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성적표’ 맨유, 그리도 못마땅할까
퍼거슨 은퇴 후 최고 성적 기록 중
엄청난 이적료, 1위만을 바라는 팬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22경기에서 딱 3번 졌다. 14번을 이겼고, 5번을 비기면서 승점 47을 획득 중이다. 이는 알렉스 퍼거슨 경 은퇴 후 최고이다. 여기에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승점 15을 획득하며 조 1위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그런데 맨유를 향한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언론과 팬들은 조세 무리뉴 감독 특유의 수비 축구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이겨야 할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는 모습에 손가락질을 서슴지 않는다.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가 승승장구하는 것과 비교되면서 비판의 강도는 날로 거세진다.
현재 맨유가 당연히 1위를 내달려야 할 팀인지 의문이다. 10년 전, 맨유는 전성기 시절의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노련미가 더해진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 ‘살림꾼’ 박지성 등 세계 최정상급 전력을 구축했다. 팀을 이끄는 수장은 퍼거슨이었다. 2007-08시즌 이룬 ‘더블’(리그+UCL)은 크게 놀랍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다. 맨유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로파리그를 전전했던 중위권 팀이었다. 퍼거슨 경이 2012-13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2013-14시즌 데이비드 모예스가 이끌던 ‘디펜딩 챔피언’은 7위로 추락했다. 루니가 17골 10도움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지만, 그를 받쳐줄 선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2014-15시즌 지휘봉을 잡은 루이스 반할도 맨유를 살리지 못했다. 가까스로 리그 4위를 차지했지만, 우승팀 첼시와 승점 차가 무려 17에 달했다. 2015-16시즌에는 리그 5위에 머물며, UCL 티켓도 따내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영입한 앙헬 디마리아, 멤피스 데파이, 라다멜 팔카오 등 영입도 매번 실패했다.
맨유는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2016-17시즌부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리그 성적은 6위에 그쳤지만,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UCL 복귀에 성공했다. 더불어 커뮤니티 실드와 EFL컵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제외하면 두 자릿수 득점을 해준 선수가 없었지만, 실리적인 축구로 성과를 냈다.
올 시즌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재미없고 답답한 축구라 비판받지만,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EPL에서 2위에 올라있다. 16경기(리그+UCL) 무패를 내달리는 리버풀, EPL 디펜딩 챔피언 첼시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 38경기에서 54골을 넣는데 그쳤지만, 올 시즌 22경기를 치르며 45골을 기록하는 등 화력도 강해졌다.
맨유에는 양 측면 풀백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애슐리 영을 제외하면 측면을 휘저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헨리크 미키타리안은 EPL 적응에 실패했고, 후안 마타는 이전 같지 않다. 제시 린가드는 더 지켜봐야 한다. 폴 포그바도 들쑥날쑥한 경기력에서 탈피해 꾸준한 활약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지난 시즌보다 팀 성적이 좋다.
맨유를 향한 비판의 근거에는 투자 대비 성과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맨유는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선수단 재구성에 약 2억 8600만 파운드(약 4125억 원)를 쏟아 부었다. 적잖은 금액이 분명하다.
하지만 ‘1위’ 맨시티보다는 투자 금액이 적다. 호셉 과르디올라도 무리뉴 감독이 맨유 사령탑에 부임한 2016년 여름 맨시티 수장이 됐다. 이후 약 3억 8100만 파운드(약 5496억 원)를 지출했다. 존 스톤스와 카일 워커, 벤자민 멘디 등 수비진을 재정비하는 데만 무려 22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다.
“우리는 2년째 팀을 재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알다시피 우리 팀이 세계 최고의 팀 가운데 하나는 아니다. 맨시티는 스트라이커 가격에 풀백을 영입한다”라는 무리뉴의 외침이 괜한 푸념처럼 들리지 않는다. 정녕 현재의 맨유는 칭찬보다 비판이 어울리는 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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