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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탈북 권유' 북 주민들이 얼마나 들었을까


입력 2016.10.06 09:50 수정 2016.10.06 10:04        박진여 기자

탈북자 "북 주민 의식 깨울 것” vs "현실 반영 못해"

전문가 "북 엘리트층 비롯 주민들에게 강한 울림될 것"

박근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탈북을 권유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향해 탈북을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가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7일 북한 평양역 앞에 있는 대형전광판 앞에서 '광명성4호' 발사 소식을 접하고 기뻐하는 평양시민들의 모습.ⓒ연합뉴스

탈북자 "북 주민 의식 깨울 것” vs "현실 반영 못한 허울 좋은 말"
전문가 "북 엘리트 계층 비롯해 일부 주민들에게 강한 울림 될 것"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대북 발언으로는 이례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향해 탈북을 권유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향해 탈북을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가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68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북한 군인과 주민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이 처한 참혹한 실상을 잘 알고 있고 국제사회 역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대한민국은 여러분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니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길 바란다”고 권유했다.

실제 탈북민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가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져 의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외부 정보 통제와 감시 속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이 이러한 소식을 공유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5일 본보에 “북한사회의 특성상 발언 전문이 주민들 사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미 주민들 사이 남한 드라마나 말투가 유행하는 것만 봐도 대북 라디오나 입소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한 다리 두 다리 건너 반드시 (소식이) 퍼진다”면서 “감시체제 하에 서로 말을 안 하는 것뿐이지, 파격적인 소식일수록 더 빨리, 깊이 퍼진다”고 전했다.

함경남도 단천시 출신인 이 소식통은 평양뿐 아닌 다른 지방에서도 여러 경로를 통해 남한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과거 남한을 ‘괴뢰도당’이라는 둥 적으로 생각했지만, 남한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 지금은 남한사회를 동경하기도 하는 등 남한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며 “박 대통령이 직접 주민들을 상대로 탈북을 권유한 것은 전례 없는 일로, 북한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도 국제사회의 압박 속 혼란스러운 북한 사회를 인지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 속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주민들 사이 의식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식통은 “갈수록 감시와 제재가 심해지는 북한 사회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주민들에게 ‘출구’로 인식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 정권의 감시와 탄압 속 외부 정보는커녕 탈북경로도 극히 제한적으로,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는 허울 좋은 말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북한 주민들 대다수가 외부 정보와 단절된 상태로 박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를 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소식을 접한다고 해도 강화된 감시체제 속 급등한 탈북 비용으로 사실상 탈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의 소식통은 같은 날 본보에 “일부 북한 주민들은 대북방송 등을 통해 남한 소식을 접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정권으로부터 주입받는 소식 외에 탈북민들을 통해 듣는 소식이 전부”라면서 “북한 내부에서는 남한의 공식 소식을 잘 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외부 소식을 듣는다고 해도 감시체계가 심해 외부 소식이 공론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이어 “북한 주민들은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으로부터 전해 듣는 외부소식이 전부인데, 그마저도 탈북민들의 남한 생활이 녹록치 않아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다”면서 “어차피 남한에 와도 사는 건 어려우니, 전 재산에 목숨 걸고 탈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탈북권유’ 발언에 대해 “듣기 좋은 이야기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전혀 가능성 없는 얘기”라면서 “남한 사회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탈북민들을 보며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이 없을 뿐 아니라, 탈북을 하려해도 한 사람당 2000만원이 넘어가는 고액의 탈북비용이 필요한 현실로, 말로만 강조하는 탈북 권유는 무책임한 이야기로도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정권이 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정보 차단에 주력하는 상황에서도 북한 주민들 사이 대북방송이나 입소문을 통해 외부 정보가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남한의 대북메시지가 북한 사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날 본보에 “남한의 대북메시지가 북한 내부에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지만, 대북방송을 접하는 일부 주민이나 주변 친인척들로부터 입소문을 통해 점차 (소식이) 퍼질 수 있다”면서 “특히 외부 소식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북한의 고위 간부나 해외파견 노동자들은 남한의 소식, 대북메시지 등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북한 주민들의 경우 정권의 통제 하에 외부 세계와 단절돼있어 외부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외부 소식을 접할 기회가 많은 북한의 중산층 이상 계층은 외부 영향에 민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 메시지가 북한의 중산층 이상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전 원장은 “대통령의 이례적인 탈북 권유가 외부 소식을 접하기 어려운 대다수 북한 주민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지라도, 외부 소식에 밝은 북한 고위층 인사나 해외파견 노동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울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북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것은 북한의 계속되는 안보위협에 대한 경고 차원의 메시지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속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틈타 경고의 강도를 높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정부는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 메시지에 대해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상황과 그에 대한 북한 당국의 책임을 지적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말씀하신 것은 북한 주민이 겪는 열악한 인권상황과 그에 대한 북한 당국의 책임을 지적한 것으로, 북한 주민이 인간적 삶을 영유하고,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향유해 나갈 수 있도록 대내외적인 노력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의 탈북 권유 발언) 지난 8·15 경축사에서 나온 북한 주민에 대한 연민의 정을 다시 한 번 내비친 것으로 본다”며 “(이번 발언이) 탈북 관련 단체나 인권 관련 단체 지원으로 당장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방향을 제시하고 인권의 열악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 내부에 전달될 것이고, 북한 당국도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왜곡·비난하고 나서는 것”이라면서 “북한 정부가 우리 국가 원수의 발언을 왜곡하고 막말로 비난한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궤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 말고, 도탄에 빠진 민생부터 돌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 메시지에 대해 막말 비난을 이어갔다. 지난 3일 북한 노동신문은 “(한국의 부정적인) 현실은 덮어두고 ‘탈북’하라는 ‘개나발’까지 공공연히 불어대고 있으니, 이처럼 후안무치하고 뻔뻔스러운 것은 없다”며 박근혜 정권의 ‘대결정책’으로 남북관계가 파탄 나고, 한국 내에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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