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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탈북자 '북 수용소 가족 인신보호' 위임에 "증명 있어야"


입력 2016.07.09 13:33 수정 2016.07.09 13:33        박진여 기자

탈북자단체 "북 최종결정권자 김정은 허가 받아야...불가능"

최현준 자유통일 탈북단체협의회 회장과 탈북자 3명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을 찾아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강제 수감된 가족들에 대해 ‘인신구제청구’를 요청한 것과 관련 민변 관계자들을 만나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면담을 진행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탈북자·시민단체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강제 수감된 가족들을 구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 민변이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객관적 자료들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은 정치구조상 국가주석인 ‘수령’이 입법·사법·행정을 초월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어 민변이 요구하는 수감자들에 대한 객관적 자료들을 발급받을 경우 김정은에게 최종 승인을 받아야해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라는 게 탈북자들의 입장이다.

최현준 자유통일 탈북단체협의회 회장과 탈북자 3명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을 찾아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강제 수감된 가족들에 대해 ‘인신구제청구’를 요청한 것과 관련 민변 관계자들을 만나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면담을 진행했다.

앞서 통일미래연대, 자유북한네트워크, NK워치 등 8개 탈북자·시민단체가 참여한 ‘자유통일 탈북단체협의회’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강제 수감된 가족 20명에 대한 인신보호 청구서를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 민변 측에 변호를 요청했다. 민변이 ‘인권보호’를 위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자들에 대한 인신보호를 위임받은 만큼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가족들에 대한 위임도 맡아달라는 취지다.

민변은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피수용자들의 존재 및 구금 사실이 확실한지, 법원과 북한 법원에서 수용 가능한 사안인지 등을 검토해야한다면서 청구인인 해당 협의회에 면담을 요청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6일 해당 협의회 앞으로 “위임 의사의 확인, 청구인의 인적사항 및 피수용자와의 관계에 대한 보완자료의 확인, 피수용자의 상황에 대한 확인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바로 이튿날인 8일 면담이 성사됐지만 객관적인 증명 자료 없이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수감자들에 대한 ‘인신구제청구’는 어렵다는 민변의 주장에 따라 협의에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최현준 자유통일 탈북단체협의회 회장은 이날 본보에 “민변 측에서 요구하는 게 북한 수용소에 수감된 가족들의 수감 확인 자료와 한국에 있는 탈북자와 가족임을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인데 북한 체제 특성상 이를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북한의 행정 전산망이 한국처럼 발달돼있지 않아 가족관계나 개인 신상이 일일이 등록돼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를 발급하기 위해 정식으로 승인을 요청한다고 해도 북한 체제 특성상 최종 결정권자인 김정은의 허가를 받아야 해 민변의 요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북한에서는 전산망이 발달하지 않아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떼면 아버지 어머니 외에 다른 형제, 조카 등 다른 가족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면서 “북한 수용소에 수감된 우리 탈북자 가족들은 각자 아들도 있고 조카도 있는데 사실상 서류에도 정확히 입력이 안 돼 있는 상황에서 탈북자들이 일일이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범 수용소에 가는 이유가 한국 드라마 보다가, 탈북한 가족이 있어서 등 다양한데 북한 가족들이 이 사실들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의 증명 서류를 발급받으라는 건 북한 체제 특성 상 말도 안 되는 요구로, 김정은의 최종 승인을 받기 이전에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민변에서는 이렇게 발급받기 불가능한 위임장을 가지고 법원에 제출해 심리까지 받았는데 그런 능력 있는 변호사들이 이런 힘든 문제를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는 민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수용소에 강제 수감된 우리 가족들도 구해달라는 입장으로, 아무리 힘든 길이어도 우리를 포기하지 말고 우리 가족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꼭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탈북단체협의회는 북한의 가족들에 대한 인신구제 심사청구를 법원에 제출할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탈북단체 협의회 회원 탈북자 가족 20명이 북한 정치범 수용소 14, 15, 16, 25호 등에 분산 수감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인신보호구제는 불법 감금된 사람에게 하는 것으로, 우리는 민변에 북한 당국에 의해 불법 수감돼 인권을 탄압받는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에 대한 인신구제청구를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북한은 헌법상 우리나라이고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인권 탄압을 당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인신보호가 필요하다”면서 “민변이 진정 북한주민의 인권을 생각하는 단체라면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수감자들도 보호해 달라”고 촉구했다.

탈북자단체에 이어 납북자 가족단체도 지난 7일 민변을 찾아가 북한에 억류돼 있는 납북자와 국군포로에 대해 인신보호 구제 청구 건을 맡아달라고 요구했다. 납북자 가족모임, 국군포로 가족회 등 ‘납북 피해가족 연합회’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 앞에서 ‘납북자·국군포로 인신보호 구제청구’ 기자회견을 열어 “분명히 증거가 드러나 있는 우리 납북자를 위해 민변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법원에 서류를 맡겨 달라”며 인신보호 구제 절차상 필요한 가족관계증명서와 제적등본 등 관련 서류와 납북 사실을 증명하는 통일부 책자 등을 제출했다.

민변은 이들에 대한 신청에 대해서도 내부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현재까지 어떤 입장도 전달하지 않은 상태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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