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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되돌릴 수 있다? 없다?…문정인·해리스 '엇갈린 발언'


입력 2018.08.30 15:58 수정 2018.08.30 16:27        이배운 기자

국제법적 강제력 없지만 정치적·상징적 부담 위험 존재

한미 협상카드 열세…섣부른 보상 제공, 비핵화 거부 명분 될수도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종전선언은 되돌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이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가 한번 한 종전선언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것으로 종전선언의 주안점을 두고 의식차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최근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선언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지만,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그것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의 죽음을 제외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이같은 발언은 종전선언이 국제법적인 강제성·효력이 없다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북한이 핵합의를 번복하거나 한미에 무리한 요구조건을 제시한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선언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번 종전선언을 하면 후퇴할 수 없다"며 "초기 시점에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한미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이 검증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우리가 너무 빨리 가거나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했는데 결국 실패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만 혜택"이라고 지적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연합뉴스

종전선언이 불가역적이라는 해리스 대사의 주장은 종전선언을 선포하고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상징적 부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종전을 선언하거나 합의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협상 전술에 말렸다며 무능론이 불거지는 등 정치적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종전선언 철회에 따른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 및 외교적 정당성 약화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외교가는 종전선언이라는 주요한 협상카드를 섣불리 소진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측이 향후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밀어도 이에 대응할 수단이 없어지면서 북한이 이를 빌미로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하는 ‘과거의 실수’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구사항을 세세하게 쪼개 단계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펼치는 북한은 핵협상 카드로 동창리 발사대 폐기,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폐기,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폐기, 농축 우라늄시설 가동 중단·폐기, 핵무기 저장소 폐기 등을 쥐고 있다. 반면에 한미는 종전선언, 북미수교, 제재해제, 전략자산철수, 주한미군 감축 외 마땅히 내밀만한 카드가 없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의 비핵화를 강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언제든 핵도발이 재개될 수 있다”며 “실제로 중요한 것은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맺는 그 자체가 아니라 평화를 보장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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