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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한복 여자가 입으면 궁궐 입장 안된다고?


입력 2016.10.09 07:20 수정 2016.10.09 07:22        이선민 기자

무료입장 혜택위해 한복 입고 갔더니 입장 불가

“전통 가치 지켜야” vs “지금은 2016년이다”

4대 고궁에 적용되는 한복무료입장 가이드라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박상은 씨 제공.

“전통 가치 지켜야” vs “지금은 2016년이다”

4대 고궁에 적용되는 한복무료입장 가이드라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박상은 씨는 경복궁 야간개장에 한복을 입으면 입장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0월 3일 친구와 전통 한복을 입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입장을 기다리며 한복을 입으면 입장할 수 있다는 확인도 받았지만, 정작 문 앞에서 제지당했다.

박 씨가 입은 한복이 남성 한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자인 친구와 함께 한 명은 여성 한복, 한 명은 남성 한복을 입고 입장하려 했지만 직원이 따로 불렀다”며 “여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규정상 남성 한복을 입으면 입장할 수 없다고 말해 돌아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문화재청에 문의하자 “예로부터 남자가 여성한복을 입거나 여자가 남성 한복을 입는 경우는 없었다”며 “옷을 바꿔 입으면 한복의 의미가 깨진다. 전통을 지켜야 한다. 다음에는 예쁜 여성 한복을 입고 오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경복궁의 한복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은 전통한복과 개량한복을 입은 사람은 모두 무료 관람할 수 있지만, 남성은 남성한복 여성은 여성한복으로 지정하고 있다.

입장을 거절당한 박 씨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 씨가 입었던 한복은 쾌자에 갓까지 갖춘 전통 복식이었기 때문에 한복의 의미를 퇴색시켜 입장을 제한했다는 문화재청의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박 씨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규정도 바뀌면 좋겠다”며 “외모만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판단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직원에 부탁에서 그냥 들어갔다고 하더라. 규정이 이렇게 들쑥날쑥한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에서는 박 씨의 일이 이슈가 되자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A 씨는 “더운 날 두루마기까지 갖춘 전통 한복을 입고 갔는데 다음부터 여성 한복을 입고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고 B 씨는 “상투를 틀고 갓까지 썼는데 같은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한 네티즌은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국내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성균관 스캔들’ ‘기황후’ 의 여자주인공이 모두 남성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는 점을 들어 “남장여자가 나오는 사극은 모두 한복의 의미를 쇠퇴시키는 것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다른 시각도 있다. 권미루 씨는 “경복궁은 ‘정궁’인만큼 장소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도 있다. 외국에서도 궁에서는 과한 노출을 금하는 등 규정이 있다”며 “다른 성별의 한복을 입는 것도 한복을 즐기는 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그 장소가 정궁이라면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씨는 “남자가 재미로 소위 ‘어우동 한복’을 입는 것과 달리 이번에 이슈가 된 분은 분명 억울한 부분이 있어보인다”며 “입장 관리를 하는 분들이 유연성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드는 문화재청 측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경복궁 측은 “한복 무료입장은 아름답게 잘 입은 한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시선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한복을 바꿔 입는 것은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무료입장에 제한을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화재청 측은 “관람에 지장을 주는 복장에 대해서는 제지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관람객의 복장 규정은 없다”며 “한복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있고, 최근 논란이 된 남녀 한복 바꿔 입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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