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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원회 일곱빛깔무지개-13] 필수덕목 '소통능력', 스킬보다 중요한 건 진심


입력 2017.05.02 06:00 수정 2017.05.02 06:32        박진여 기자

"진심의 기반은 신뢰와 사랑…말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표현해야"

"진심의 기반은 신뢰와 사랑…말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표현해야"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소통'이 범람하는 시대…필수덕목이 된 소통능력

배진영 통합가치포럼위원
'소통'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시대 정신'이 된 느낌이다. 어딜 가나 소통을 이야기한다. 대통령이 비난받는 이유도 정책에서 실패하거나 위법부당한 행위를 해서가 아니다. 소통 부재(不在) 때문이다. 청와대나 정부의 홍보 담당 부서의 이름에서 '공보'나 '홍보'가 사라지고 '국민 소통'으로 대체된 지도 꽤 오래다. 직장에서도 사장이나 나이든 간부들은 아랫사람들과의 소통에 신경을 쓴다. 때로는 젊은 직원들의 코드에 맞춰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쓴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애써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인기 있다는 드라마에 채널을 맞추는가 하면, 유행어를 흉내낸다. 소통을 위한 회식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는 윗사람도 힘들지만, 상사(上司)의 그런 애달픈 노력(?)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아랫사람들은 더 괴롭다. 그러는 사이에 불통이 강화된다. 너도나도 소통을 외치지만, 불통이 심화되는 사회, 그게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송길원 선생님이 지적한 것처럼 가정을 둘러싼 온갖 사건과 사고, 범죄의 주범으로 소통 부재가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거창한 계획을 내걸고 나선다. 하지만 그런다고 소통 부재가 해결될까? "가족 내 대화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의외의 답은 '가족이기 때문'이다"라고 송길원 선생님이 지적한 내용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스스로 알아주길 바란다. 또한 알거라 여긴다. 타자를 알고 알리려는 노력조차 생략이 된다. 그러면서 켜켜이 오해가 쌓여간다"라는 말은 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점검 대화', '환상 대화', '생각 대화'에서 결국 '공감 대화'로 가야한다는 지적, '긍정의 언어'를 사용하라는 충고, '명품 칭찬'의 비결은 가정에서 뿐 아니라 사회에서 소통을 하는 데 꽤 유용한 '꿀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스킬'보다 중요한 건 '진심'…계속해서 표현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소통의 '스킬(skill)'만을 강조한다면 부작용이 따를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바라다가 소통 부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런 스킬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소통을 위한 이벤트를 벌이지 않아도, 사원들 앞에서 엄격하고 원칙을 준수하는 사장이라고 해도, 그가 열정으로 회사 일을 처리하고 마음으로 사원들의 복리에 신경을 쓴다면, 직원들은 그를 이해하고 존경한다. 피를 나눈 가족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여러 해 전의 일이다. 동생 부부와 1년여 동안 외국에 나갔다가 명절을 맞아 돌아온 조카를 힘껏 안아 주었다. 그 조카는 나중에 자기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큰아버지가 저를 정말 사랑하시나 봐요. 저를 꼭 껴안아 주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저 어린 것에게 내 진심이 전해졌구나' 싶어서 콧날이 시큰했다. 이런 게 소통 아닐까?

소통의 요체는 결국 '진심'이고 '진정'이다. 진심과 진정의 바탕에 있는 것은 신뢰와 사랑이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가 자녀에게 쏟은 사랑과 믿음, 그런 분위기 아래서 자라난 자녀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쌓은 사랑과 믿음이 서로 교차되고 축적되면서 소통의 기반이 마련된다. 형제, 자매, 남매, 부부 간에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야 할 것이 '감사'이다. 사랑하고 믿는 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해져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부모건, 자녀건, 배우자건, 형제건 간에,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믿고 감사한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그게 닭살스럽더라도 말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 진정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때로는 불통될 때도 있고,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사랑과 신뢰의 토대가 있다면 그런 문제는 금방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애정을 담아 상대와 통(通)한다면…어느새 '소통 능력자'

앞으로 소통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자식을 하나, 많아야 둘 낳기 시작하던 시대에 태어난 이들이 지금 30대 중·후반의 부모가 되어 있다. 집에서 '소황제(小皇帝)'로 자라난 세대다. 맞벌이하는 부모가 시간과 사랑 대신 비싼 장난감과 용돈으로 키운 세대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승합차 편에 학원으로 실려 다니고 어쩌다가 틈이 생기면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 버릇하던 세대, 그 세대가 이제 부모가 되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만 귀한 줄 알았지, 남과 어울리는 법, 남을 배려하는 법, 소통하는 법을 모르는 이 세대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가정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지금 나오는 온갖 말도 안 되는 가정 비극들은 한 두 개인의 일탈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결론은 다시 '소통'이다.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아기가 알아듣건 말건, 이 얘기 저 얘기 해 주고, 놀아주는 것. 그게 소통이 아닐까? 어린 시절에 필자의 아버지는 알리와 포먼의 권투 시합 얘기, 펠레 이야기, 삼국지 이야기를 해 주셨다. 장남인 내게는 "너는 장남"이라는 걸 많이 강조하셨다. 우리 형제가 자라면서 그런 시간은 점차 줄어들다가 결국은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해 주시던 무렵의 아버지 나이를 훌쩍 넘어서 버렸다. 아버지께서 40여 년 전 해 주셨던 얘기들이 내 머릿속에 시시콜콜 남아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때의 분위기, 내게 전해지던 정(情)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게 지금까지 우리 가족을 묶고 있는 끈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은 먼 데 있는 것도,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진심과 애정을 담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게 '소통'의 ABC일 것이다.

글/배진영 통합가치포럼위원

△주요 약력

·현직 : 월간조선(차장)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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