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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는 일종의 '깃발정책'…증세 신중해야"


입력 2016.10.25 18:35 수정 2016.10.25 18:56        장수연 기자

예산결산특위,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공청회 개최

"법인 세 부담 너무 낮다…과세 강화돼야" 주장도

김현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열린 국회 예결특위에서 201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5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예산결산특위,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공청회 개최
"법인 세 부담 너무 낮다…과세 강화돼야" 주장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5일 2017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여야 의원들은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누리과정 예산 편성 등에 대한 이견을 보여 순탄치 않을 예산안 심사 과정을 예고했다. 찬성 측은 과세 형평성과 복지재원 확보를, 반대 측은 기업의 투자위축과 해외 이전 등을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이날 오후 열린 예결특위 공청회에서 야권의 쏟아지는 '법인세 인상' 주장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법인세는 국가가 기업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할 의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깃발정책'으로서 세율인상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상 주요국의 법인세 인하 추세에 대응해 조세경쟁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야정은 법인세 세율 인상을 두고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현재 최고세율 22%인 법인세율을 24%(국민의당) 또는 25%(더불어민주당)로 상향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세계 어느 나라도 법인세를 올리는 곳은 없다"며 세율 인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세율을 올리면 기업의 임금 투자 여력이 줄고, 세금이 물건값으로 전가되며, 국내기업이 해외로 옮길 것이라는 게 여당 반대 논리의 핵심이다.

윤 교수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브렉시트, 보호무역주의, 신고립주의 확산 등으로 국가 간 경쟁이 가속화될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국경의 제약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소득분배목표를 위한 주요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만우 고려대학교 교수 또한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면서 윤 교수와 같은 기조에 섰다. 그는 "국제적 추세와 동떨어진 법인세 인상을 또다시 강행할 경우 국제 사회의 경계대상이 될 것"이라며 "예상 밖의 법인세율 인상은 투자유치에 부정적인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법인세를 올려 일자리 예산을 짜내기보다는 법인세제의 합리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재정운용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법인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이를테면 부동산관리법인과 같이 고용을 통한 인건비 지출은 거의 없고 개인적 사용이 의심되는 차량유지비와 접대비가 손금(지출금액)에 포함된다"며 "이런 손금이 임대수입에서 차감되면 법인세가 줄어든다. 순수 인건비를 수입금액과 비교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는 차량유지비나 접대비 등의 손금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법인세율을 인상하기보다는 법인세제를 고용중심으로 개선하면서 세수를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부가가치세의 정비를 언급하기도 했다. 부가세의 면세 대상이 과다하다는 것이다. 부가세의 세율을 올리기 전 면세 부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부가세 세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며 "그러나 갑자기 닥칠 통일비용에 대비해 부가세 세율의 여유를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부가세 면세 대상이 과다한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유찬 홍익대학교 교수는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법인세율이 너무 낮아서 개인사업자에 비해 법인의 세 부담이 너무 낮다"며 "기본적으로 법인세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세수 부족이 아니라도 형평성 차원에서 과세가 강화돼야 하는 분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와 감세는 대체로 잘못된 분야에서 이뤄졌다"며 "민주주의 정치를 구현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으로 부자만을 옹호하는 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유인과 외국자본유인효과가 있다는 것은 매우 얇은 실증적 근거 위에 서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은 법인세를 투자 적지 결정요인에서 매우 후 순위로 둔다. 법인세는 개별 기업보다도 전경련이나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같은 대리인들의 관심사항”이라고 말했다.

윤영진 계명대학교 교수도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대안은 과세 여력과 경제 위기 극복 차원에서 증세수단으로서 필요한 정책대안"이라며 "정부가 추진해온 부자 감세 정책으로 대기업들은 세금을 덜 내고, 중견·중소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세 없는 복지'라는 시대정신과는 맞지 않는 정책 기조로 인해 재정규모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재분배 규모(조세 및 이전소득)를 확대하고 보편복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서도 첨예한 대립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시작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에 대해 정부·여당은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작정이지만, 야당이 정규예산 편성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핵심은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 부담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재원으로 한 특별회계로 충당할 것인지 사이의 선택이다.

김철회 한남대학교 교수는 “누리과정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 수단으로 총액을 중앙정부가 부담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 입장에 섰다. 반면, 윤희숙 교수는 “지자체가 누리과정을 편성할 여력이 있다”며 “일부 교육감들이 정치 쟁점화했다”며 새누리당 입장을 옹호했다. 이어 윤 교수가 "누구에게 물어봐도 중앙정부와 교육감의 당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하자 예결위 간사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의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논쟁하자는 것은 아니고 진술인 발언 중에 교육감하고 정부하고 당이 달라서 갈등이 있다고 하는데 교육감은 당적을 가질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예결위는 오는 26~28일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대상으로 종합정책질의를 하고, 내달 30일까지 부별심사와 소위원회 심사 등 예산심사를 이어간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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