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문파 격돌임박-3]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당권 향배는?
정우택, 당권 도전 확실시 "움직임 활발…제일 열심히 한다"
당권가도의 '관문'은 충청권 교통정리·12월 원내대표 경선
추석연휴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 총사퇴가 전격 의결됐다. 당협에서 전당대회 대의원을 추천하기 때문에 당협위원장 재선정 과정은 필연적으로 당권 경쟁의 전초전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는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당내 각 세력의 물밑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당권주자와 원내대표 후보군을 중심으로 '헤쳐모여'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각 세력의 향배를 짚어본다.
5대문파 격돌임박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당권 향배는③
"한국당을 이 지경으로 망가지게 만든 것은 모두 친박(친박근혜)·친이(친이명박) 계파 싸움"이라며 현재 분열과 갈등의 근원을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는 생각이 당내에 널리 퍼져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친이계 이방호 사무총장이 주도했던 18대 총선 '친박 학살', 2012년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집도한 19대 총선 '친이 학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저지른 20대 총선 '비박 학살'까지 최근 10년간 세 차례 총선에서 줄을 제대로 서지 못하면 목이 날아가는 흉흉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
18대 총선부터 요행히 빠짐없이 줄을 잘 서 내리 당선됐다고 하면 벌써 3선이다. 3선 이하의 자유한국당 의원은 모두 친박·비박의 계파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그 이전부터 보수 정당에서 정치를 해왔던 '보수 본류'에서 당권주자를 찾는다면, 정우택 전 원내대표의 활발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1953년생으로 올해 65세다. 4선 의원에 장관·도지사·원내대표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이가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다. 같은 충북의 4선 의원인 변재일·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전 대표보다 정치를 늦게 시작했는데도 나이는 더 많다.
정 전 대표가 더 많은 경력을 거치고도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은 이유는 정치를 일찍 시작했기 때문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부처에서 엘리트 관료 생활을 순탄히 해오다, 부친 정운갑 전 의원의 유지를 잇기 위해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충북 진천·음성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나이가 39세였다. 3당 통일국민당 공천으로 부친의 고향인 충북 진천에서 거대 양당 민자당·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최다 득표를 하는 파란을 일으켰으나, 인구가 더 많고 연고가 없던 음성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고배를 마셨다.
절치부심한 정 전 대표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자민련 후보로 출마해 당당히 당선되며 원내에 첫 발을 디뎠다. 2000년 재선된 뒤에는 자민련 몫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2001년 장관을 지낼 때 나이가 48세로, 이 때부터 이미 충청권의 '40대 기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결같이 "정우택 움직임 활발…제일 열심히 한다"
권력의지와 안정성이 강점 "대표되면 잘하실 것"
이후 충북도지사에 당선되며 중앙행정에 이어 지방행정 경험까지 쌓았다. 원숙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6년에는 '충청대망론'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이해 9월에 싱크탱크 '더좋은나라 전략연구소'를 창립했는데, 창립세미나는 흡사 대선 출정식장 같았다.
사회를 맡은 정용기 의원이 정 전 대표를 "중부권 대망론의 중심"이라 소개했으며, 축사하러 온 서청원 의원이 "큰그림 그리는 거 아니냐, 심상치 않다"고 분위기에 놀랄 정도였다. 정 전 대표도 훗날 사석에서 "당시에는 실제로 큰 뜻이 있었다"고 술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 탄핵 정국이 시작되며 당이 풍비박산 위기에 처하자, 대권의 뜻을 접고 원내대표로 선회했다. 정 전 대표는 "당시에는 당이 사람으로 치면 심정지라, 내 뜻을 먼저 내세울 상황이 아니었다"며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삼고초려로 모셔와 심폐소생술을 해서 당을 살려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당대표를 빼고는 다 해봤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당의 차기 당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모든 정치권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정우택 대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제일 열심히 다닌다더라"고 입을 모은다.
부산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곳 부산에서까지 요즘 우리 (당협)위원장에게 '정우택 대표와 함께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돌아다닌다"며 "부산이 이 정도니 정 대표 연고지인 충청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전 대표의 강점은 본인의 활발한 움직임과 확실한 권력의지, 그리고 안정된 모습이다. 한국당 의원들에게 물어보면 정 전 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나 당선가능성을 떠나 "정우택 대표가 당대표를 한다면 잘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다.
지금보다 당이 훨씬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 있었던 탄핵 의결 직후의 지난해 1월에도, 어찌됐든 당대표권한대행을 맡아 당이 토붕와해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냈다.
지금 당이 처한 위기는 그 때에 비하면 심각하지 않고, 어찌 보면 바닥을 쳤기 때문에, 계파색이 옅고 '자기 사람 꽂는 정치'를 해오지 않았던 정 전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통합 분위기로 추스를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관측도 나온다.
확실한 '정우택 사람'은 누구? 물음표 달린 勢
충청권 교통정리·원내대표 경선이 당권 관문
당권으로 가는 길목의 마지막 관문은 세(勢)다. 정 전 대표는 정치를 해오면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했고, 자민련에 몸담았으니 이제는 사라진 단어인 청구동계와도 연관이 있다. 그런데 이 기반에서의 입지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청 정치권에는 정 전 대표와 정진석 전 원내대표,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여러 지도급 인사들이 있다. 충청권 지역 정가의 핵심관계자는 "이들은 모두 한때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함께 자민련에 몸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도, 서로가 서로를 맏형으로 인정치 않는 분위기"라며 "충청이 갈라져 나오면 다 망하는데, 교통정리가 될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도급 인사들만 갈라져 있는 게 아니라, 충청권의 초·재선 의원들도 각자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어 누구 하나를 밀어줄 분위기가 아니다. 지역 관계자는 "예컨데 충청권 재선 A의원은 김태호 전 최고위원이 전당대회에 나서면 그와 확실히 함께 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세(勢) 조직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원내대표 시절에 원내대표단을 구성했던 의원들을 봐도 '이 사람은 확실하게 '정우택 사람'이다' 싶은 의원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정 전 대표가 그런 정치를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당대회라는 큰 승부를 앞에 두고서는 약점이 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이 리셋돼, '물갈이' 위협에 노출된 원외당협위원장들이 필사적으로 '동아줄'을 찾고 있지만 '정우택 대표에게 줄을 서면 나를 살려주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는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지방조직이 개편되면 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으로 "정우택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1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치력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자신에게 우호적인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켜야 큰 뜻을 현실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점쳤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