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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지방 행보서 '짐승' 등 강성 발언 쏟아낸 안철수


입력 2017.02.16 15:52 수정 2017.02.16 16:06        전형민 기자

'서부권벨트' 행보에서 엿보인 '강철수'의 모습

기자 질문에 피하기보단 자기생각 밝히며 '자신감' 보여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4일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찾아 4차산업혁명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부권벨트' 행보에서 엿보인 '강철수'의 향기

'강철수'가 다시 돌아온 것일까.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3박4일 간의 '서부권벨트' 행보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독설'을 쏟아내는 등 이른바 '강철수' 행보를 선보여 관심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불안하다'는 주변의 시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봤다.

'강철수'의 모습은 지난 지방 일정 첫 날인 광주에서부터 나왔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뉘앙스로 대담집을 펴낸 것을 두고 "동물도 고마움을 아는데 그렇게 말한 것은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며 이른바 '짐승' 발언을 쏟아냈다.

안 전 대표는 "제가 후보를 양보한 이후에 40차례가 넘는 전국 지원유세와 3차례 합동유세를 했다"며 "같은 당도 아니고 경선을 치러서 진 것도 아니고 당에 지분을 요구하거나 어떤 조건도 요구한 적 없음에도 최선을 다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을 끝낸 안 전 대표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14일에는 대전에서 '충청의 맹주'로 떠오르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향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안 지사의 지지세가 강한 대전에서의 첫 행사가 끝나자마자 가진 대전에서의 첫 발언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비록 질문 자체가 제대로된 사실이 아니었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4차산업혁명을 미래부가 주도해서 이끌어야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이어진 질문에는 "낡은 사고방식에 불과하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15일 청주에 위치한 충북도청에서 가진 충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는 "대선 후보 비교표를 만들면 누가 몇 전 몇 승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선거에서 연패했었던 점을 콕 집어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실패 이유는 계파정치, 패권정치 때문"이라며 "그런데 다시 또 다른 계파정치로 옮겨갈 수 없지 않는가. 그것을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에 대해서는 "끼리끼리 나눠 먹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15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방명록에 '나라를 위한 숭고한 뜻을 자강안보로 지켜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기자 질문에 피하기보단 자기 생각 밝히며 '자신감' 보여

지방일정 내내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예정됐던 각 지역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역 현안에 대해 자신있게 자기의 정책을 설명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충분한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정된 질문시간을 넘겨가면서까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광주전남 언론인 초청 토론회에서는 '짐승 발언이 생각보다 세다'는 지적에도 "저는 갈수록 세집니다"라며 웃어넘겼다. 과거엔 대답하지 않았을 법한 '윤장현 광주시장 전략공천으로 인한 광주시민들의 상처' 문제에 대해 "그 당시에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윤 시장님이 시민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면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과거였다면 얼버무렸을 질문이다.

전북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선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평가에 대해 "정치는 항상 적극적으로 왜곡하는 상대방이 있다"며 "(상대편이) 결단을 유약하다며 흑색선전으로 왜곡하고 있다"면서 "대선 후보를 양보하는 것은 대승적인 결단이고 심약한 사람은 못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야권 대선 후보를 줄다리기를 하던 문재인 전 대표를 '심약한 사람'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강철수' 행보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독철수'라며 반겼다. 박 대표는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며 "'독철수'가 된 것은 잘했다"고 안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안철수 전 대표가 15일 자신이 교편을 잡았던 카이스트를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불안' 이미지 극복 위해 '자신감' 내비치는 안철수?

정치권은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자신감'을 통해 '불안하다'는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하차로 갈 곳 잃은 지지층을 안 전 대표 자신이 아닌 안희정 지사가 흡수한 것을 두고 "안철수 전 대표는 불안하다는 이미지가 있다"는 지적을 극복하려는 것으로 본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주장해온 '포스트 탄핵안 인용' 상황의 어젠다 선점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안 전 대표는 그동안 "지지율은 정치 상황에 따라 변동한다"면서 '탄핵소추안 인용 후' 어젠다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번 지역 행보에서 지역별 맞춤 정책구상을 내놓은 것은 이 같은 주장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미지의 쇄신'이라기보다는 "평소 자신의 생각과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고 "스스로의 다짐과 독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짐승'발언은 캠프차원에서 준비된 메시지가 아니라 스스로 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짐승 발언' 당일 안 전 대표와 만찬을 함께한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묻자 안 전 대표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요'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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