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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빈 정부 여성 범죄 대책 "전면 재검토해야”


입력 2016.06.09 22:17 수정 2016.06.09 22:18        고수정 기자

여성대상 범죄 토론회서 정부 종합대책 실효성 의문 제기

잇따라 발생하는 여성 범죄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5월 18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시민들이 메모지와 국화꽃으로 이날 새벽 강남역 인근 한 주점에서 여성혐오 범죄로 추정되는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여성 범죄와 관련, 정부의 종합대책이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성 대상 범죄와 동기 없는 범죄를 등치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이해’하거나 이해시키는 방식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여성대상 강력범죄 종합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인순·권미혁·정춘숙·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강남역 여성살인사건 원인과 대책 후속 토론회-여성대상 강력범죄 종합대책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의 여성대상 강력범죄 종합대책은 골목길이나 우범지역 등 범죄 취약 지역에 폐쇄회로(CC)TV를 확충하고, 신축 건물의 남·여 화장실 분리 설치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형기가 종료된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죄자를 별도로 수용해 관리·감독하고 여성 대상 강력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심사를 강화한다. 특히 여성 대상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형량 범위 내 최고형을 구형하고 법원에서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할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적극 항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왜 유독 여성만을 대상으로 강력범죄가 발생하는지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처장은 “정부는 대책 추진 배경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동기 없는 살인·상해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는 것을 들고 있다”며 “초점은 소위 ‘동기 없는’ 범죄가 왜 유독 여성을 대상으로 빈번히 발생하는지에 맞춰져야 한다”고 운을 뗐다.

송 처장은 “여성대상 범죄는 동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동기라는 것이 어떻게 해석되느냐가 문제다. 언론이나 수사기관에서 밝히는 범죄의 동기라는 것은 가해자의 변명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며 “여성대상 범죄와 동기 없는 범죄를 등치시켜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이해하거나 이해시키는 방식에 지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종합대책은 범죄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환경 개선, 정신질환 및 알코올 중독에 대한 치료지원 강화, 재범방지를 위한 치료 및 관리 강화, 강력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 피해자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 양성평등문화 조성을 골자로 한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송 처장은 “CCTV 확대와 비상벨 설치 등은 범죄 예방보다는 신고와 범인 검거 등 사후적 대응에 효과적인 조치”라며 “여성에 대한 폭력은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와 우리 사회 저난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종합대책의 1순위로 환경개선을 배치한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각 부처가 이미 시행 중인 것을 강화하거나 새롭게 시행 중이거나 시행 예정이거나 19대 국회에 입법이 불발된 정책이 포함돼 있으며 예산사업 끼워 넣기로 보이는 대책도 있어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여성 표적 살해에서부터 데이트 폭력에 이르기까지 왜 다양한 여성 폭력이 빈발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부의 근본적인 질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책이 명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차 심의관은 “제한된 인력과 자원에 기반한 정책 집행 방식을 고려하면 현 종합 대책은 시설 몇 개를 늘리거나, 몇 개의 앱을 개발하거나, 집중 단속, 강력 처벌과 같은 일시적 대책으로 흘러갈 것이고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며 “문제의 초점이 없다”고 말했다.

잇따라 발생하는 여성 범죄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5월 18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시민들이 메모지와 국화꽃으로 이날 새벽 강남역 인근 한 주점에서 여성혐오 범죄로 추정되는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여성 폭력 근절 정책 총괄기구 설치해야”

전문가들은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 폭력 근절 정책 총괄기구 설치, 여성의 신변 안전을 도모할 제도 법안 마련 등을 주문한다.

송 처장은 “여성 폭력 근절 정책은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사법처리, 적극적인 예방 정책, 사회문화적 인식 제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기적이며 통합적으로 수행돼야 효과적”이라며 “그러나 현재 여성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여성가족부, 가해자 처벌과 관련된 정책은 법무부, 예방 교육은 교육부 등으로 주무 부서를 두고 있는데 부처 간 협력 미비와 여성 폭력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 여성 폭력 정책 집행에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혼선을 빚는다”며 기구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여성폭력근절기본법·차별금지법·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 △여성 폭력 범죄에 대한 통계 구축 △강력한 성평등 정책 총괄기구 신설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 체포와 기소 △사각지대 없는 피해자 지원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에 대한 피해는 일회성으로 발생하는 우발적 범죄보다는 가정폭력 등 만성화된 폭력범죄가 훨씬 많다”며 “여성의 신변 안전을 도모할 제도 법안 ‘스토킹 방지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4대 강력범죄 중 유일하게 증가추세인 성범죄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친고죄 폐지의 취지에 맞는 엄벌주의가 필요하다”며 “랜덤채팅으로 인한 아동 성범죄 방지 대책, 성범죄 전력자에 대한 보다 개별화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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