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구도 굳어질라' 네거티브 제동 건 안희정
"품격과 절제 있게 말하고 상대를 존중하자"
"문재인 반대가 아니라 안희정 위해 모인 것"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후보가 21일 네거티브로 불붙은 당내 경선전을 직접 진화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 반문재인(반문)' 구도로 가다간 자칫 경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저녁 멘토단 간담회에서 드린 말씀'이라며 "품위-품격 경선을 만들자"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문 후보의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 건은 군 복무를 성실히 했다는 애국심 강조 끝에 나온 발언이었다"며 "5.18 광주 정신을 훼손코자 한 발언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그가 하고자 했던 발언 취지를 의심치 않는다"며 "경선 캠페인이 네거티브로 흐르지 않도록 품격과 절제있게 말하고 상대를 존중하자"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의 표창 발언에 대해 "애국심에 기초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후보 본인의 소신과는 다르게 최근 안 후보 캠프 내에서는 상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캠프 의원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은 지난 20일 간담회를 열고 문 후보의 '강물' 발언을 "오물까지 다 쓸어서 잡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캠프 정책단장인 변재일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 후보의 대규모 자문그룹을 겨냥해 "1000명이 넘는 매머드급 자문단의 한분 한분이 훌륭한 건 맞지만, 보수와 진보 등 충돌되는 전문가들을 한 곳에 담아 놓았다"면서 "무엇이 무엇인지 혼란이 오고 잡탕이 돼 버린 게 아니냐"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앞서 캠프 역시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 후보의 전두환 표창 발언을 두고 "모 후보의 말처럼 그런 표창장은 버리는 게 맞다"며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경솔한 발언에 대해 광주와 호남 민중들에게 먼저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캠프에 소위 비문(비 문재인)계 현역 의원들이 합류하면서 네거티브 공세 수위가 높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캠프 측은 전략적인 대응이라고 말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더문캠 특보단장인 김태년 의원은 안 후보를 향해 "제가 놀란 것은 내부를 향해서 던지는 분열의 네거티브다. 내가 아는 안희정이 아니다. 너무나 어색한 옷을 입은 동지이자 친구를 보는 것 같다"며 지적했다.
안 후보가 직접 네거티브 공방을 제지하고 나선 것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가 굳어질 경우, 결국엔 본인조차 타 후보들과 '반문 세력'으로 묶여 경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그동안 반문연대를 '구태 정치'로 규정하며 반문연대 세력 구성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제로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의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당내에서 반문 진영으로 꼽히는 사람들이 다수다.
다만 캠프 대변인 강훈식 의원은 "반문에 계셨던 분들이 많지만 문재인을 반대하는 사람이 아닌 건 분명하다"며 "우리는 문재인을 반대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 아니라 안희정이 되게 하기 위해서 모인 것은 맞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문재인의 전두환 표창 발언으로 호남이 변하고 있다. 이제 전체에서도 대세론이 깨질 것이라고 본다"며 "문재인과 광주 민심 간 대결로 변화됐기 때문에 캠프 차원의 논평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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