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새누리당, 반격 카드는?
야당 내 엇박자, 트럼프 승리로 국면 전환 노리는 여권
'최순실 파문'으로 새누리당이 궁지에 몰렸다. 계속해서 당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당 내부에선 '이정현호' 해체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도무지 해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어떤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을까.
새누리당의 내분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미 심리적 분당의 경계를 넘어섰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한지붕 두가족'이란 말이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증명하듯 친박계와 비박계는 최근 각자 세몰이 여론전을 펼치며 충돌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심재철·정병국·나경원·권성동·김재경·김성태·김학용 등 비박계 중진들이 결성한 '긴급 현안 대책 중진 의원 모임'과 초·재선 중심인 '최순실사태 진상규명과 국정정상화를 위한 의원 모임'(진정모)은 전날(9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당 해체 후 재창당'에 합의했다. 이는 모두 비주류로 불리는 의원들이 모인 집단이다. 이들은 오는 13일 원내외 및 당 소속 시도지사까지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를 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현호'의 유일한 비박계 최고위원으로 몸을 담았던 강석호 의원은 최근 직을 던진 이후 계속해서 현 지도부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비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 역시 여기에 힘을 싣고 있다.
친박계는 그동안 공개 행보를 자제해왔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를 찾아 국회추천 총리를 수용할 뜻을 밝힌 이후 공세적으로 자세를 전환했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표가 '대통령 탈당'을 거론한 것을 두고 "발언을 조심해 달라"고 경고했다. 이장우 최고위원도 "당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하는 발언들은 당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비박계를 겨냥했다.
또한 재선 중심의 친박계는 이날 여의도 모처에서 비공개 모임을 갖는 등 계파전을 위한 진지 구축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을 향한 국민적 비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당내 갈등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질 줄 모르는 상황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원내대표를 지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김 전 의장은 10일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참 안타깝다. 내가 몸담았다가 나온 정당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맞지 않지만 지금은 아주 누란의 위기이기 때문에 한 마디 드린다"며 "이정현 대표의 입장은 내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누구를 위해서 지금 그 자리에 있는지 우리 이 대표가 잘 좀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처럼 간다면 굉장히 불안해진다"고 우려했다.
또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지금 국민으로부터 이렇게 불신 받아온 적이 역대에 없지 않느냐. 그럼 2선 후퇴를 해야 되는 것"이라며 "지금 한시가 급한데 언제까지 요구만 하고 있을 거냐. 국회와 정당은 무슨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나되지 못하는 야당, 트럼프 당선이 새누리의 탈출구 될까
여러모로 처한 상황이 좋지 않으면서 새누리당은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특별한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야당이 국정 운영 및 정국 수습의 주축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그러나 야당이 대통령의 2선 후퇴 범위를 두고 지도부 간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이며 여당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속으로 웃음 짓고 있을 법하다.
현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은 원내대표는 현실 가능성과 '국군 통수권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한'이라는 법적 근거를 고려해 대통령의 외치 권한은 용인해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지만, 같은당 추미애 대표는 "내치는 물론 외치까지 손을 떼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수용한 국회추천 총리 역시 야당으로서는 편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초 야당은 국회추천 총리가 거국내각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신임 국무총리의 권한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총리 후보군을 내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하야 여부를 놓고선 야당 대권주자들이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표나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역풍을 우려해 하야를 반대하고 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2선으로 물러나 식물 대통령이 될 바에 하야 국면으로 몰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야당이 현재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맞이하고도 갖가지 사안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계속해서 이견을 보이면 박 대통령에 대한 공세 분위기가 꺾이게 되므로 대여 압박수단을 놓고 전열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야당 안팎의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의 분열은 여권에겐 곧 호재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개헌특위, 특검, 거국내각, 국정조사, 국회추천 총리 다 받았다. 더 이상 뭐가 남았나?"며 "우리는 성의를 다해서 야당과 협상했지만 야당은 자고 일어나면 다른 조건을 내걸었다. 언론과 국민들이 판단을 해줄거라 생각한다"고 야당을 역으로 압박했다. 앞으로도 야당이 계속해서 주춤할 경우 여당은 이를 물고 늘어져 반등의 기회를 엿볼 공산이 크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 역시 새누리당을 포함한 보수층이 결집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가 후보시절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내에서도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계파 갈등 역시 소강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
미 대선 결과 발표 직후 친박계는 당내 분열에 집중하기보다 야당의 국정 안정화 협조 요구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국면 전환'을 꾀했다. 지도부 사퇴를 강하게 주장하던 비박계는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이와 관련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여당 입장에서는 미 대선 결과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당내 갈등은 당분간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새누리당이 국민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맞은 것은 분명하나 최근 국내외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 새누리당에게 약간의 '모멘텀'을 허락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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