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별세] 성공적인 계열분리...국내 기업 역사 새로 써
GS·LS·LIG, 57년간 동업 후 아름다운 결별
국내 기업간 동업 경영 이상적 모델 제시
GS·LS·LIG, 57년간 동업 후 아름다운 결별
국내 기업간 동업 경영 이상적 모델 제시
20일 별세한 구본무 LG 그룹 회장의 가장 큰 업적은 지난 2005년 단행된 안정적인 계열분리다. LG그룹에서 GS그룹, LS그룹 등을 분리하고 분할과 합병 등을 통해 현재의 전자·화학·통신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 1995년 2월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만 8년이 된 지난 2003년 LS그룹을 계열 분리했다. LG전선(현 LS전선)과 LG니꼬동제련(현 LS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현 E1), 극동도시가스(현 예스코) 등이 LS그룹의 모태가 됐으며 이듬해인 2004년 그룹 간판이 ‘LS그룹’으로 변경됐다.
이어 지난 2005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LG유통(현 GS리테일)·LG홈쇼핑(현 GS홈쇼핑)· GS스포츠 등 에너지 계열사 등을 분리독립시켰다. 이들 계열사들이 합쳐져 현재 GS그룹의 모태가 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1999년에는 구 회장의 조부인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이 그룹에서 분리된 LG화재를 모태로 LIG그룹으로 독립하기도 했다.
◆계열분리로 인한 사업 영역 축소에도 지속적 성장...글로벌 기업 도약
이처럼 구본무 회장은 창업 당시부터 3대에 걸쳐 57년간 지속돼 온 성공적인 동업을 잘 마무리하면서 국내 기업간 동업 경영의 이상적인 모델로 주목받으면서 기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구 회장은 계열분리로 인해 그룹의 전체적인 사업 영역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사업 영역 재편을 통해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
취임 이후 전자·화학·통신서비스 등 3대 핵심 사업군을 집중 육성하는 한편 배터리·유기발광다이오드(OLED)·자동차부품·에너지·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LG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는 그룹 계열 분리에도 불구하고 취임 당시 30조원대(1994년 말 기준)였던 그룹 매출이 지난 2017년 160조원대로 5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해외 매출이 약 10조원에서 약 110조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하며 글로벌 기업 도약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러한 성과는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며 미래를 위한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구 회장의 도전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LG와 재계의 평가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과감한 결단을 믿고 뚝심과 끈기있게 경영활동을 해 온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한 것이라는 평가다.
◆구본무 리더십 빛 발한 신성장 '배터리'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육성되고 있는 배터리 사업은 이러한 그의 리더십이 발현된 대표적인 사업이다.
구 회장이 부회장이던 1992년 연구개발(R&D)을 제안한 이후 시작된 배터리 사업은 20년이 넘는 연구개발 끝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치며 현재는 LG의 핵심 신성장사업이 됐다.
회장 취임 이듬해인 1996년 당시 계열사인 럭키금속 내 속해 있던 배터리 연구조직을 LG화학으로 이전해 R&D를 강화해 나갔다.
하지만 수년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사업에서 손실을 나고 한 발 앞서 나간 일본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그룹 내부에서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에 구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보다 길게 보고 R&D 투자에 보다 집중하는 등 뚝심경영을 발휘했다. 임직워들에게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하고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다독였다.
그 결과, LG화학은 중대형 이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1위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GM의 쉐보레 볼트에 공급한 것으로 시작으로 현재 현대기아차·포드·르노·상하이자동차·코로스·폴크스바겐그룹의 자회사 아우디에 등 30여개 이상 완성차 업체를 배터리 공급처로 확보하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가 계열분리로 그룹 규모가 줄어들 수 있었음에도 사업재편을 통해 높은 성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구본무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신성장 사업에도 과감하게 투자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한 것도 그의 대표적 성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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