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예방한 이정현 "재집권 못할까 겁나"
"같이 정치해 감격" 김종인 한껏 추어올린 이정현
"기대? 잘하면 좋은 일 많겠지 뭐" 시큰둥 김종인
"같이 정치해 감격" 김종인 한껏 추어올린 이정현
"기대? 잘하면 좋은 일 많겠지 뭐" 시큰둥 김종인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가 10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예방했다. 이 대표는 "최근 (김 대표)가 각종 인터뷰나 당내에서 하신 발언들을 보면서 좀 겁이 났다. 저렇게 합리적으로 하셨다간 내년에 우리가 재집권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김 대표를 한껏 추어올렸지만 김 대표는 제 할 말만 하는 등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더민주 당대표실을 찾아 취임 인사 겸 현안을 논의했다. 대표실에 들어선 이 대표는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악수를 건넸다.
김 대표는 이 대표에게 "당대표 당선 기념으로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표는 위원장님이 지적한 문제라면 정말 진지하게 살펴 보겠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 역시 이 대표를 "정치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셨다"고 평가해 이날 예방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김 대표는 "여소야대(국면에서 새누리당)를 잘 이끌어 가시려면 이 대표가 야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잘 해주셔야 한다"며 "여소야대를 극복해 나가려면 여당이 양보를 해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여당이 양보해줄 수 있는 사안'으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제시하며 "올 여름에 전기세 때문에 난리가 나 있는데 대표된 기념으로 누진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개발시대에 만든 것으로 산업용 전기를 염가로 제공하고 그 부담을 가정용 전기료에 부담하고 있다"며 "산업자원부 계산방식에 의하면 (누진제를) 절대 못 바꾼다고 하는데 정치적으로 국민들의 마음도 살필겸 해서 이 대표가 용단을 내려 해결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런 요구에 대해 이 대표는 "허허허" 웃으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조만간 산자부와 한전 등 관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한다"며 "정말 진지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김 대표와의 대화가 끝나갈 즈음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대표실로 들어왔고 이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 원내대표와는 너무 합리적인 토론을 많이 해서 진짜 존경하는 분"이라고 치켜올렸다.
김 대표와의 비공개 면담을 마친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서로 덕담만 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김 대표의 철학이나 신념과 같은 부분이 참 존경스럽다"며 "저렇게 합리적으로 하셨다가는 내년에 우리가 재집권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겁이 날 정도다. 같은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감격스럽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앞서 김 대표가 부탁한 야당과 청와대 간의 소통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야당 대표 쪽에서 주문할 수 있는 합당한 주문"이라고 평한 뒤 "정치라는 문제를 푸는데 당정만 가지고 풀리겠느냐. 특히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의 뜻도 청와대에 전달해서 좋은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 대표도 비공개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대통령 측근이니까 여야가 협치를 잘 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말씀을 잘 드리면 이 대표 말은 들어주지 않겠나"고 했다. 이 대표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잘하면 좋은 일이 많을테고 그렇지 뭐..."라고 대답했다. 이밖에도 비공개 대화 자리에서 우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한 연장 문제에 대한 여당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애초 이 대표는 이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도 면담키로 했으나 전주를 방문 중인 박 비대위원장의 일정이 여의치가 않아 11일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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