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야당' 자유한국당, 여권의 화려한 새 출발 앞에서 '집안싸움'
당권놓고 계파싸움 우려…탈당파 복당문제 감정대립
"헤게모니 싸움 장기화시 내년 지방선거 장담 못해"
9년 2개월 만에 다시 제1 야당의 지위로 떨어진 자유한국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당은 94석(탈당파 13명 미포함)의 거대야당으로 미우나 고우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이자 국정파트너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첫날 첫 일정인 국립현충원 참배 직후 한국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최우선 일정으로 잡은 것도 이를 방증하는 모습이다.
11일 정치권에서는 향후 두 달간은 한국당의 앞날을 좌우할 주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대선 패배의 아픔을 빠른 시일 회복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 문재인 정부의 카운터 파트너의 입장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 직후부터 파열음이 새어 나오면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일괄 복당 지시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통령 후보의 당무우선권 발동이 발화점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벌였던 당내 갈등이 대선 패배 이후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이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에 제동을 꺼내든 건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다.
정 권한대행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전화통화에서 당무우선권을 활용해 일괄복당한 일을 두고 “홍 후보가 ‘그렇게 하면 지지를 더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지지율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고 판단했고, 실질적으로 지금도 제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홍 전 후보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많은 분들이 (홍 전 후보의 결정에) 오히려 유승민(바른정당) 후보 쪽에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마지막에 홍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된 요인 중 하나도 그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정 권한대행은 홍 전 후보의 당무우선권 발동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한 것을 알려졌다. 다만 대선 기간이었기 때문에 표정관리를 하다, 대선 직후인 전날 공식적으로 당무우선권 발동으로 결정한 내용에 대해 재논의 해야 한다고 논란의 불씨를 당긴 것이다.
홍 전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권한대행의 재논의에 대해 비판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홍 전 후보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보수·우파대통합은 국민들이 해줬다. 친노 폐족들이 다시 집권한 것은 그들은 철저히 이념집단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라며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철저히 지키는 보수우파의 정치이념으로 무장해야만 자유한국당의 재집권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권에 눈이 멀어 다시 한국당을 분열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옳지 않다”며 “소아를 버리고 대동단결해야 한다. 천하 대의를 따르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 권한대행과 친박계 의원들이 자신이 당무우선권으로 결정한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일괄 복당을 당권 경쟁에 걸림돌로 여기면서 반대하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이런 갈등은 당내 인선에서도 읽힌다.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이철우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직전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맹우 의원을 재임명하면서다.
당내 주요당직 중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을 맡는 곳간지기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당무의 전반적인 컨트롤타워로 복당에 관련한 사무도 총괄한다. 대선 기간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홍 후보와 동행했던 인물로 이 전 사무총장이었다. 복당과 관련한 주요 조율사항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 전 사무총장의 사의표명이 자의적인 판단보다는 당내 압박을 받아 사퇴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처럼 당내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여서 한국당의 향후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현 상황을 지켜볼 때 한국당 내부에서 갈등은 이미 시작됐고, 당권을 두고 친박과 비박 양측이 크게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은 한국당 심판했지만, 당권경쟁을 벌이는 등 자중지란을 보일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은 한국당을 외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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