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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잃은 보수, 민심의 바다에서 가야할 항로는?


입력 2017.05.11 06:30 수정 2017.06.22 15:42        데스크 (desk@dailian.co.kr)

좌파정권 독주 견제, 국가 지향점 정상화가 시대적 사명

박근혜 정부의 부정적 유산과 결별, 보수진영 재결합해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9일 저녁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개표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자유한국당을 복원하는 데 만족하겠다"며 사실상 대선 패배를 인정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좌파정권 독주 견제, 국가 지향점 정상화가 시대적 사명
박근혜 정부의 부정적 유산과 결별, 보수진영 재결합해야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좌우간 노선대결이 분명했다. 결국 문재인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보수우파는 10년만에 정권을 내줬다.

작년 10월 최순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7개월 동안 숨가쁘게 진행되어온 대통령 탄핵에 의한 헌정중단 상황이 좌파 정권을 탄생시키고 마무리 된 것이다.

작년 총선전으로 돌아가 보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야당은 사사건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발목을 잡았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이 아니라 야당심판이란 말까지 나왔고, 집권여당의 180석 석권까지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공천과정에 해묵은 계파갈등이 곪아터지면서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섰고, 그 결과 총선에서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총선 후 잠시 잠복했던 계파갈등이 최순실 사건을 기화로 다시 표출되며 기어이 사단이 났다. 일부 비주류 비박계가 앞장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 발의에 총대를 맸다. 옛날로 치면 반정(反政) 구데타인 셈이다. 그 반정은 성공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대통령은 파면 후 구속되고 그로 인해 치뤄진 대선에서 정권을 넘겨주고 만다.

이번 패배는 지난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회자했던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는 이변을 우리 정치사에서 다시 보여준 사례가 됐다. 지난 7개월간 언필칭 보수우파가 보여준 행태는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탄핵소추 후 창당한 바른정당은 대통령과 관련된 치부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야당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헌재의 탄핵심판을 앞두고는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쳤다. 대선전에서도 바른정당 후보의 네거티브 공격 방향은 진보진영 쪽보다는 오히려 같은 우파후보 쪽에 치우쳤다.

명분도 부족하고 정치 도의적으로도 배신이었다. 자유한국당에 남겨진 자들도 구심점을 잃고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대통령의 비리의혹 외에도 이러한 보수우파 진영의 계파적 추태는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샀고 그 결과가 이번 대선 패배였다.

좌파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가 지향점 바로 잡는 것이 시대적 사명

이제 보수우파는 어디로 가야하나? 보수를 적폐로 규정하고 불태우겠노라고 공언한 좌파세력이 정권을 잡았는데 이대로 지리멸렬하게 있다가는 공멸뿐이다. 조속히 전열을 정비해 좌파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가 지향점을 바로 잡는 것이 시대적 요구이자 사명이다.

문재인 정권의 무분별한 국정 좌클릭을 국회에서 막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과 합치면 107석의 거대야당이다. 국회선진화법 덕에 문재인 정권의 어떠한 좌경화 입법도 저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며 부적절한 국무위원 인선도 막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날 행보는 보수우파진영으로서는 실로 가슴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사파 운동권 출신을 비서실장에 임명하고 강성 좌파 지식인 조국 서울대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내정하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배신자’ 논쟁은 배부른 타령이다.

107석의 거대야당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일어설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탄핵과 대선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박근혜 정부의 부정적 유산과 결별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현역 대통령이란 유리한 칼자루를 잡고도 정치투쟁에서 패했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일어설 수 있다.

과거 박 전 대통령 자신도 위기 때마다 그렇게 당을 일으키고 대권까지 잡았었다. 2004년 탄핵후유증과 차떼기당 오명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이회창의 부정적 유산을 청산하고 천막당사에서 당을 다시 일으켜 세웠었다.

2012년 MB정권의 잇따른 부패 스캔들로 총선패배가 불가피할 듯 보였을 때도 MB를 버리고 차별화함으로써 152석의 원내 제1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불가능할 것 같았던 대선 승리도 일구어 낼 수 있었다.

지금은 2004년이나 2012년보다 더 엄중한 상황이다. 탄핵의 앙금인 배신자 논쟁에 매달려 있을 만큼 안일한 상황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선전에도 불구하고 24% 득표에 그친 것은 이번 탄핵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된 '박근혜 디스카운트'에 발목이 잡힌 결과다.

또한 홍 후보가 2~30대 청년층 유권자들에서 8% 득표밖에 못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90%가 넘는 2~30대 눈에는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최순실 비리로 국회에 의해 탄핵되고 헌재의 판단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사람이다. 지금은 사법부의 판단에 의해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일 뿐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지 않으면 보수우파의 권토중래(捲土重來)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것은 자명하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정권의 좌경화 폭주를 막고 보수우파 가치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대선후보 홍준표를 중심으로 거듭나는 길뿐이다.

구원(舊怨)을 털고 탄핵세력과 다시 힘을 합치는 것도 주저 말아야

필요하다면 구원(舊怨)을 털고 탄핵세력과 다시 힘을 합치는 것도 마다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홍 후보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 우파가치에 충실한 정치인이며, 어느 정치인에 견주어도 결코 손색없는 경쟁력과 정치역량을 지녔음을 이번 대선에서 스스로 입증하였다.

그 어느 때보다 보수우파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소한 구원에 사로잡혀 좌고우면 하다가는 보수우파 전체가 공멸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좌파정권은 20대 대선 한번으로 족하도록 해야

문재인 정권은 그 출발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지금처럼 우파가 지리멸렬한 상태로 있다가는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파의 본산 자유한국당이 살아야 한다. 그리곤 107석의 야당 권한으로 좌파정권의 폭주를 견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탈당 의원들의 복당 문제도 조기 매듭지어야 한다.

이번 대선이 끝이 아니다. 기회는 다시 온다. 가깝게는 1년 후 지방선거이고 3년 후는 총선이다. 스스로 개혁하며 원내에서 우파가치를 충실히 지켜낼 때 민심은 되돌아 올 수 있다. 좌파의 쇠락과 우파정권의 득세가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 시대착오적이고 세계적 정치흐름에도 역행하는 좌파정권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한번으로 족하도록 해야 한다.

글 / 윤종근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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