 총선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다 가까스로 출범한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시작부터 삐그덕대는 모양새다. 정무 감각이 부족한 원외 인사들로 채워졌고 그들은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는 기존에 이뤄지던 공식 회의와는 다른 모습으로 진행됐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10명의 비대위원과 권성동 사무총장, 지상욱·김현아 대변인 등 총 13명이 참석했으나 대부분의 존재감은 없었다. 특히 외부에서 영입된 위원들은 그 강도가 더 했다.

김 위원장과 정진석 사무총장,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연속해서 원구성 등 현안에 대한 발언을 했으나 다른 참석자들은 대부분 입을 다물었다. 지난 회의 당시 이학재, 김영우 등 내부위원들을 비롯해 5명의 외부위원들이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였다.

오정근 위원만이 "최근 야당이 제안한 법안을 봤더니 법인세 인상과 청년고용할당제를 주장하고 있다. 기업 투자를 어렵게 하고 해외 탈출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난다"며 "국민연금은 2,30년 지나면 고갈된 상황인데도 공공투자에 쓰자고 한다. 이런 법안들은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라고 야당을 겨냥했다.

지난 3일 첫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비대위의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했다", "새누리당이 꼴 보기 싫어서 비대위원직을 수락했다", "새누리당은 능력도 비전도 없는 어디에도 쓸모 없는 남자" 등 다소 엉뚱하고도 거친 말들을 뱉었던 것에 비하면 이 날은 잠잠해도 너무 잠잠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많은 위원들이 공개 석상에서 발언을 하다 보면 주제와 어긋날 수도 있고 내용이 중복될 수도 있어 비대위에서 이를 생각해 공개 발언을 줄이자고 결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이는 사전에 위원들끼리의 정보 교환을 하면서 조율이 가능한 부분으로 보였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정무 감각이 부족한 외부위원들의 여과되지 않은 발언에 비판 여론이 일자 암묵적으로 발언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비대위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로 외부 위원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 대해 전문성은 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정치적 대입을 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원외) 비대위원들이 아직 국회를 잘 몰라서 너무 막 지르는 얘기를 하기 때문에 나중에 힘들어질 수 있다고 일일이 설명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외 위원들의 역할 수행력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에 인정은 하면서도 "정무 감각이 있는 사람을 찾다 보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그 대상이 된다. 그렇게 되면 '혁신'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어진다는 비판을 듣지 않겠나"라고 털어놨다.

그의 말은 당에서 비대위원을 인선하면서 실질적으로 당무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찾기보다 여론의 시선을 의식해 혁신의 이미지에 맞는 사람을 찾았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렇다보니 비대위가 정상적으로 비대위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상황이다. 비대위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찾고 정책적으로 혁신을 하는 역할도 있지만 계파 해체, 복당 문제, 전당대회 준비 등 정무 감각이 필요한 임무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원외 위원이 국민 대표성 갖는다고 볼 수 있나?"

자연스레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실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던 외부 인사들이 민감한 시기에 혁신비대위에 참여하는 것이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일부 외부 위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무게감이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 "위원회가 만들어질 때마다 원외 인사가 항상 들어오는데 제 역할을 다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지난 2012년 박근혜 비대위 때 이준석, 이상돈, 김종인 정도 뿐"이라며 "국민 목소리를 내기 위해 외부 인사들이 영입되는 것인데 실제로 그들이 대표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정치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한 번 튀어보려고 하는 사람들 같다"며 "핵심이 없고 그냥 센 발언을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비대위원들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격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위원장부터 정무 감각이 낮다. 이렇게 되면 지난 공천특위 때 원내 위원과 원외 위원이 갈등을 빚었던 양상으로 갈 확률이 높다"며 "외부 위원들이 특정인의 대리인 역할에 그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 역시 "당무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온다면 원내 위원들이 합당한 안을 만들어서 원외 위원들이 양해를 구하고 결정만 하게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그들은 정책적으로 자문해주는 역할 정도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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