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 이탈' 선언한 정진석, 독자행보 꿍꿍이는?
계파 활동 원천무효하고 선수별 모임 활성화 유도
계파 활동 원천무효하고 선수별 모임 활성화하는 방안 제안
새누리당이 이정현 대표의 퇴진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가 해결사를 자처하며 또다시 독자행보에 나서고 있다. 전날(10일)까지만해도 '당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언한 정 원내대표는 11일 당내 계파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초·재선 의원들을 불러 모아 모임을 주도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관 2층 새누리당 원내대표실과 정책위 회의실에는 각각 초선 의원들과 재선의원들이 모였다. 초선 간담회에는 김현아·김순례·조훈현·성일종·신보라·정운천·이종명·민경욱·추경호·정태옥·이만희·이양수·정유섭 의원 등 약 30명의 의원들이 모였다. 재선 간담회에는 이우현·유의동·홍철호·김명연·주광덕·박맹우·정양석·이은재·박인숙·오신환 등 약 20명의 의원들이 자리했다.
정 원내대표는 간담회를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당 내홍 사태 수습책의 하나로 계파갈등으로 비춰지는 활동에 대해서는 원천무효로 하고 선수별 모임을 통해 당의 소통 구조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각각의 모임에서는 초선 의원 간사로 박완수·정운천 의원이 선출됐고 재선 의원 간사로 박덕흠·유의동 의원이 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는 초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는 당 수습 방안과 관련한 로드맵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며 "또 앞으로 초선 의원들은 계파 모임으로 오인 받을 수 있는 모임에는 절대 참여 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이른바 계파 갈등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활동은 원천 무효이고 이제까지 그런 모임에 서명한 것도 원천무효"라며 "앞으로 선수 모임을 통해 의견을 집약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초선 모임 간사로 선출된 정운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초선들이 확실히 계파 없이 선수(選數) 모임으로 가는 게 당 발전을 위해 좋겠다"며 "(매주) 수요일 당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할 때 초선 의원의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우리 초선 모임에서는 각 계파가 한쪽으로 얘기한 것에 대해 다 무효로 하고 앞으로 선수 모임 중심으로 간다"며 "(초선) 46명 중 30명이 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재선 모임 간사로 선출된 박덕흠·유의동 의원도 브리핑을 통해 "재선 의원 37명 중 22명이 오늘 논의에 참석했다"며 "지도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당 지도부 면모를 일신하기 위한 일정과 방법을 내놓고, 재선 모두가 당 화합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초·재선을 나눈 이유는 최근 당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 너무 많은 의원이 모이면 의견을 좁히는 데 비효율적이란 생각"이라며 "일단 선수별로 의견을 좁혀서 어느 정도 방향과 거리가 좁혀지면 그때 의총이라는 기구를 통해 당의 입장을 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에 일정과 방법을 내놓으라고 한 것이 사퇴시한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사퇴시한이라기보다는 일정을 내놓아야 한다"고 답했다.
정 원내대표가 계파 모임 해체를 주장하며 선수별 모임을 주도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현 지도부의 중심인 이정현 대표를 무력화시키고 본인이 당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계파별 모임을 해체하자는 것은 진즉부터 나온 이야기며 공자왈에 불과하다"며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이 그새 태도가 바뀌어 대표가 해야할 일에 발벗고 나서는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임의 결정에 따라 당내 초재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진정모) 활동과 비주류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모임이 기존 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재선 모임 간사로 선출됐지만 진정모 활동을 하고 있는 유의동 의원은 "진정모는 계파모임이 아니다"며 "진정모는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당의 입장이나 방향성이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명확한 입장을 달라는 취지로 만든 것이고, 저는 진정모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3일로 예정된 비상시국회의와 관련해선 "그것은 전체 재선 의원들의 뜻을 모아서 모임이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부는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정모 간사인 오신환 의원도 진정모에 대해 "우리는 계파 모임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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