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손흥민, 한일전 해결사로 직접 나설까
1경기만 더 이기면 대망의 금메달 획득
공격 도움 역할에 치중했던 손흥민
딱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목표로 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눈 앞에 왔다. 언제나 중요한 순간에 빛난 손흥민이 이번에는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1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운명의 일본전을 치른다.
한국은 조별리그를 2승 1패로 통과한 뒤 16강과 8강에서 최대 난적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격파했고, 4강에서는 박항서의 베트남 돌풍마저 잠재웠다.
이 과정에서 황의조는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6경기에서 무려 9골을 몰아쳤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모든 관심은 와일드카드 손흥민에게 집중됐다. 병역 면제가 걸려있는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의 금메달 획득 여부는 오히려 외신에서 크게 주목할 정도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기대만큼의 득점 소식을 전해주지 못했다. 5경기에서 1골이다. 약체 키르기스스탄전에서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린 것을 제외하면 토너먼트에서는 무득점에 머물렀다. 손흥민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성적표다. 하지만 무려 3개의 도움을 올렸다.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모든 팀들의 경계대상 1호였다. 상대로부터 거친 파울을 당하기 일쑤였고, 견제가 심했다. 이에 손흥민은 주연 대신 조연을 자처했다. 2선에서 연계 플레이와 패스 조율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
특히 수비 가담과 압박에 있어 동료들보다 더욱 적극적이다. 상황에 따라 깊은 지점까지 내려오며 윙백 못지않은 활동 반경을 보여줬다. 팀을 위해 많이 뛰고 헌신하며 주장으로서 솔선수범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평소 손흥민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이 슈팅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최종 선택지는 슈팅이 아닌 패스다. 손흥민의 발 끝에서 시작된 패스가 모두 황의조에 마무리로 연결됐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도움, 4강 베트남전에서 1도움을 올렸다.
이에 골 감각이 절정에 오른 황의조는 득점 역할에만 치중할 수 있게 됐다. 김학범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다소 어수선한 공격진의 밸런스는 손흥민의 이타적인 플레이와 헌신으로 교통 정리가 됐다.
그럼에도 손흥민의 한 방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언제나 큰 경기에서 강했기 때문이다. 2015 AFC 아시안컵 4강 우즈베키스탄전 멀티골을 비롯해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렸으며, 2014 브라질 월드컵 1골(알제리전), 2018 러시아 월드컵 2골(멕시코, 독일전) 등 중요할 때 언제나 손흥민이 중심에 서 있었다.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특유의 패싱 플레이 대신 수비에 중점을 두는 전술로 결승까지 올랐다. 공격력이 강한 한국전에서는 뒤로 움츠리는 전략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을 상대로 다소 고전한 바 있다.
그리고 일본은 오히려 9골로 득점 선두에 오른 황의조를 더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이 때 공간이 열리면 언제나 강력한 양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 수 있는 손흥민의 진가가 발휘된다.
다소 잠잠했던 손흥민이 운명의 일본전에서 해결사 역할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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