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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어디까지 관여했나…진실은?


입력 2017.04.24 12:24 수정 2017.04.24 12:57        문현구 기자

문 측 "기권 결정 후 북한에 사후 통보"…당시 기록 공개

송민순 "표결 직전까지 문 관여…북 메시지 뒤 최종 결정"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선거운동 돌입 후 첫 주말을 맞은 2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방침을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느냐'에 대한 진실공방이 재점화되면서 대선정국의 뇌관으로 계속 자리잡는 분위기다.

앞서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당시 참여정부가 북측에 '사전문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문 후보와 진실공방을 한차례 벌인 바 있다.

문재인 측 '기권 결정 후 북한에 사후 통보'…정부기록물 공개 강행

이후 수면으로 가라앉다가 송 전 장관이 지난 21일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 표결 전 정부가 북한에 사전문의를 한 정황을 담은 쪽지를 증거로 공개하면서 논쟁이 다시 벌어졌다. 송 전 장관은 "쪽지를 보고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문 후보가 직접 대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문 후보 측은 기권 결정을 먼저 내린 후에 북한에 사후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을 비롯해 경쟁정당들이 잇따라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대선 판도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자 문 후보 측은 당시 정부기록물 일부를 공개하며 강경 대응 자세로 전환했다.

문 후보 측은 지난 23일 △2007년 11월 16일 노 전 대통령 주재 관저회의 자료 발췌본 △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 회의 외교안보 간담회 배석자 기록 △11월 18일 외교안보 간담회 때 논의된 대북 통지문 주요 내용 등 3가지 문건을 공개하고 나섰다. 불씨를 초반에 확실히 잡겠다는 포석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2007년 11월 16일 회의에서 기권·찬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이틀 뒤인 18일 외교안보 간담회에서 북한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자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됐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증거로도 제시된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이날 문건을 공개하면서 당시 참여정부가 북한의 반응을 알아보기에 앞서 기권을 먼저 결정했으며, 문 후보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논란이 해소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문 후보 대변인인 김경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자료에서 인권결의안 논란의 핵심쟁점인 '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허위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과정에서 문 후보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고 밝혔다.

송민순 '표결 직전까지 문 후보가 관여한 가운데 논의가 진행' 거듭 주장

그러자 송 전 장관도 재반박하고 나섰다. 문 후보의 주장에 대해 '표결 직전까지 문 후보가 관여한 가운데 논의가 진행됐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빙하는 움직인다' 회고록을 펴낸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로 출근하고 있다. 회고록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기권 입장을 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처럼 묘사돼 논란을 빚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송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2007년) 11월 16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기권 쪽으로 정해졌을 수 있지만,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내가 반대하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친서까지 보냈다"며 정부 입장을 정하는 논의가 표결(한국시간 11월 21일 새벽) 직전인 11월 20일까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 전 장관은 "11월 20일 당시 청와대에서 관계관이 유엔주재 대표부에서 온 (한국의 인권결의안 찬성에 북한이 극렬 반대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보고서대로 '찬성'하자고 했더니 문 실장(문재인)은 '남북채널의 반응이 중요하니 함께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며 자신은 이러한 내용을 당시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았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송 전 장관은 "그런 의논이 있은 뒤 약 1시간 후 북한 메시지가 전달됐고 그때 기권으로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권' 방침이 최종적으로 북한 메시지를 받아본 뒤 결정됐다는 의미다.

이에 발맞춰 각 정당들도 문 후보 측의 해명으로 의혹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과 함께 보다 명확한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만약 북한에 기권 방침을 통보했다면 북한에서 '고맙다'는 답을 해와야 했는데 오히려 반발했다"며 "김경수 의원의 해명으로 북한에 물어봤다는 사실만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김유정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도"지금까지 공개된 문건과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북한에 물어봤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홍준표 "4번이나 말을 바꿨다…거짓말을 하고 있다" 연신 비판

'송민순 회고록'의 진실공방은 23일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초청 1차 토론에서도 이어졌다. 토론회에서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 보수진영 후보군들은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공세를 가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스탠딩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유 후보는 "문 후보는 이 문제를 놓고 4번이나 말을 바꿨다"며 "이 문제에 대해 만약 문 후보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후보 사퇴할 용의 있는지 묻고싶다"고 날을 세웠다. 홍 후보 역시 "송 전 장관의 말에 따르면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도 반격했다. 문 후보는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 당시 11월 16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대통령이 기권으로 결론 내렸다고 그 회의에 배석하고 기록했던 당시 연설기획비서관이 그 경위를 밝혔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진실공방'을 가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당시 북한에 통보한 전통문을 확인하는 것이다. 공격받고 있는 문 후보는 "송 전 장관이 주장하는 전통문이 국정원에 있을테니 국정원이 전통문을 공개하면 깨끗하게 증명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전통문 공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한편, 문 후보 측은 24일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후보측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송 전 장관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고 밝혔다.

또한, 논란의 중심 인물로 떠오른 송 전 장관은 이날 재직 중이던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직에서 사퇴하기로 했다. 학교측 관계자는 "송 총장이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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