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열, 싸이 그리고 아이콘 수모는 금한령 신호탄?
<김헌식의 문화 꼬기>공포 불안이 저들의 노림수…일희일비 말아야
지난 13일 저장(浙江)위성TV는 예능 프로그램 '도전자연맹 시즌2’방송분에서 황치열을 통편집했다. 강소위성TV의 음악예능 프로그램 ‘더 리믹스’에서는 싸이가 모자이크 처리됐고 아이돌 그룹 아이콘 무대는 아예 통편집돼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들은 중국의 팬들이 지적하면서 알려졌다. 팬들은 4개월간 준비한 무대를 통편집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적 지적을 인터넷에 올리고 관련 직캠 영상을 돌려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서 ‘금한령’(禁韓令)과 ‘한한령’(限韓令)이 본격화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당장에 금한령이나 한한령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불안과 공포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인기 있는 황치열이나 싸이, 아이콘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세밀하게 따져보고 준비해야할 점이 있다. 이번에 통편집이 되거나 모자이크된 프로그램은 방송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다른 음악적 행사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방송사의 경우에는 완전 민간사업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국가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지시가 없다하더라도 분위기에 일정 정도 맞춰주는 제스쳐(Gesture)를 보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그동안 자국문화우선주의를 강조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기회를 봐서 한류에 대한 견제를 가하려고 했고, 이는 실제로 광전총국의 갖가지 규제를 통해서 알 수가 있었다.
몇몇 방송사들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사드 사태를 중국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는 중국의 오피니언이나 네티즌들이 논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팬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네티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가적인 직접적 지시가 없더라도 상업적 이익을 생각하는 방송국의 처지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장 위성 TV나 강소위성 TV는 가장 규모가 크고 상업적인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송국 가운데 대표주자들이다.
그러나 이들 방송국들에게 한류스타들은 아직도 괜찮은 비즈니스 대상이기 때문에 아주 배제할수 없는 측면이 있다. 상업적인 이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한류스타들이나 한류 콘텐츠들은 아직 저가의 비용으로 고비용의 수익을 올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에 한류스타 출연 금지를 선언할 수 없다. 더구나 한류 스타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이 방송사에 항의를 하고 있다. 이러한 팬들의 움직임이 있다면 한류 스타들의 출연 배제를 지속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사드 사태를 통해서 금한령을 우려하는 불안이나 공포심리가 많을수록 스타들이나 한류콘텐츠 제작자들이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중국의 시장성을 생각하면 그들의 고압적이거나 부당한 요구들을 수용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얻는 이익을 생각하면 그런 부당한 관계설정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중국의 현지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사드 사태가 좋은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길들이기나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리셋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외부적인 기제를 활용하려는 욕망은 언제든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드와 관련없이 언제나 한류 스타나 콘텐츠가 그러한 활용의도에 휘말리는 일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드 사태가 한류현상에 대해서 위축을 주는 것은 전면적이라기보다는 분위기를 통한 개별적인 이익 추구 행위에서 빚어질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가 전체적인 대응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한류 현상은 민간 대중문화 영역에서 활성화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해서는 안되며 문화교류 차원에서 그 역할과 기능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 쪽에서 금한령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러한 인류보편적인 원칙을 거부하고 반문명적인 행태를 취하는 것이므로 성찰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미리 공포와 불안으로 종속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야 하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관련 업계의 전략적 선택이 최소한 필요하다. 우리 콘텐츠의 경쟁력을 생각할 때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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