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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거나, 뛰거나, 숨쉬거나…정치인의 건강관리법


입력 2016.10.23 07:07 수정 2016.10.23 07:07        전형민 기자

'단전호흡'부터 '등산'까지 제각각…공통점은 '부지런함'

#1.
미국 대선에서 때아닌 건강 논란이 화제가 됐다. 68세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선 행보 도중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으로 휘청거리는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힐러리의 상대인 트럼프 후보는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심지어는 대역을 썼다는 음모론까지 퍼져나왔다.

#2.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차기 유력 대권후보로 손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나이와 관련 이미 정치권에서는 건강 문제가 한 차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반 총장은 1944년생으로 올해로 72세다. 반 총장은 이를 의식한 듯 "하루도 아파서 결근했다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이 없다. 체력같은 건 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당의 대표나 대선후보급 정치인들에겐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쓰는 것은 익숙하다. 정치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현장을 찾고 대중과 소통하는 게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후보나 당 대표 등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정치인들은 하루에도 서울과 지방을 두세번씩 왔다갔다하기도 한다. 젊고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도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쓰고, 전국을 무대로 움직이는 것은 체력적으로 부담되는데 그렇게 몇 달 혹은 몇 년을 사는 정치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일정뿐이 아니다. 저녁자리는 물론, 점심자리에서도 술 한 잔은 예사다. 특히 정치인에게 식사시간은 사적인 휴식시간이 아닌 민원인을 만나는 또 다른 업무다. 식사시간조차 '업무의 연장'인 만큼 이 시간에도 긴장을 풀 수 없다.

따라서 정치인의 건강문제는 언제나 상대방에게는 공격거리로 당사자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스스로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혹은 자기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드러내거나 자신의 건강관리비법을 밝히기도 한다. 정치인의 건강관리법은 무엇이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 입문 이후 단전호흡 등으로 체력을 단련해왔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엔 자신의 미니홈피에 단전호흡 체조를 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DB

이것은 그냥 숨쉬기가 아니다. '단전호흡'

대한민국 의전서열 1위 박근혜 대통령의 건강관리법은 '단전호흡'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분 단위로 짜인 강행군 일정을 단 한번도 취소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철체력'이다. 박 대통령은 이같은 강철체력의 비법으로 단전호흡을 손 꼽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매일은 못하지만, 아침마다 단전호흡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 "단전호흡을 시작하면서 위와 장도 편해지고 온몸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고 단전호흡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걷기 운동 애호가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걸으며… 생각하며… '걷기'

걷기는 특별한 장비나 경제적인 비용 없이도 할 수 있어 가장 안전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거의 모든 이들이 하기 쉬운 운동이고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 및 체지방률 감소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걷기운동 애호가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다. 박 비대위원장은 하루 일정을 거의 매일 '걷기'로 마무리한다. 자택이 여의도에 있는 탓에 여의도공원은 물론, 강변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을 걷기도 한다. 해외나 지방 일정이 있더라도 일정을 마치고 반드시 숙소 근처라도 걷는다.

박 비대위원장 측은 "꽤 오래 전부터 걷기를 항상 해왔다"면서 "걸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만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자택에 있는 싸이클머신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난 8월28일 무등산을 등반하며 등산객과 사진을 찍고 있다.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달리기'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의 건강관리법은 달리기다. 안 전 대표는 일주일에 3~4일 자택 근처 중량천변을 5km 가량 부인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 뛴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때는 1km를 7~8분에 주파했으나 최근엔 6분대로 주파할 만큼 체력이 붙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8월말 전남 방문 일정중 아침 일찍 무등산을 오르며 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당 소속 호남지역 국회의원들과 기자, 지지자등 200여명은 안 전 대표의 잰 걸음을 따라가지 못해 불평 아닌 불평을 토해내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특히 IT분야 전문가답게 스마트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마트밴드를 사용해서 그날그날 자신이 뛴 거리와 코스 등을 꼼꼼히 챙긴다. 무등산 등반 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스마트밴드를 보여주며 "(무등산 등반으로) 93층을 올라간 것으로 나온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마라톤이 취미인 국회의원도 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제 유일한 취미가 마라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현실 정치를 마라톤에 종종 비유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김 의원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와서 페이스메이커인 내가 우승할 것 같다"고 말했다.

러너스 하이란 극한의 유산소성 운동을 하는 선수들에게 몸에서 보상의 일종으로 베타 엔도르핀 등의 마약성 물질이 체내에서 분비되는 현상으로 상당량의 글리코겐을 소진하며 한계치까지 달릴 때 어느 순간 숨 찬 것도 가시고 몸이 날 듯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일컫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등산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 도중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문 전 대표. 사진 페이스북 캡쳐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등산'

등산은 많은 정치인들의 취미다. 산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회의원의 한 보좌진은 "가장 대중적일 뿐만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고 큰 결단을 내리기 위해선 산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과거 '등산정치'의 시초라고 불리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1년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후 '민주산악회'를 조직해 산에서 시국을 토론하곤 했다. 나중에 '민주산악회'는 김 전 대통령의 최대 사조직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20일 정계복귀를 선언한 '돌아온 야전사령관'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은 2년 3개월여 강진 생활 내내 백련사 뒷길 토담집에 기거하며 만덕산을 오르내렸다. 손 전 고문은 최근의 강연이나 기자회견에서도 만덕산에서 바라본 남해를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등산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지난 7월 등산 마니아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히말라야도 두 번째로 다녀왔다.

건강관리 힘쓰는 정치인, 공통점은…

정치인의 건강관리법은 제각각이다. 어떤 인물은 전혀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건강한 반면 운동을 하다가 도리어 다치는 사람도 있다. 각자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부지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서 다시 침대에서 잠들 때까지 스케쥴이 빡빡하게 짜여있는 정치인들이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따로 더 시간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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