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피해자 정근우, 벤치클리어링의 추억
NC 최금강에게 사구 맞고도 침착한 대응
과거 LG, KIA와의 경기에서도 피해자
한화 이글스의 주장 정근우가 손짓 하나가 주먹이 오고갈 수 있는 벤치클리어링을 방지했다.
한화는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서 8-2 승리, kt와 공동 9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오는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져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발단은 송은범과 박석민의 충돌에서부터다. 한화가 5-2로 리드하던 6회, 송은범은 박석민 등 뒤를 향해 공을 던졌다. 앞서 송은범은 투구 동작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박석민이 타임아웃 신청, 이로 인해 제구가 흐트러졌고 카운트가 인정되며 볼 하나가 늘어나고 말았다.
느닷없이 송은범의 2구째 공이 등 뒤로 향하자 박석민이 크게 항의했고, 이에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오는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다행히 몸싸움 등의 불상사는 없었지만 두 선수 모두 경고를 받으며 앙금을 지닌 채 경기를 진행했다.
NC의 공격이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7회초, 이번에는 NC 투수 최금강이 한화 주장 정근우의 옆구리를 맞혔다. 외마디 비명을 지른 정근우는 크게 화가 날 법도 했지만 침착한 대응이 눈에 띄었다. 사구가 나오자마자 한화의 일부 선수들이 뛰쳐나가려 했지만, 놀랍게도 주장 정근우는 손으로 제지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 1루로 걸어 나갔다.
사실 정근우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차례 벤치클리어링 중심에 선 바 있다. 지난 2014년 4월, LG와의 신경전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LG 구원투수 정찬헌은 5-7로 뒤지던 6회 마운드 올라 정근우의 등을 맞혔다. 당시 1사 3루 위기였던 데다가 풀카운트 접전이었기 때문에 정찬헌의 투구를 고의로 보기는 어렵다. 정근우 역시 이를 알고 있었지만 사과 등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 후배의 반응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LG 선수들도 예민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LG는 김태균을 유격수 앞 병살코스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치는 듯 보였지만 1루수 정성훈이 유격수 오지환의 송구를 잡지 못했고, 추가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당시 1루 주자 정근우는 2루를 파고들며 깊숙이 슬라이딩했고, 이 과정에서 오지환의 발을 건드렸다. 이후 이닝이 끝나자 LG 고참 이병규는 정근우를 강하게 쏘아붙였다.
결국 정근우와 정찬헌이 두 번째 마주한 8회, 일이 터지고 말았다. 정찬헌은 2구째 빠른 직구를 다시 한 번 정근우의 등에 꽂아 넣었고,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뛰어나와 한데 뒤엉켰다. 경기는 약 8분간 중단됐고, 주심은 고의성을 인정해 정찬헌을 퇴장 조치했다. 또한 벤치클리어링 과정에서 선수들이 뒤엉킨 가운데 LG 투수 우규민은 곧장 정근우에게 달려가 삿대질하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서재응과의 신경전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서재응은 정근우를 투수 앞 땅볼로 처리, 이후 욕설 섞인 고성을 퍼부으며 충돌 일보직전까지 갔다. 당연히 양 팀 더그아웃은 달려 나온 선수들로 인해 깨끗해진 상태였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벤치클리어링 때마다 정근우는 피해자였다는 점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