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의 대입은 전략이다>(3) 일반고 중위권 컨설팅
‘김형일의 대입은 전략이다’에서는 4회에 걸쳐 ‘대입컨설팅 합격 CASE’를 연재합니다. 전년도 수시 합격자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문·이과, 성적대별 다양한 사례를 재구성하여 준비 전략과 지원 방법에 대해 안내해드릴 예정입니다. 입시전략 수립에 참고하시어 목표 대학에 한발 더 다가가는 계기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 대입컨설팅 합격 CASE (3) 일반고 중위권
부족한 성적을 비교과로 만회
주도적 활동으로 전공연관 분야 심화
비교과의 개념과 효용성
비교과란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을 제외한 전체 항목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흔히 출결, 수상부터 독서기록과 담임교사의 평가에 이르는 항목 전체를 비교과라 지칭한다. 이해가 쉽도록 조금 더 개념을 확장해 보면, 고교 재학기간 동안 진행하는 모든 활동은 비교과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대입에서 활용되는 비교과는 평가에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학생부상에 기록된 내용을 대상으로 한다.
비교과활동은 진로선택 뿐만 아니라 입시에서 다양한 전형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학업분야와 각종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준다. 대입 측면에서 비교과의 주요한 효용성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수험생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의 내신은 대부분 1등급 수준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대학은 비교과 평가를 통해 ‘옥석’을 가린다. 특히 최상위권 대학일수록 비교과 평가의 의존도가 높아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비교과실적 관리가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다.
둘째, 지원기회를 확대시킨다.
현 입시체제의 핵심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와 비교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교과, 수능성적만으로 진학대학이 결정되는 수시 교과전형과 정시 일반전형은 확정된 성적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비교과를 활용한다면 종합전형을 통해 일정 성적 수준 이상의 대학에 지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셋째, 내신과 수능성적 하락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중되는 학습량과 높아지는 난이도로 인해 성적 하락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많다. 성적은 언제든 변동될 수 있는 평가요소지만 비교과는 한 번 작성되면 변함없이 남게 되는 누적 기록의 성격이 강하다.
이처럼 비교과를 관리하는 것은 다양한 장점이 존재하는데, 현 입시체제에서는 비교과실적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대입 지원에 유리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목표대학 진학을 기대하기에 교과와 수능성적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비교과 관리에 매진해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C양은 장래 영어교사를 꿈꾸는 일반고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업 성취도가 높지 않은 C양이 어떠한 활동을 통해 진학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는지 확인해 보자.
종합전형은 3등급도 매력적일 수 있어
C양은 학업에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성취도가 높지 않았다. 학원과 과외를 병행했지만 영어를 제외한 과목은 3등급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영어교사를 꿈꾸는 C양에게 지역아동센터에서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교육 봉사는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성적이라는 현실의 압박 속에서 최소한의 활동만 진행하며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성적은 중요한 평가요소다. 과거 입학사정관제 선발 시절과는 달리 교내활동 중심으로 평가가 진행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교과성적은 학교생활충실도와 더불어 학업수행 잠재력, 특기, 성실성 등 다양한 측면을 평가할 수 있는 핵심적인 평가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업성취도가 부족한 반면 실적이 뛰어난 지원자는 긍정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 중 상당수는 비교과 준비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이 비교과활동에 매진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전략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의 교과성적의 의미에 대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수시모집에서 교과성적은 ‘정량적’ 또는 ‘정성적’으로 평가된다. 교과전형과 논술전형에서 흔히 활용되는 정량적 평가방식은 지정된 과목과 비율을 단위수와 등급을 활용하여 산출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환산방식에 의해 0.01점이라도 높은 학생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므로 1등급이라도 높은 성적을 취득하기 위해 중간·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반면 정성적인 평가가 진행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전체적인 성취수준, 학업태도, 특정 과목의 우수성, 수험생의 소속 고교의 특색, 성취도의 변화 추이 등 대학과 전형별 선발 취지에 맞춰 정형화되지 않은 개별 평가를 진행한다. 등급으로 드러나는 우수성이 아닌 지원자의 실제 학업 역량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평소 관심분야를 ‘넓고’, ‘깊게’ 학습하며, 때로는 새로운 학문 분야에 도전하는 노력도 기울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1학년 교과 평균이 3.2등급인 일반고 C양은 ‘정량적’인 측면에서는 특별한 매력이 없는 학생으로 여겨질 것이다. 반면 영어과목을 좋아하고, 영어성취도가 1.5등급으로 비교적 우수한 C양은 ‘정성적’인 측면에서는 눈길을 끌만한 학생이 될 수 있다. 2학년 진학을 앞둔 C양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러한 ‘정성적’ 평가방식을 자세히 안내하며 학업에 대한 동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 아울러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시하는 학업역량은 ‘등급’이 아닌 실제적인 ‘실력’임을 깨닫도록 했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했다.
적극적인 참여로 주도적인 학습태도 습득
장래 훌륭한 영어교사가 되기 위해 고교시절 습득해야할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 어떠한 전공이든 활동계획의 해답은 이 질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시로 예비경영인이라면 창의성과 도전정신, 종합 및 분석능력, 그리고 리더십과 글로벌한 감각 등이 필요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예비 영어교사라면 학업성취도는 물론 영어와 교육에 대한 열정, 정보 전달능력, 인성, 끊임없는 자기개발 의지, 교육기자재를 다루는 능력 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목표전공에 맞춰 해당 분야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파악하고, 학교생활에서 이러한 자질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종합전형에 대비한 활동계획을 수립해 볼 수 있다. 자질의 습득은 교과 측면과 비교과 측면이 ‘무 자르듯’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학교생활에서 접하는 매 순간이 목표 전공이 요구하는 자질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수한 영어과목의 성취도는 영어실력을 증빙한다. 나아가 교내 영어 및 제2외국어 스피치대회, 에세이대회 등에 참여하는 활동은 어학실력과 전달능력을 어필할만한 훌륭한 실적이 될 수 있다. 영어를 좋아하는 C양은 대회 준비를 즐거워했다. C양은 1학년 참가 경험을 통해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발표력과 준비요령을 배울 수 있었고, 더욱 철저한 준비를 통해 수상에 도전했으며 학년이 올라가고 대회가 거듭될수록 상위도 더불어 향상되었다.
수업시간에 발표도 자원했다. 영어선생님의 배려로 예비교사가 되어 직접 수업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본문의 정확한 해석과 효과적인 전달방법 등을 고민하게 되었다. 직접 수업용 PPT를 만들다 보니 기자재를 다루는데 익숙해 졌고, 시각적 자료를 활용하여 본문의 의미를 깊이 전달하기 위해 고민했다. 주로 영미권의 문화와 관련된 내용으로 자연스레 영미문화권에 대한 호기심도 깊어졌다. 이는 자율보고서 작성과 미국드라마의 꾸준한 시청으로 이어졌고, 제2외국어인 프랑스어와 융합하여 ‘문화와 언어의 관계’를 주제로 교내 소논문대회에도 참가했다. 이러한 노력과정에서 영어실력은 더욱 심화되었다.
영어실력과 함께 활동의 ‘양’과 ‘질’도 자연스레 향상되었다. 영어교육 봉사부 부장이 되어 부원들과 협력하며 열정적으로 활동을 진행했다. 시험기간을 포함해 매 주말마다 최소 2시간 이상의 지역 아동센터 봉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청소년 영어교육과 유아 영어교육의 차이점에 호기심을 갖고 독서를 통해 관련지식을 습득해 나갔으며, 3학년에는 주요 교육철학자들의 교육이론을 습득하는 자율동아리를 조직했다.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갖기 위해 노력했으며 부원들과 협력하여 유아를 위한 교재도 제작해 보고, 아이들과 함께 영어연극에도 도전했다.
흥미 학문인 영어를 중심으로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C양은 다른 과목의 학습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교육 멘토·멘티 활동을 조직하여 타 과목 학습에 임하면서 효율적으로 시험 대비가 가능해졌고, 공부와 활동을 구분하여 시간활용을 부담스러워했던 지난 1학년 시절을 아쉬워했다. 시험대비에 기존보다 적은 시간을 투자해도 영어는 줄곧 1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영어과목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게 되어 교습시간이 줄면서 자연스레 타 과목 학습량은 증가되었고, 독해력과 언어에 대한 감각이 높아져서 인지 국어과목과 제2외국어 과목의 성적이 향상되었다. 수학은 멘토의 지도 덕분에 2학년 2학기에는 3등급을 달성할 수 있었다. 활동은 증가되었지만, 규칙적으로 활동하면서, 그리고 활동외 시간에는 공부에만 집중하면서 오히려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적인 학업역량도 향상되었다.
우회 전공 선택으로 목표대학 진학
3학년이 되어서는 영어교육 봉사와 교육철학 자율동아리 활동만 진행했고, 이외의 시간은 내신시험 대비와 수능 준비에 몰입했다. 희망대학인 이화여대가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국어와 영어과목 등급 취득에 더욱 집중했다.
6월 모의고사에서는 전과목 평균 백분위 84%를 기록했다. 영어는 2등급, 국어는 3등급으로, 이화여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인 2개 영역 등급 합 4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했다. 수상은 영어 스피치 및 에세이 대회 2위, 제2외국어 스피치 대회 3위, 영어교과 우수상, 모범상, 자기주도학습상 등이 있었다. 꾸준히 진행한 영어교육 봉사는 최종적으로 180시간을 기록했고, 이는 동아리활동과 봉사 기록란에 활동내역이 충실히 기재되어 있었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영어선생님의 평가는 각별했다. C양의 모의수업 내용과 질에 대한 우수한 평가가 이어졌고, 소논문과 자율보고서 내용도 충실히 기록되어 있었다. 독서기록에서는 원서로 읽은 각종 소설, 교육학 관련 서적도 눈에 띄었다. 담임선생님의 평가는 대체로 협력학습태도가 매우 우수한 학생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주요과목의 최종 내신 평균은 2.9등급이었다.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학기가 거듭될수록 성취도가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으며, 영어는 1등급일 뿐만 아니라 원점수도 대체로 100점에 가까웠다. C양의 학생부 기록을 보면 영어만큼은 교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처럼 느껴졌다. 바야흐로 영어와 관련된 ‘역량’이 뛰어난 학생처럼 느껴졌다.
C양은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을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했다. 목표인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여 유아교육과로 우회 지원을 택했다. 한국외대 프랑스어교육과, 숭실대와 성신여대는 영문과, 세종대 교육학과에 도전했고, 상명대 영어교육과에 지원했다. 최종적으로 C양은 세 대학에 최종 합격했다. 여기에는 이화여대 유아교육과도 포함되어 있었다. 주변에서는 2.9등급 학생의 이화여대 합격을 ‘기적’과 같은 일로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C양의 영어와 교육에 대한 지난 노력과 기록을 확인한다면 이는 ‘기적’이 아닌 ‘합리적인’ 결과로 받아 들일만 하다.
학생들마다 두드러지는 역량은 같을 수 없다. 성취 수준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수한 분야를 중심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시에 대학 선호도에 따라 합격성적이 다르듯, 수시 학생부종합전형도 대학에 따라 평가기준과 경쟁자들의 성적대가 차등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학별 정원이 정해진 이상 모두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비교과를 활용한다면 분명 ‘정량적’인 학업 성취도보다는 선호도가 한 단계 높은 대학 진학에 도전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고민은 끝내고 지금 당장 목표학과에서 요구하는 역량부터 파악해보자. 각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전공안내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책자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글/김형일 거인의어깨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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