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감독은 자타공인 한국농구가 배출한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아마추어 농구대잔치 세대와 프로 1세대 멤버로서 이 감독은 실력과 인기, 성적을 모두 거머쥐며 누구보다 복 받은 농구인생을 걸어왔다.
반면 선수가 아닌 지도자 이상민으로서의 행보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현역 은퇴 이후 4년 동안 코치를 거쳐 친정팀 삼성의 감독으로 고속승진을 할 때까지만 해도 순탄한 길이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삼성은 당시 이미 과거의 영광을 잃고 암흑기를 전전하던 시절이었다. 이상민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해 11승 43패(승률 .204)의 성적을 올리며 최하위로 추락하는 쓴맛을 봤다. 스타 선수는 훌륭한 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스포츠계의 징크스를 답습하는 듯 했다.
다행히 삼성은 지난 시즌부터 조금씩 명가 재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태영, 리카르도 라틀리프, 주희정 등 검증된 선수들을 영입하며 2015-16시즌 5위에 올라 3년만에 플레이오프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전년 대비 승수는 무려 +18승(29승 25패)이나 상승했다.
감독으로 첫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지만 이상민 감독의 지도력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팀의 원투펀치이던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삼성 입단 전까지 모비스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과 비교가 됐다.
동일하게 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도 6강 진출 정도에 만족해야했던 이상민 감독의 용병술은 오히려 선수구성에 비하면 아쉬운 성과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런 면에서 올 시즌은 삼성이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은 현재 6승 1패로 디펜딩챔피언 고양 오리온과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비록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2010년 내내 중하위권을 맴돌던 삼성의 선두 질주는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4연승을 달리는 동안 연장접전과 3점차 이내의 어려운 승부에서 뒷심이 좋아졌다는 점은 지난 몇 년간과 뚜렷이 달라진 부분이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새롭게 합류한 이적생들이 팀에 승리 DNA를 불어넣고 있다.
우선 몇 년간 슬럼프에 허덕이던 국가대표 포인트가드 김태술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후 환골탈태했다. 포워드와 가드를 넘나드는 ‘작은 탱크’ 마이클 크레익은 독특한 개성과 플레이스타일로 벌써 화제의 중심에 오르내리고 있다. 약점으로 꼽히던 3점슛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며 삼성은 올 시즌 프로농구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삼성은 지난 2005-06시즌 챔피언 결정전 이후 11년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같은 계열사인 프로야구와 축구도 올 시즌 나란히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체면을 구긴 가운데 농구는 스포츠 명가 삼성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
이상민 감독도 올 시즌 지도자 커리어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 감독이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농구인생의 2막을 써내려 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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