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5,564:0 강요하는 한국 사회가 과연 정상인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동시 이룬 자랑스런 역사 평가
국정화 포기에도 연구학교 허용 않는 좌파집단에 분노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등학교(경북 경산)의 지난 2일 입학식이 신입생과 학부모 150여명의 시위로 인해 취소되었다. 이날 ‘연구학교 지정 철회 학부모 대책위원회’는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대구지법에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9명의 위원 중 2대 7로 반대가 많이 나오자 교장이 학부모를 불러 20∼30분 동안 설득한 다음 다시 표결해 5대 4로 학운위를 통과시켰다"며 "이는 회의 규칙에도 어긋나는 불법이다"고 주장했다.
문명고의 연구학교 신청과정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유감이다. 그러나 설사 절차상의 하자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날 입학식이 시위 없이 조용히 치러졌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전교조, 민노총, 민변 등 외부단체들은 절차상의 문제와 상관없이 적극 개입하여 반대를 부추기며 압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역사교과서 문제는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할 수 없는 좌우 이념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검인정교과서 저자 및 출판사 측 교육부 수정명령 불이행…국정화 자초
돌이켜보면 2015년 10월 대통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 이후 우리 사회가 국정화 ‘찬성’과 ‘반대’의 두 진영으로 나누어졌을 때 우리 모두는 매우 중요한 과정을 놓쳤다. 사용 중인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보지도 않은 채 우리는 찬반으로 갈라서기에 바빴던 것이다. 교과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한 채, ‘국정화는 독재의 연장’이라느니 ‘북한에서나 하는 국정화를 왜 하느냐’ 등의 유치한 반론만 무성했다. 지금도 ‘검인정 교과서를 개선하여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내용 개선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그 이유는 2015년 4월에 주진오 외 11인(원고)이 교육부장관(피고)을 고발한 행정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하고 9월에 항소심에서도 패소했을 때 이미 분명히 드러났다. 법원은 ‘검인정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라’는 교육부의 명령이 정당한 것이라고 판결하고 수정을 명령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 뒷부분 별지 40~56쪽에는 금성출판사,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 두산동아 가릴 것 없이 법원이 수정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으로 빼곡했다.
예를 들어 법원은 미래엔출판사 교과서 317쪽에 ‘제시된 자료는 6.25 전쟁의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북한의 기습 남침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교체 필요’하다고 적고, 친절하게 북한군의 정찰명령 제1호(1950.6.18.), 전투명령 제1호(1950.6.22.) 등을 추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문제가 많은 데도 저자와 출판사는 교육부의 정당한 수정 명령에도 일일이 저항하고, 법원의 명령 없이는 한 구절도 수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검인정교과서에서 처음부터 누락된 내용은 법원 수정명령도 소용 없어
백보 양보하여 법정에서 씨름해서 수정 명령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잘못된 내용 수정이 가능하다고 치자. 그러면 아예 처음부터 누락되고 언급되지 않는 내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틀린 것도 쉽게 고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빠진 내용을 추가해줄 것 같은가? 검인정 교과서를 개선하여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진실에 눈감는 위선자들이다. 내가 보기에 2015년 9월의 항소심 판결이 나왔을 때 대통령은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다음 달인 10월에 국정화 추진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판단은 옳았다.
검인정교과서, 태어나선 안될 나라에 잘못 태어난 것처럼 인식케
새로 나온 교과서는 좌파 무장독립투쟁에 치중된 편향된 서술 대신 다양한 독립운동을 좌우 균형을 맞추어 설명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애매하게 설명하여 우리나라를 태어나선 안 될 나라인데 잘못 태어난 것처럼 인식하도록 하지도 않는다. 짧은 역사 속에서 경제성장과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동시에 이룬 자랑스러운 현대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검인정 교과서처럼 성과는 과소평가하고 부작용을 과대평가하지도 않는다. 북한의 핵개발, 6.25 불법남침, 천안함 피격 같은 군사적 도발, 독재와 인권문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장차 통일국가 자유대한민국의 시민을 양성하는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검인정 교과서 저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수정을 애원하면 과연 그들이 이런 교과서를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하는가? 어림도 없다.
국정화·독점공급 포기에도, 단 하나의 연구학교도 허용 않는 집단주의에 울분
교육부가 이미 ‘독점공급’을 포기하고 검인정 교과서와 ‘혼용’하여 자유 경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마당에 시민사회의 사고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국정화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단 하나의 ‘다양성’도 허용하지 않으려고 국정교과서 보급을 끈질기게 방해하고 있다. 낯짝이 두꺼워도 너무 두껍다. 연구학교로 신청한 전국 3개의 학교 중에서 경북항공고(영주), 오상고(경북 구미)가 전교조 등 외부 단체 압박과 교내 일부 교사·학생의 반발을 이유로 신청을 철회했다. 이제 단 하나 남은 문명고 역시 같은 길로 가고 있는 ‘반문명적’ 상황에 울분이 치밀어오른다. 3년 전에 있었던 교학사 교과서 사태의 재판(再版)이며, 단 하나의 다양성조차 허용 않고 말살하려는 집단주의의 독재다. 전국 5,564개 중고교 중 문명고 단 하나가 남았는데, 이제 곧 5,564:0가 될 전망이다.
특단 대책만이 문제해결 가능하다는 인식…뒤늦게 '태극기' 들고 나온 이유
‘5,564:0’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동시에 5,564:0는 앞으로 대화나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범상하지 않은 특단의 해결책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위기를 감지한 사람들이 뒤늦게나마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이유 중의 하나다. 문명고 신입생 중 국정교과서 반대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용기를 내서 찬성 시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도 한 고등학교가 올해부터 국정 역사 교과서로 수업을 할 것이라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는 서울시 교육청의 비협조로 연구학교 지정이 여의치 않자 지정과 상관없이 올해부터 국정 교과서를 활용해 역사 수업을 한다는 방침이다. 곽일천 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검정 교과서와 국정 교과서가 같은 사안을 어떻게 다르게 기술하고 있는지 비교하면서 토론하는 기회를 주는 등 학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곽 교장의 소신을 높이 평가하며 성공적인 결실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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