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후 기다리는 민주당, 탄력 받을까?
"총리 하마평 거론하면 청와대에 밀려"…대통령 권한 두고도 당내 파열음
모든 결정을 촛불집회 예정된 12일 이후로 미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파문으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격한 내홍에 휩싸이면서, 야당이 국정 운영 및 정국 수습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수습 방안에 대해선 민중 총궐기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된 오는 12일 이후로 모든 결정을 미뤘다.
야당으로서는 청와대가 수용한 '국회 추천 총리' 카드가 편치 않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의 권한 범위와 대통령의 내정 불간섭 약속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후보 추천 과정에 돌입할 경우, 총리 카드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려는 청와대의 전략에 말려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야당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을 차기 총리 후보로 염두에 뒀다는 내용이 보도되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전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비공개 의총에선 우상호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총리 권한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한 상태인데 야당에서 하마평부터 나오는 건 도움이 안 된다"며 "언론에 총리 후보를 거론하지 마시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대로 국회 추천 총리에게 조각권(내각을 구성할 권리)을 부여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현 정국 상 결국 야당이 추천하는 후보가 총리로 선출될 것인데,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사태의 뒷수습을 맡았다가 책임론에 발목이 잡힐 거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2선 후퇴 범위를 두고선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혼선을 빚으며 파열음까지 냈다. 우 원내대표는 현실 가능성과 ‘국군 통수권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한’이라는 법적 근거를 고려해 대통령의 외치 권한은 용인해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추미애 대표는 “내치는 물론 외치까지 손을 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우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개인 의견”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추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 제1조 2항이 적힌) 뒤에 있는 자막으로 말씀을 대신하겠다”며 침묵시위를 선보였고, 10일 의원총회에서도 “하나의 실수로 만약 저쪽에 빌미를 주어서 시시비비를 못 가린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우회적으로 우 원내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총리 추천을 미루면서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촛불민심만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내에선 하야 촛불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탄핵 여론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국정조사와 별도의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로 공세 방향을 정확히 하자는 지적도 나온다. 국조와 특검으로 실제 혐의를 얻어내 중도층까지 탄핵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도록 여론전을 펼치는 등 당력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당내에는 박 대통령이 직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탄핵 또는 하야 촉구, 거국내각 구성 등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여전히 합의가 어렵다. 강경노선에선 민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정략적 판단들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야당이 요구하는 방식의 2선 후퇴를 끝까지 거부해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할 경우, 그 이후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뚜렷이 정해진 바가 없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정권퇴진 운동 이후 시나리오를 묻는 질문에 “기존 대답으로 대신하겠다”며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국무위원 사퇴 또는 대통령의 외치 권한까지 정지시키는 것이 당론이냐는 재질문에도 “당 대표 말씀으로 갈음한다”고만 했다.
당 공보 라인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퇴진 민심에 제대로 부응 못한다고도 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래도 1당인데 일반 국민들보다는 한발 더 나아간 제도적인 걸 내놔야 한다고도 하니 당에서도 고심”이라며 “솔직히 12일 집회 이후에 판단을 해보자는 상황이라 그때까지는 다 미뤄두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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