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예결위 포기하고 '국정 안정' 택했다
20대 전반기 원구성 협상서 운영위·법사위 차지
양보 표면적 이유 '총선 민의'…진의는 국정 뒷받침
새누리당이 8일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후반기 국정 운영을 위해 전반기 국회의장직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야당에 양보하는 선택지를 택했다. 대신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 권한을 가진 운영위원회를 사수하고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를 가져오는 성과를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새누리당 정진석·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3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전반기 국회 원구성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더민주는 예결위를 비롯해 환경노동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새누리당은 운영위·법사위와 함께 기획재정위원회·정무위원회·안전행정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정보위원회·국방위원회 위원장을, 국민의당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전반기 국회의장은 더민주에서 맡고, 선출은 9일 오후 4시에 본회의를 열어 하기로 했다. 부의장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서 1명씩 선출된다.
교착 상태였던 3당의 원구성 협상이 물꼬를 튼 것은 새누리당의 국회의장직 양보 결단 이후부터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알파포럼 창립 행사장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을 야당에 양보 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곧바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교착 상태에 빠진 20대 원구성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하기로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결단을 내리게 된 가장 큰 표면적 이유는 총선 민의다. 더민주가 총선을 통해 원내 1당으로 자리 자리 잡았고, 야당에서도 이를 이유로 들며 국회의장직과 주요 상임위원장을 요구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도 “집권여당으로서 국회의장을 맡아 책임있는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오랜 기간 확립된 국회의 전통과 관례”라면서도 “여소야대라는 4·13 총선 민의를 받들고 존중하기 위해 어느 쪽이 먼저 내려놓지 않으면 출구를 마련할 수 없다”고 양보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양보를 하게 된 진의는 따로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총선 민의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이유와 함께 집권 여당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
운영위는 국회사무처·국회예산정책처 등 8곳을 담당하며, 특히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 권한을 가졌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입장에서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상임위 중 하나였다. 야당에서 운영위원장을 맡을 경우 청와대가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서 주요 타겟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 내상을 입힐 수 있으며,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에서도 야당에 유리한 국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정 원내대표는 “운영위는 처음부터 여당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예결위를 야당에 넘기는 대신 당초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을 가져옴으로써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법사위는 각종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마지막 관문이다. 법사위원장의 결재 없이는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어 상원 상임위로도 불린다.
19대 국회에서 운영위·정무위·기재위·미방위·외통위·국방위·정보위·예결위·윤리위원장을 가졌던 새누리당은 이번 20대 국회 전반기에 외통위·예결위·윤리위 3개 상임위를 야당에 내주고, 법사위와 안행위를 여당 몫으로 챙기면서 결국 ‘실리’를 챙겼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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