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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간 문재인, 정치인들은 언제 떠나나


입력 2016.06.14 14:46 수정 2016.06.15 15:09        문대현 기자

'자기 성찰' 이미지 심어주면서 정계 복귀 위한 수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4월 18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위치한 김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자료사진) ⓒ문재인 의원실 제공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네팔행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선 앞둔 숨고르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 신상의 큰 변화를 맞이한 정치인들은 외국을 방문하며 한 템포 쉬어가는 길을 택했고 이후 정치적 재기에 나서곤 했다.

문 전 대표는 13일 오후 푸른색 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을 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라에 어려운 일들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다. 특전사 공수부대에서 군복무 할 때 했던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이라며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문 전 대표 측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발생한 지진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은 네팔 인사들을 만나 격려하고 자원봉사를 하는 한편,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면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인근의 종교적·역사적 자취를 따라 구도자나 수행자들이 밟았던 순례길을 되짚으며 침잠과 묵상을 통해 고요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문 전 대표 측은 "인근의 종교적·역사적 자취를 따라 구도자나 수행자들이 밟았던 순례길을 되짚으며 침잠과 묵상을 통해 고요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네팔에서 외부 일정을 주로 소화하기 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데 중점을 두고 향후 정치적인 행보를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은 차기 대선 행보를 앞둔 숨고르기의 의미가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수의 거물급 정치인들은 거사를 치르기 전이나 그 후 외국으로 건너가 머리를 식힘과 동시에 향후 자신의 행보에 대한 고민을 하고 돌아오곤 했다. 문 전 대표 역시 지난 2004년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후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섰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당시 이는 '대선 행보'로 해석됐다. 또한 대선이 끝나고도 미국행을 선택했으며 이듬해인 2013년 3월 귀국해 곧바로 4월 재보궐선거에 뛰어 들어 당선됐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지난 2013년 3월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4월 재보선 서울 노원 병 지역 출마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선 낙마 DJ 영국행, 총리 낙마 김태호 중국행, 시장 사퇴 오세훈 페루행

1992년 12월 대선에서 패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고 김 전 대통령은 장기간의 유학 생활에서 자신의 정치 행보를 구상했고 떠난지 2년 7개월 만인 95년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했다.

당시 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는 비난 여론이 있었지만 그는 65명으로 제1야당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총재에 취임함으로써 정계의 '후3김시대,를 염과 동시에 대권 재도전을 향해 발판을 마련했다. 결국 그는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네 번의 도전 끝에 자신의 뜻을 이뤘다. 유학생활이 본인에게 성공적인 재기를 위한 발판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김태호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010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후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여론이 악화되자 후보직을 사퇴했고 중국 사회과학원의 유학 초청을 받아 출국했다.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춰 공부를 한다는 취지였지만 정황상 머리를 식히러 가는 의미가 강했다.

유학 도중이었던 2011년, 그는 한나라당으로부터 4.27 재보궐선거 출마 제의를 받았고 출마를 결심해 5개월 만에 귀국했다. 그는 그 선거에서 경남 김해을에 도전했고 51.02%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2014년 전당대회에서는 김무성서청원 후보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득표수를 얻어 당 지도부 자리에 올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11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며 서울시 무상 급식 정책에서 주민 투표를 제안했다. 그는 패배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주민 투표 결과 투표율 미달로 개표조차 하지 못했고 결국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영국과 중국 연수를 떠났다가 2013년 11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월드프렌즈 도시행정분야 자문단의 일원으로 페루를 방문했다. 그는 6개월 동안 페루에 체류하며 주택·교통·관광 산업 분야에서의 중장기 개발 계획과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방안, 환경·도시 행정, 법률 체계 개선 등의 자문에 응했다. 르완다를 거쳐 2014년 6월 귀국한 그는 한동안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의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또한 20대 총선에서 떨어진 이후 중국행을 선택했다. 그는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외교학원의 방문학자로 초빙돼 지난달 24일 출국했지만 청와대로부터 부름을 받고 다시 한 번 정계로 들어왔다. 3선을 지낸 우윤근 전 더민주 원내대표는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6개월에서 1년 간 연수 준비에 들어갔다. 14일 국회 사무총장으로 발탁돼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정치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정치인들의 외국행에 대해 "단순히 바람 쐬고 놀러가는 목적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정치 환경을 익히려는 것"이라며 "특히 문 전 대표의 경우 대선 행보의 일환으로 세계 무대에서 각 지도자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발판을 다지는 행보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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