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미 국무, 중국 '사드보복'에 "부적절하고 유감"

한미 공동기자회견 개최…"대북 전략적 인내 끝났다"

틸러슨 "한미 위협하면 행동 취할 것" 군사적 대응 시사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공동기자회견 개최…"대북 전략적 인내 끝났다"
틸러슨 "한미 위협하면 행동 취할 것" 군사적 대응 시사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한미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한 중국의 대(對)한국 경제 제재 조치와 관련,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한미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미국과 대한민국이 방어적인 조치인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중국의 반대를 알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인 보복 조치는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면서 "중국이 이러한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중국이 사드가 필요하게 만드는 위협, 다시 말해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발언 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중국의 조치의 부당성을 재차 언급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사드 배치 때문에 한국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굉장히 유감스러운 행동"이라며 "지역의 큰 나라가 다른 나라의 위협 때문에 자국을 방어하려는 조치에 대해 (보복하는 것은) 적절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한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할 것인지 묻자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도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북한의 심각한 위협에 대해 논의할 것이고, 중국이 무슨 조치를 취해야 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장관 역시 모두발언을 통해 사드 배치가 자위적이고 방어적인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장관은 "한미 양국 정부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의 결정으로 주한미군 사드배치를 추진해오고 있으며, 이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기인한 것으로서 특정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이고 방어적 조치에 대한 부당한 압박에 대해서는 양국 정부가 양자 차원에서,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분명하고 당당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함께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가능한 옵션을 모두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에 대해 지난 20년간 노력했지만 이는 실패했다"면서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이제 끝났다. 우리는 외교·안보·경제적인 모든 형태의 조치를 모색하고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구체적인 대북 옵션과 관련, "군사적인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만일 북한이 한국과 미군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의 위협 수준을 더 높인다면, 그래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된다고 하는 그 수준까지 간다면 행동을 취할 것"이라면서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밖에도 그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을 중단할 것으로 요청하고,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과 관련해 윤 장관은 "외교적인 압박수단이 하나의 큰 줄기라면 또 군사적인 억지방안도 또 하나의 커다란 기둥이 될 것"이라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공조를 하면서 북한의 이러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고통을 느끼게 하고 또 결과적으로 셈법을 바꾸게 하도록 하면서 다소 미진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