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끊긴 새누리 쇄신 모임, 초선 모임이 대신할까
정종섭 주도로 모인 초선, '계파 초월 쇄신모임' 발족키로
전문가 "대선 앞둔 친박의 세 불리기"
새누리당 내 쇄신모임이 20대 들어 실종된 가운데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친박 성향 초선 의원들이 초선 모임을 발족키로 합의했다. 당내 의사소통 활성화와 계파 청산을 내걸었지만 '친박 세 불리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 의원 등 초선 의원 15명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개혁쇄신 초선 모임(가제)'을 갖고 초선 전원이 참석하는 모임을 발족하는 것에 뜻을 모았다. 모임을 주도한 정 의원은 모임 이후 취재진과 만나 "초선 모임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매주 수요일 조찬 모임 형식으로 만나 모든 사안에 대해 제한 없이 얘기하고, 당내 의사소통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전제는 이것이 새로운 세력화라든지 파벌이 돼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당내 계파가 있다면 그것을 청산해야 한다는 그런 흐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교일 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나면 정식으로 모임이 발족될 것"이라며 "정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고 친목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임에는 이들 뿐 아니라 강효상·유민봉·추경호·민경욱·김종석·전희경 의원 등 18명이 참석했으며 모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의원까지 더하면 총 28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계파를 초월한 전체 초선의원 모임을 발족해 정치권에 새로운 쇄신과 혁신, 정치적 혁명을 일으키고 한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 모임은 20대 들어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시피 한 쇄신 모임의 부활을 연상케 한다.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 때부터 쇄신 모임을 가져온 바 있다.
그 첫번째는 '남원정'(남경필 경기도지사·원희룡 제주지사·정병국 의원)으로 대표되는 소장파 의원들이 16대 국회에서 만든 '미래연대'다. 여기엔 원내 인사가 19명에 달했고 원외 지구당위원장도 10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당 총재 1인의 보스 정당체제를 민주적 집단지도체제인 최고위원회를 도입하는 일에 앞장섰고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게 패한 이후 활력을 잃었고 17대 총선을 전후해 해체를 선언했다. 그 후 당내 쇄신 그룹은 수요모임(17대)·민본21(18대)·아침소리(19대) 등으로 명맥을 이어오긴 했지만 영향력이 서서히 줄었고 쇄신의 강도가 점차 약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20대에 들어서는 이학재·황영철 의원 등 당선자 8명이 '새누리당 혁신모임(새혁모)'을 결성했지만 2주 만에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쇄신한다지만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싸늘
발족될 초선 모임이 19대 '아침소리'의 뒤를 잇는 새로운 쇄신 모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대체로 외부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모임을 주도한 정 의원이 총선에서 이른바 '진박 마케팅'을 통해 국회에 들어온 터라 계파 색채를 없애기 힘들 거란 우려가 많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선을 앞두고 (친박) 세력화의 초기 단계"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초선끼리 모임을 구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면서도 "정 의원은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나"라며 계파 색채를 우려했다.
이어 "의원 간 모임이라는 게 공부의 성격을 갖기도 하고 혁신의 성격을 갖기도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정기국회 이후 곧 대선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데 코너에 몰린 청와대를 지켜내면서 친박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에 대한 역할을 고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정치평론가도 "20대 들어 당 쇄신 요구가 당 안팎에서 있지만 전혀 쇄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그런 모임조차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초선 모임이 발족되면 잠깐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초선 의원 중에서도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많아 친박 세 불리기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칫하면 친박 결사체가 될 우려도 있다"며 "향후 각종 당내 사안에서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혁신모임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권 말기로 갈수록 혁신의 소리가 많이 나와야 하는 건 맞지만 정 의원은 한계가 있는 사람"이라며 "오히려 개혁이 아니라 보수를 주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당내 의사소통 활성화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의사소통에 청와대가 중심이 돼 있는데 당내에서만 활성화한다고 되겠나"라며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