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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커져가는 지도부 불신임…비대위 코앞?


입력 2016.11.07 21:30 수정 2016.11.07 21:33        장수연 기자

최고위원단 9명 가운데 2명 사실상 공석인 셈

비박은 비주류 지도부 별도로 만들겠다며 압박

새누리당 최고위에서 유일하게 비박계 최고위원인 강석호 최고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힌뒤 뒤돌아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고위원단 9명 가운데 2명 사실상 공석인 셈
비박은 비주류 지도부 별도로 만들겠다며 압박


집권여당에 두 개의 지도부가 생기는 초유의 '이중권력' 상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단 가운데 유일한 비주류인 강석호 최고위원이 7일 공식 사퇴를 선언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부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기로 해 현 지도부가 와해되고 있지만 이정현 대표는 여전히 사퇴를 거부했다. 비박계 중진들은 별도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 지도부에 대해 '불신임'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분당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부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당 지도부는 이제 새로운 인물로 구성하고, 심지어 당명과 로고까지 바꾸는 뼈를 깎는 혁신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 돌아선 민심을 다시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도 "원내사령탑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최고위에 나가 앉아있는다는 것 자체가 좀 어색하다"며 이날부터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최고위원 9명 가운데 2명이 사실상 공석인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 대신 취재진들과 별도의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기존 의견을 유지하면서 지도부의 갈등 사태에 더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원내대표는 "여당이 이 국면 이후 과연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이 4 ·19혁명 직후 자유당이나 10·26 직후의 공화당이 되지 않으려면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재창당론에 불을 당겼다. 다만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서 매정하게 끊고 가기가 매우 어렵겠다 싶었다"며 지난 3개월 간 '투톱'을 이뤄온 이 대표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비박계 중진의원들은 '망명정부' 형태의 비주류 지도부를 별도로 만들겠다며 현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회동에서 "적어도 이번주 안으로 지도부 사퇴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따로 당 지도부 역할을 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영철 의원은 "현 지도부를 더 이상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임시내각 혹은 망명정부 형태의 지도부를 따로 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박계만으로 이뤄진 현 지도부를 불신임하고 비주류를 대표하는 협의체를 별도로 꾸릴 경우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저에게 조금만 위기관리의 시간을 허락해달라"며 "오래지 않아, 절대 머지않아,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사태가 수습돼 지도부 진퇴를 결정할 때까지 이 대표 중심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이장우·최연혜 최고위원 등도 당장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도부 퇴진이 가시권으로 들어오자 당내에선 벌써부터 누가 기울어져가는 새누리호의 키를 잡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이력에 빨간 줄이 그어질 수도 있지만 사태수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면 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는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병국·주호영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외곽에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거론된다.

이날 '긴급 중진회의'에 참석한 한 비박계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벌써부터 비대위원장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섣부르다"며 "현 지도부 퇴진,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지명 철회, 야당과의 협상을 위한 대통령 탈당 등이 현실화돼야 당내에서도 자연스럽게 비대위를 어떻게 꾸릴 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좋을지, 외부에서 명망있는 분을 모셔서 수장으로 세우고 우리가 보필하는 것이 좋을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비박계 의원도 "일단은 지도부 퇴진이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아직은 당내 비주류가 비대위원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친박계 지도부를 비토해 당내 주도권을 비주류 쪽으로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계파 간의 갈등이 또다시 재연되지 않기 위해선 당 상임고문 등 원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본보에 "비주류 의원 중 누군가가 비대위원장 후보로 나온다면 청와대와 강성 친박계의 반대가 거셀 것"이라며 "당의 원로가 비대위를 맡아야 계파 간 갈등이 중재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현직 의원이 아닌 경우 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야당과 협상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지 않겠냐는 것이다. 총선 참패 이후 영입한 김희옥 비대위원장도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 끼어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지적이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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