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왜 지금 플루토늄 재생산 밝혔나 했더니...
북, 2013년 영변 원자로 재가동 선언 이후 플루토늄 생산 공식 인정
전문가 "북, 동북아 신냉전 속 중·러 등에 업고 핵무력 고도화 자신감"
"플루토늄, 우라늄보다 핵무기 소형화·다종화 유리해...핵능력 과시"
북, 2013년 영변 원자로 재가동 선언 이후 플루토늄 생산 공식 인정
전문가 "북, 동북아 신냉전 속 중·러 등에 업고 핵무력 고도화 자신감"
"플루토늄, 우라늄보다 핵무기 소형화·다종화 유리해...핵능력 과시"
북한 당국이 핵무기 원료로 쓸 플루토늄 생산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 사실을 직접 인정한 것은 2013년 4월 영변 5MW급 원자로 재가동 방침을 밝힌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5차 핵실험 등 핵실험 고도화를 위해 취해 나가야할 도발 명분을 다지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핵 개발을 담당하는 북한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17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흑연감속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를 재처리했다며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새로 생산했다고 주장했다.
또 △핵 무력 건설과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 생산 중 △핵탄두는 이미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에 성공, 수소폭탄도 보유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출력 10만kW(킬로와트)의 실험용 경수로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2007년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의 가동을 중단했고 이후 주요 부품을 정리하는 등 이른바 ‘불능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북한이 원자로 재가동 사실을 재차 선언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함과 동시에 핵무기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북한은 이번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무기로 우리를 항상 위협하고 있는 조건 아래 핵실험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5차 핵실험 강행 의지를 밝혔다. 국제적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개발 능력을 과시해 핵보유를 관철하고, 핵무력 고도화 의지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18일 본보에 “항구적 핵보유국을 선언한 북한은 2013년 원자로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힌 뒤부터 플루토늄 생산 활동을 계속해왔을 것”이라면서 “핵무기를 만드는 입장에서 우라늄이든 플루토늄이든 핵물질을 최대한 많이 생산하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5차 핵실험 등 핵개발 고도화를 위해 취해 나가야할 도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공공연히 내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드·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미국과 중국을 주축으로 한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굴복해 핵개발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은 “현재 동북아 구도를 보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굴복할 이유가 없다”면서 “오히려 사드·남중국해 문제로 촉발된 미중간 신냉전 구도 속에서 핵무력 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같은 날 본보에 플루토늄은 고농축 우라늄보다 핵무기의 소형화나 다종화해 유리해 적은 양으로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핵물질로,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를 위해 국제사회에 핵개발 능력을 선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북한은 계속해서 플루토늄, 우라늄 등 핵물질을 생산하며 국제사회에 더 많은 핵탄두를 갖고 있다고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 “핵보유국으로서 핵무력 고도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비롯해 앞으로 있을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발심도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양 위원은 “앞으로 있을 한미연합군사훈련이나 미국의 전략폭격기 배치, 훈련장면 공개 등에 반발해 무력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절차일 수 있다”고 첨언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핵능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제재 무용론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18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재차 과시하고 관련국들의 관심을 끌어보기 위한 것”이라며 “또 제재 무용론에 힘을 싣기 위한 측면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북한 우주개발국장과 원자력연구원장이 핵실험 강행 의사를 내비친 뒤 올해 1월 제4차 핵실험, 2월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 된 사례를 들어 “되짚어 보면 실무자들이 이야기했던 것들이 실무선에서 충분히 준비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번 북한의 주장도 소홀히 볼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북한의 행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해외언론을 통해 핵실험을 중단하지 않겠다면서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 및 농축우라늄의 핵무기 이용 등을 밝힌 것은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면서 "국제평화 안정과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서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안보리 결의 등에 따라 모든 핵 관련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주요국 및 관련 국제기구들과 긴밀한 협력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및 압박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 공조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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