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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촛불만을 위한 대통령 원하는 게 아니다"


입력 2017.05.03 07:00 수정 2017.06.22 15:43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재인 대세론' 속에 반대세력 겁박하는 오만 드러나

대한민국은 국민을 편가르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127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세계노동절 기념식 및 대선승리-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식'에서 김주영 위원장과 협약서에 서명한뒤 웃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세론' 속에 반대세력 겁박하는 오만 드러나
국민은 촛불만을 위한 대통령 원하는 게 아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문 한줄 요약은 '국민과 함께'였다. 그러나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대세론이 지속되면서 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운동이 거칠어지고 속내를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다.

며칠 전 대구에선 문 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김부겸 의원이 시민의 야유에 '정신차리라'라고 일갈하는 장면이 언론을 탔다.

노무현 정권의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은 공주 유세에서 이번 선거가 끝나면 극우 보수세력들을 궤멸시켜 차기와 차차기까지 집권하자고 했다. 궤멸이란 적을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어 씨를 말린다는 군사용어다. 일국의 국무총리까지 지낸 인사의 발언치고는 과격하고 오만하다.

국민들을 야단치고 반대세력을 겁박하는, 역대 어떤 선거에서도 볼 수 없었고 또 있어서도 안될 볼썽사나운 장면들이다.

이런 적개심 가득한 선거전은 문 후보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일찌감치 "보수는 불태워야 한다"고 했다. 당초 없었던 '적폐청산특별조사위'의 설치가 선거 중간에 슬그머니 공약에 끼어들기도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가진 유세에서 시민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있다. ⓒ데일리안

문 후보가 말한 국민은 '촛불 국민', 문 후보의 민심은 '촛불 민심'인가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출마선언에서 언급한 문재인 후보의 '국민'의 실체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문 후보가 말한 국민은 '촛불 국민'이고, 문 후보의 민심은 '촛불 민심'인 것 같다.

촛불민심은 화합과 거리가 먼 분노와 증오다. 대통령을 파면하고 구속시켰음에도 그 분노와 증오는 사그라들지 않고 여전하다.

명백히 촛불민심이 대다수 국민의 민심은 아니다. 그럼에도 광장에서 표출된 촛불민심은 문 후보의 공약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먼저 촛불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중민주주의고 인민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문 후보는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하면 민중혁명뿐이라고 했다가 서둘러 봉합했지만 문 후보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투영된 주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대선이 단순히 한 명의 대통령을 새로 뽑는 게 아니라 체제의 선택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안보 외교 분야에서 친북 좌파적 경향 더욱 두드러져

안보와 외교 분야에서 문 후보의 친북 좌파적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많은 국민들이 찬성한 사드배치에 대해서 유보적 입장을 취하던 문 후보가 미국의 전격적 사드배치를 계기로 반대입장을 명백히 했다.

사드반대와 전시작전권 환수는 한미동맹의 존속을 어렵게 할 것이며 주한미군의 철수로까지 이어질 것임은 불문가지다.

또한 국가보안법 폐지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 등 친북, 친중 그리고 반미의 노선을 가겠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북핵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2천만 평 규모로 개성공단을 확대하겠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1500여개 좌파단체가 주도한 촛불집회의 주장과 싱크로율(率) 100%다.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 역사를 ‘적폐’로 규정하는 좌파 역사인식은 위험

TV 토론과정에서 불거진 문 후보의 역사인식 또한 걱정스럽다. 문 후보는 '문재인의 운명'이란 자서전에서 미국의 패배와 월남의 공산화에 대해 희열을 느꼈다고 썼다.

20대 대학생이 좌파학자 리영희에 대해 지적 호기심을 갖고 그 논리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자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의 역사인식으로는 위험천만하다. 더욱이 문 후보가 당선된 후 1970년대 리영희의 역사인식으로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의 역사를 ‘적폐’로 규정하고 ‘단죄’하러 든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히틀러의 나치당은 처음엔 선거에 관심이 없었다. 1923년 히틀러는 뮌헨의 한 맥주집에서 구데타를 기도한다. 그러나 그 구데타는 무력으로 진압되었고 그는 반란혐의로 구속되어 9개월간 감옥생활을 한다. 그는 감옥에서 쓴 '나의 투쟁'을 통해 유대인과 공산주의자에 대한 증오심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그들을 불태워 버리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힌다.

1928년 처음으로 참여한 의회선거에서 12석을 얻어 연방의회에 진출한 나치당은 1932년 1백 석, 그리고 같은 해 또 다른 선거로 240여 석을 얻는 등 세를 확장한다. 그리고 마침내 1933년 1월 히틀러는 수상에 오른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연방의회 의사당 화재를 이용해 공산당을 해산시키고 또 다른 선거를 통해 기독교 사회당조차 궤멸시킨다. 결국 그는 단 한 개의 반대 정당도 용납치 않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군 장병 부모 등과의 군장병 복지정책 간담회를 마친뒤 인근 공원에서 예정된 부재자 투표 독려 캠페인을 위해 풍선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0% 국민행복을 외쳤음에도 불행하게 정권 마감

히틀러와 나치당에게 선거는 철저하게 정적을 불태우고 국가 사회주의란 전체주의를 향해 나가는 수단이었다. 그 결과는 참담한 국가적 불행으로 귀결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록 선거전이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달라져야 한다. 선거전에서 불거졌던 사회 갈등을 체제 내로 수렴하고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승자는 패자를 포용하고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들이 단합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럼에도 선거가 끝나면 상대세력을 응징하겠다고 벼르는 작금의 행태는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노 3김이 각축을 벌였던 87년 대선에선 광주시민들의 돌팔매를 맞으면서도 노태우와 김영삼 후보는 '화합'을 외쳤었다. 그게 선거다.

지난 대선 때 51.6%의 득표율로 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0% 국민행복을 외쳤음에도 불행하게 정권을 마감했고 국가도 불행해졌다.

국민은 촛불의, 촛불에 의한, 촛불을 위한 대통령을 원하는 게 아니다

선거일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간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문 후보의 대세론이 결승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허나 집권에 성공한 뒤 반대세력들을 적폐로 몰아 단죄하고 불태우겠다면 그 정권의 미래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혁명정부도 아니면서 선거과정부터 이렇게 국민을 편 갈라 놓고 어떻게 감당할지가 솔직히 걱정이다.

국민과 시대는 ‘촛불의, 촛불에 의한, 촛불을 위한’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문후보가 명심했으면 한다.

글 / 윤종근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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