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은 하루하루 성적에 급급하다. 리빌딩이 없는 한화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걱정되는 팀이다. ⓒ 연합뉴스
‘논란의 중심’ 한화 이글스에 야구팬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투수들의 혹사와 올 시즌 성적.
최근 한화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바로 주력 불펜 투수였던 권혁의 1군 엔트리 말소였다. 원인은 팔꿈치 통증이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권혁의 부상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김성근 감독과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은 권혁은 불펜 투수 치고는 너무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소화했다. 지난해에는 112이닝, 올해는 95.1이닝으로 2년 연속 100이닝 돌파를 눈앞에 둔 권혁이다.
그가 지난 2년간 던진 투구수는 3751개로 전체 투수 중 21위에 해당한다. 이는 웬만한 2선발급 투구를 했다는 셈이다. 권혁뿐만이 아니다. 송창식은 권혁 이상의 혹사 무게를 견뎌내고 있으며 안영명, 윤규진, 심수창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들이다.
그렇다고 팀 성적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한화는 지난해 6위로 가을 잔치 문턱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투자로 팀 연봉 1위에 오른 올 시즌에는 중반까지 최하위에 머물다 겨우 탈꼴찌에 성공했다. 잔여 경기 일정을 감안할 때, 기적적인 연승이 아니면 한화의 가을 야구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힘은 힘대로 들고 성과는 없는 셈이 될 공산이 크다.
설령 어렵게 턱걸이를 했다 해도 또 다른 걱정이 밀려온다. 지친 선수들이 과연 제 힘을 낼 수 있을까의 여부다. 시즌 내내 혹사 논란에 휩싸였던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서 더욱 중용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야구팬들은 정규 시즌에 이어 가을 야구에서도 불꽃을 태운 투수들의 팔이 어떻게 됐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성적을 내기 위한 조바심, 그리고 이에 따른 혹사. 하지만 팬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한화의 미래다. 혹사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지금의 선수 운용은 과연 내일을 준비하는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화의 주전 선수들은 30대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 데일리안 스포츠
한화가 지금처럼 약체팀이 된 가장 큰 이유는 2000년대 중반, 이미 시작됐어야 했던 리빌딩의 실패를 꼽을 수 있다.
시계를 잠시 2006년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2006년은 한국프로야구에 ‘괴물 투수’가 출현한 해였다. 트리플크라운을 일궈내며 프로야구 첫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거머쥔 류현진이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입단은 한화에 축복인 동시에 비극의 시작이기도 했다.
한화는 류현진의 데뷔시즌이던 2006년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류현진은 물론 미국에서 돌아온 구대성이 37세이브로 ‘대성불패’의 신화를 이어갔고, 베테랑 송진우와 정민철이 뒤를 받쳤다. 타선에서는 데이비스-김태균-이범호로 이어지는 막강 중심타선이 연일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다.
거기까지였다. 이후 한화는 잇따라 발생한 변수들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송진우와 구대성, 정민철 등 기존에 팀을 이끌던 주축 선수들이 은퇴를 선언했고, 김태균과 이범호가 FA 자격을 얻은 뒤 일본으로 떠났다. 이들의 자리를 메울 리빌딩이 진행됐어야 했지만 김인식 감독이 1~2회 WBC 지휘봉을 잡느라 자리를 비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세대교체의 실패는 한화의 추락을 불러왔다. 베테랑들이 연쇄적으로 은퇴와 이적을 한 상황에서 김인식 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류현진을 제외하면 새 얼굴을 발굴하지 못했다.
류현진이 입단했던 해 1차 지명된 유원상은 부진을 거듭하다 LG로 트레이드됐고, 이후 입단한 김혁민(07년), 오선진(08년)도 잠재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됐을 때에는 전체 1순위인 유창식과 하주석이라는 특급 고졸 신인을 손에 넣었지만 유창식은 트레이드, 하주석은 이제 막 기량을 만개한 선수다.
10개 구단 평균 연령 및 선수단 연봉. ⓒ 데일리안 스포츠
감독의 선임 작업이 아예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화는 한대화 감독에 이어 김응용, 김성근이라는 백전노장의 손길을 타고 있다. 김응용과 김성근 감독은 지도방식이 전혀 다르지만 베테랑을 선호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나마 한대화 감독이 리빌딩의 적임자로 평가됐지만, 당장의 성적을 요구한 구단 측은 계약기간을 채우기 전에 경질하고 말았다.
현재 한화의 선수단은 10개 구단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시즌 초 KBO가 발표한 선수단 등록현황에 따르면, 한화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9.4세로 이 부문 2위인 삼성(28.1세)보다 1.3세나 많고 가장 어린 넥센(25.6세)과 제법 큰 차이를 보인다.
베테랑이 많다 보니 지급해야할 연봉도 높다. 한화 선수단의 평균 연봉은 1억 7912만 원으로 10개 구단 최고이며, 상위 27명의 몸값도 3억 3241만 원으로 유일하게 3억 원대를 기록했다.
주전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더 올라간다. 올 시즌 한화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타자와 투수의 평균 나이는 각각 31.1세와 31.3세다. 이 가운데 20대 선수는 하주석과 양성우(이상 타자), 장민재와 이태양(이상 투수, 외국인 선수 제외)뿐이다. 과연 한화는 내일을 준비하는 팀이 맞는 것일까. 숙원인 우승을 이루더라도 이후에는 누가 미래의 한화를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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