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후 실수’ 테리, 첼시와 함께 한 22년 집약
8개월 만에 리그 경기 선발 출전 감격
득점과 실수 반복하며 22년의 시간 떠올려
득점의 기쁨도 테리는 곧바로 실수로 인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첼시와 함께 했던 22년의 세월이 불과 2분 만에 모두 집약된 듯 보였다.
첼시는 16일 오전 4시(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순연경기 왓포드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첼시는 5연승을 달리며 승점 90 고지를 밟았고, 홈팬들 앞에서 우승 기념 승리를 선물로 안겼다.
사실상 테리를 위한 경기였다. 지난 라운드에서 이미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첼시의 콘테 감독은 왓포드를 맞아 그간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선수들을 대거 출전 시켰고, 그 안에 원조 캡틴 테리도 포함됐다.
특히 테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22년 간 함께했던 첼시를 떠나겠다고 선언했기에 약 8개월 만에 선발로 나서 홈 팬들 앞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출발은 좋았다. 테리는 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선제골을 넣었다. 크로스가 날아오자 주마가 헤딩을 시도한 것이 테리의 등에 맞고 떨어졌고, 세컨볼을 넘어지면서 왼발로 마무리했다. 집념의 테리가 기록한 시즌 첫 골에 동료들 역시 모두 달려들어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테리는 불과 2분 만에 치명적인 헤딩 실수로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2분 전 환호했던 테리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이는 마치 테리가 첼시와 함께 한 세월을 집약해 놓은 듯 했다.
1995년 유스팀 선수로 첼시에 입단해 1998년 성인 무대에 데뷔한 테리는 22년 간 첼시에서만 뛰며 선수 생활의 커리어를 쌓았다.
이 기간 테리는 최고의 수비수로 명성을 떨치며 첼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4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기여하는 등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물론 굴곡과 시련의 시간도 있었다. 한 때 잉글랜드 대표팀 내에서 인종 차별 발언으로 주장 완장을 내려놓아야 했고, 전 동료의 애인과 불륜이 들통 나면서 요란했던 사생활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22년의 세월 동안 박수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테리는 자칫 첼시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에서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찬란했던 선수 생활의 종점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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