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자본주의, 올바른 경제교육 통한 존중교육에서 실현
비즈니스는 약육강식?…"비즈니스의 기본은 소비자 존중"
성숙한 자본주의, 올바른 경제교육 통한 존중교육에서 실현
비즈니스는 약육강식?…"비즈니스의 기본은 소비자 존중"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시장과 분업·교환·자기애는 상대 존중에 기초한다"
'올바른 경제 교육이 존중을 가르친다'. 다소 엉뚱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경제 교육이 과연 존중을 가르칠 수 있을까? 경제 교육이 존중은커녕, 오히려 경쟁과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만 더 가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경제 교육 때 약방의 감초처럼 거론되는 경제학자가 있다. 바로 아담 스미스다.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는 아담 스미스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가 얘기했던 시장과 분업, 교환, 자기애(self-interests)가 바로 상대 존중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조차 제대로 모른다. 아담 스미스의 주요 저작물 중 하나인 '국부론'은 분업과 교환, '호혜 장소로서의 시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가 말한 분업과 교환, 시장은 사람간의 존중과 신중함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분업하지 않고 교환하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생활을 해나가기 어렵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쓰는 모든 것이 분업과 교환의 결과다. 어느 한 분업 담당자가 아무런 존중심 없이 갑자기 분업 전선에서 떠나버리면 분업 체계는 흔들리게 된다. 현대 사회가 복잡한 분업 사회라는 의미는 각자가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뜻이다. 계약을 잘 지키겠다는 존중과 신중이 계약 당사자들로 하여금 약속을 어기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학교 교육은 이런 메커니즘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 교육 자체를 실시하지 않는다. 타인과 물건을 교환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분업을 강화하고 분업이 잘 된 사회일수록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과 존중감이 높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존중심은 경제 교육을 잘 하는 데서 높아질 수 있다.
"성숙한 자본주의, 올바른 경제교육 통한 존중교육에서 실현"
경제 교육을 통해 교환과 분업의 의미를 조금 더 정확하게 가르친다면 존중심이 한 단계 높아진 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 자본주의도 천박한 초기 단계, 중간 단계, 원숙한 단계로 나눠진다. 자발적인 자원 봉사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자선 활동이 많은 나라를 보면 대부분 원숙한 자본주의 국가들이다. 대한민국은 중간 단계 정도의 자본주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0년간 달려온 경제 발전은 이제 원숙한 단계로의 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올바른 경제 교육을 통한 존중 교육이다. 이 같은 존중 교육은 물론 국가가 주도하는 개입주의 경제와 사회주의 경제로는 불가능하다. 존중은 성숙한 개인끼리 유구무언으로 주고받는 정신인 한, 국가 주도의 경제 체제로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아담 스미스도 경제 발전에 국가가 최소한만 개입하도록 요구했다.
아담스미스는 또 다른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마음속의 공평한 관찰자'를 강조했다. 존중이라는 개념을 여기에 적용해 보면 공평한 관찰자의 활동이야말로 존중의 발현에 속한다. 아담 스미스는 이 책을 통해 사회 질서를 이끌어내는 인간 본성이 무엇인가를 밝히려 했다. 스미스의 공평한 관찰자는 인간은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바라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감정과 행위를 타인이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맞추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감정과 행위의 타당성을 재는 기준을 가지려면 우리는 공평한 관찰자를 인정하면 된다. 이 관찰자가 행하는 일이 바로 존중이다. 아담 스미스는 이를 동감이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필자는 존중과 같은 개념으로 본다.
비즈니스는 약육강식?…"비즈니스의 기본은 소비자 존중"
경제에서 존중은 비즈니스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흔히 비즈니스라고 하면 야비하거나, 남을 속이거나, 상대를 무찌르거나, 약자를 괴롭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거의 정반대이다. 물론 일부 시장 참가자들 중에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원재료를 엉터리로 쓰거나,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여 받거나, 임금을 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과 사업자들은 오래 견디지 못한다. 경제학자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자본주의에서 소비자에게 봉사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기업가는 큰 손실을 보고 망한다고 했다. 자본주의에서는 소비자를 가능한 많이 존중하는 기업만이 이익이라는 열매를 맛본다고 했다. '소비자는 항상 옳다'라는 소비자 존중의 자세를 갖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소비자를 존중하지 않는 기업들은 평판과 주가가 급락하고 급기야 매출도 추락한다. 소비자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체제가 시장 경제 체제다.
하지만 이런 경제 교육은 우리나라에서는 하지 않는다. 경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작동하고, 기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소비자 존중을 발휘하는지 모르면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불만과 푸념, 적대적 갈등감만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한 뒤에야 질서와 체면을 차리게 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잘 살아야 인간성도 발휘된다는 맹자의 '항산과 항심(恒産과 恒心)'은 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항산과 항심은 '도덕은 먹고 살 때 나온다'는 의미다. 항심 중에 존중은 가장 고급스런 마음이다. 남을 우러러 보고 높이는 것은 먹고 살 만할 때 발휘된다. 계약을 잘 지키고, 물건을 싸고 좋게 만들고, 정당한 가격에 교환하는 행위야말로 수많은 상대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 이것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존중의 기본 메커니즘을 터득할 수 없다. 경제 교육의 강화에서 바로 갈등의 조정, 존중의 형성이 시작된다.
글/고기완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주요 약력
·현직 : 한국경제신문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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