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등급제 vs 외인보유한도, 빅딜 이뤄질까
구단과 선수협, 한 발짝씩 물러나면 대안 보여
지리한 행보를 보이던 프로야구 FA 시장이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8일 개장 이후 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에 잔류한 문규현(2년+1년 총액 10억 원)의 계약 이후 5일 만에 FA 대어로 꼽히던 황재균의 kt 이적 계약이 공식 발표됐다.
오랜 기간 꾸준히 출전해 일평생의 기회인 FA 자격을 취득하고도 글자 그대로 ‘자유롭게’ 이적하는 선수는 황재균과 같은 거물급을 제외하면 드물다. FA 대다수를 차지하는 준척급 FA는 보상 선수 부담으로 인해 타 구단으로의 이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KBO리그는 근본적으로 선수층이 얇다. 최근에는 보상 선수로 즉시 전력감보다는 유망주를 데려가는 추세라 구단들은 준척급 FA 영입을 더더욱 꺼리고 있다. FA로 영입한 선수보다 보상 선수가 맹활약을 펼치면 ‘부메랑 효과’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대다수 선수들을 위한 FA 등급제는 지난 몇 년 간 이때마다 대안으로 제시되어 왔다. FA 자격을 취득하기 직전 해의 연봉을 기준으로 특정 금액 이상일 경우 보상 선수가 발생하지만 이하일 경우에는 보상 선수가 불필요한 제도다. FA 이적의 최대 걸림돌인 보상 선수 제도를 과감히 축소하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FA 등급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구단들은 미온적이다. 각 구단들은 준척급 FA 계약에서 자신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우월적 지위를 포기하기를 원치 않는다.
KBO리그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이다. 현재 외국인 선수는 투수와 야수 중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은 채 3명을 보유한 가운데 경기 당 2명 출전이 가능하다. 시즌 중 외국인 선수 교체는 2명까지 가능하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는 1년 농사를 좌지우지한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는 보유 및 교체가 제한되어 있다.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으로 인해 각 구단들은 거액을 쏟아 부으며 좋은 선수 영입에 혈안이 되어 있다. 과거와 달리 KBO리그의 수준이 높아져 메이저리그의 경력이 풍부하거나 마이너리그에서 성공해도 한국 무대 안착을 장담할 수 없다.
KBO리그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해 일본프로야구와 경쟁하고 있으며 일부 메이저리그 구단은 이에 주목해 ‘이적료 장사’에 나서기도 한다. 외국인 선수 연봉이 실제 액수보다 축소 발표되고 있다는 것은 정설에 가깝다.
대안은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다. 현행 3명까지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5명까지 늘리되 1군 출전은 현재와 같이 3명 엔트리 등록, 2명 출전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각 구단들은 즉시 전력감 외국인 선수 외에도 2명 정도를 저렴한 연봉으로 영입해 2군에서 장기간 육성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의 육성이 가능하면 완성형 외국인 선수를 거액으로 데려와야 하는 투자비용 및 리스크 부담에서 한결 자유로워진다.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 규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은 선수협이다. 국내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출전 및 육성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 이유다.
그렇다면 구단이 미온적인 FA 등급제와 선수협이 반대하는 외국인 선수 규정 철폐를 ‘빅딜’로서 동시에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구단은 한 발 물러나 외국인 선수 보유를 늘리고 선수협도 한 발 물러나 FA 등급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선수의 자유로운 이동을 촉진하는 FA 등급제 도입과 리그 전체 가용 선수의 폭을 넓히는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 개정이 시급하다.
글: 이용선, 김정학 /정리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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