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찌질했다" 공감백배 '찌질의 역사'
김풍·심윤수 인기 웹툰 재구성, 대학로서 초연
안재승 연출 "온갖 찌질함의 종합선물세트"
"누구나 한 번쯤 사랑 앞에서 '찌질'해봤던 순간들이 있다."
8일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참석한 안재승 연출은 "사랑의 시작과 지속, 그리고 끝에는 용기가 필요한데 '찌질함'은 결국 용기가 없을 때 나타난다"며 "'찌질의 역사'는 용기가 없던 네 친구들이 보여주는 온갖 '찌질함'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김풍·심〮윤수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해 주목을 받은 '찌질의 역사'는 동명 웹툰의 시즌 1부터 3까지의 스토리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웹툰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완벽한 싱크로율의 배우들, 소극장을 감미롭게 감싸는 3인조 밴드 풍성한 사운드가 2시간을 촘촘하게 채운다.
무엇보다 90년대를 주름 잡았던 대중음악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답게 넘버들이 귀에 착착 감긴다. 3인조 밴드 토끼굴이 새롭게 해석한 90년대 히트곡들과 스토리가 잘 어우러지며 신선함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90년대 유행하던 스타크래프트나 88byte까지밖에 안 되는 문자 등이 영상을 통해 표현되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안재승 연출은 "시대적 향수를 느낄 수 있게끔 준비했다"며 "무대 안에서 사용하는 소품이나 영상으로 시대적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다. 이모티콘이나 뮤직비디오, 의상 같은 것들도 그 시대에서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90년대를 살아온 청춘들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객석을 꽉 매운 관객들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 서민기의 찌질한 행동에 야유를 보내고 한숨을 쉬다가도, 배우들의 열연에 폭소를 터뜨려 초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보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안재승 연출은 "찌질함을 드러내기 위해 배우의 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작품을 연출하는데 배우들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안재승 연출은 "원작 플롯 구성이 잘 구성돼 있는데 그걸 2시간으로 압축했다. 끊어진 부분이 많고 뮤지컬의 특성상 장면이 점프되는 부분이 많다. 배우들이 집중력 있게 찌질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에 몰입하고 편하게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서민기 역의 강영석, 박정원, 박시환은 각자 생각하는 '찌질'의 의미를 전했다.
강영석은 "원래 찌질한 사람은 아니다"라면서도 "민기를 당당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민기 자신은 찌질한 걸 몰라서 더 당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연기의 주안점을 밝혔다.
박정원은 찌질함은 진심에서 묻어 나온다며 "진실해질수록 찌질함이 더욱 묻어 나온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진실 되게 연기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 박시환은 두 배우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각자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가 나온 거 같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극했다.
세 배우 외에도 설하 역에 정재은과 김히어라, 권기혁 역에 송광일과 이휘종, 이광재 역에 황호진과 박수현, 노준석 역에 윤석현과 손유동 등이 출연한다. 대학로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룬 청춘 '찌질의 역사'는 8월 27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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