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해커 슬라이더, 초구 걸러라?
에릭 해커, 준PO 1차전서 7이닝 1실점 호투
롯데 타자들 섣불리 승부하다 초구에 아웃돼
롯데 타자들에게 NC 선발 해커의 초구 경계령이 떨어졌다.
롯데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17 KBO리그 포스트시즌’ NC와는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을 치른다.
앞선 4경기서 징검다리 승패를 나눠가진 두 팀은 박세웅(롯데)과 해커(NC)를 내세워 마지막 경기의 승자가 되겠다는 각오다.
일단 최대 변수는 날씨다. 현재 부산 지역에는 비와 함께 잔뜩 먹구름이 드리워져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는 이날 오후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비가 그쳐 경기를 치를 수 있다 해도 쌀쌀해진 날씨를 무시할 수 없다. 이날 부산의 최저기온은 섭씨 15도, 낮 최고기온 역시 19도로 다소 쌀쌀하다. 게다가 바람마저 불고 있어 수비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여기에 롯데 타자들은 1차전서 호투를 펼친 해커와 다시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해커는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7이닝동안 8피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친 바 있다.
특히 경기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날 해커는 철저하게 바깥쪽 승부를 펼쳤는데 스트라이크존을 절묘하게 비켜가는 볼배합으로 큰 재미를 봤다.
올 시즌 해커는 직구 구사율이 6.6%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140km 초반의 밋밋한 직구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약점을 지워줄 구질은 바로 슬라이더다. 해커는 올 시즌 슬라이더의 비중이 46.3%에 달할 정도로 휘어지는 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지도 않는다. 해커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52.7%에 불과했다. 볼 카운트를 최대한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다른 투수들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는 셈이다.
롯데 타자들은 지난 1차전에서 이 같은 투구 패턴에 알고도 속고 말았다. 사실 해커는 1차전에서 8개의 피안타와 3개의 사사구를 내줄 정도로 다소 고전한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7이닝까지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롯데 타자들의 성급한 승부 때문이었다.
해커와 마주한 32명의 타자 중 투구수 3개 이하의 승부는 무려 19번에 달했다. 여기에 초구에 배트를 내밀었던 타자도 6명이나 됐다. 즉, 롯데는 해커와 빠른 승부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해커의 초구 공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해커는 늘 하던 대로 바깥쪽으로 휘어져 떨어져지는 슬라이더를 던졌고 롯데 타자들이 속절없이 당하는 모양새였다. 그만큼 해커의 공은 위력적이었고, 두 번째 마주할 5차전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롯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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