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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한국-프랑스 대선, 비교해보니


입력 2017.04.26 06:00 수정 2017.04.26 06:22        이슬기 기자

경제 무능 '정권 심판론'은 교집합…정권교체 가능성도 높아

한국, 제1당 대세 후보…프랑스, '의석수 0' 비주류 결선 진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인사를 나눈뒤 엇갈려 지나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프랑스와 한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사한 ‘숙제’를 짊어졌다. 각각 내달 7일 결선투표, 9일 대선 본선을 치르는 양국 모두 경기 회복과 일자리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요구가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테러와 핵실험 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도 핵심 쟁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프랑스 경제의 3대 과제와 시사점’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에서는 △10%대의 실업률 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 △방만한 재정 운영 해결 △연쇄 테러를 비롯한 지정학적 위협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손꼽힌다.

물론 프랑스의 경우엔 높은 임금으로 인한 노사 간 갈등과 고용에 대한 과보호, 사회복지지출 비율에 비해 재정 운용이 비효율적이라는 부분이 핵심이기 때문에 한국이 직면한 문제와는 내용적 차이가 뚜렷하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노동시장 및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교집합을 갖는다.

실제 양국에서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과 정권교체 가능성이 압도적이다. 프랑스 사회당 소속 올랑드 대통령의 경우, 높은 실업률과 경제정책 실패 등으로 임기 말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올랑드는 1958년 출범한 제5공화국 역사상 최초로 재선 도전을 포기한 대통령이 됐으며, 집권당의 아몽 후보는 결선투표도 치르지 못한 채 낙선했다.

국내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 일가가 혈세 운용을 비롯한 국정 전반을 장악했다가 결국 탄핵, 구속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지난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60세 이상 연령층조차 현 정권을 규탄하며 투표를 고심하고 있다. 보수 정당 주자인 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15%를 넘기 어려운 상태다.

프랑스 앙마르슈 에마뉘엘 마크롱 대선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국민전선 마린 르펜 후보를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 KBS 뉴스화면 캡처

'의석수 0석' 비주류 정당들의 반란 vs 정권심판론 업은 제1당 후보의 '대세론'

이러한 상황을 엎고 양강 구도가 형성됐지만, 노선도 세력도 다르다. 프랑스는 중도우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앙마르슈(전진) 후보와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전선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2위를 기록하며 결선투표를 치른다. 자연히 선거 구도는 EU 협력 강화와 EU 탈퇴, 이민 규정 완화와 제한, 자유무역과 보호주의 식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반면 한국에서는 진보 정당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상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논란이 거셌던 법인세에 대해서도 2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큰 틀에선 유사하다. 다만 안 후보가 ‘반문(반 문재인) 정서’에 근거한 중도·보수층의 표를 노리고 있는 만큼, 정책 기조에서는 사드 배치 찬성 등 차이를 보인다.

특히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 마크롱과 르펜의 소속 정당은 원내 의석이 각각 1석, 0석이다. 제5공화국 사상 처음으로 비주류 정당 후보가 나란히 결선에 오르는 셈이다. 그간 저성장과 고실업, 대외적 위상이 약화되는 속에서 구체제나 옛 정치인을 청산한다는 의미의 ‘데가지즘(Degagisme)’이 프랑스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달리 문 후보는 원내 제1당 주자로서 대세론의 중심에 서있다. 문 후보와 민주당도 최근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당을 정면 겨냥해 “국회의원 40석도 채 안되는 정당이 어떻게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국정 동력을 강조했다.

국민전선 마린 르펜 후보가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앙마르슈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함께 결선에 진출했다. KBS 뉴스화면 캡처

한국에선 상수, 프랑스에선 변수 ‘핵심지지층’

‘핵심 지지층’은 대선 후보의 필수 자산 중 하나로 손꼽힌다. 문 후보 역시 이들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받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포진된 문 후보의 열성적 지지 그룹 일부는 이른바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충성도가 강하다. 즉, 한국에선 핵심지지층이 일찍이 ‘문재인 대세론’을 만든 상수로 존재한다.

이와 달리 프랑스 대선에선 르펜의 핵심지지층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현지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마크롱이 62%를 얻어 르펜(38%)을 이길 것으로 조사됐지만, 마크롱보다 르펜의 핵심지지층이 훨씬 견고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선투표에서 르펜 지지자의 90%, 마크롱 지지자의 65%가 투표한다면, 르펜이 50.07%로 승리한다는 파리정치대학 측의 시뮬레이션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양국 정치권이 ‘가족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상이하다. 마크롱 후보는 고교 시절 만난 24세 연상의 교사 브리지트와 결혼했다. 당시 브리지트는 세 아이의 엄마였고, 그 중 첫째 자녀는 마크롱과 같은 반 친구였다. 르펜 후보 역시 2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다. 부모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그의 어머니의 누드 사진이 성인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 가깝지만, 프랑스에선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후보의 사적 영역은 차치하고 당장 가족의 특혜 의혹부터 주요 쟁점이 된다. 후보의 측근 문제가 곧 도덕성이자 직무수행능력으로 직결된다는 관점이다. 실제 문 후보는 아들 준용 씨의 채용 문제, 안 후보는 배우자의 교수 채용 문제를 두고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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