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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리거 아닌 퍼거슨? 극강 하빕 누가 꺾나


입력 2018.10.08 07:35 수정 2018.10.09 09:4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맥그리거,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하빕에 완패

수 차례 매치업 성사됐던 퍼거슨 카드 '만지작'

하빕과 맥그리거의 맞대결은 일방적 양상으로 전개됐다. ⓒ 게티이미지

UFC 라이트급 챔피언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의 기세가 무섭다.

무패 파이터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누르마고메도프는 7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서 있었던 UFC 229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또다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를 4라운드 2분 3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꺾고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전체적 밸런스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방을 갖춘 맥그리거임을 감안했을 때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였다. 워낙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맥그리거인지라 특유의 왼손 카운터가 터진다면 승부는 어찌될지 몰랐다.

누르마고메도프는 그러한 이변의 가능성마저도 잠재워버렸다. 맥그리거는 준비를 잘하고 나온 듯 예상보다 테이크다운 방어나 클린치 싸움을 잘해냈다. 누르마고메도프가 막무가내로 그래플링 싸움을 고집하고 테이크다운을 남발했다면, 맥그리거에게 카운터 타이밍을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파워 그래플러 스타일의 누르마고메도프는 경기를 치를수록 스탠딩 타격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맥그리거 전에서도 출중한 스탠딩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맥그리거의 왼쪽으로 부지런히 돌며 왼손 카운터에 철저히 대비했고 서로 펀치가 오가는 상황에서도 큰 공격을 잘 흘려냈다.

오히려 테이크다운 페이크를 주면서 묵직한 라이트 펀치를 명중시키는 등 타격전에서도 맥그리거를 당황시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맥그리거는 테이크다운 뿐 아니라 타격에도 신경을 써야했고 그 순간 빠르고 묵직한 태클이 들어갔다.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던 만큼 누르마고메도프가 단연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맥그리거는 하빕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 게티이미지

명분이 떨어지는 맥그리거와의 이른 재대결

이제 팬들의 관심사는 '누가 누르마고메도프를 잡을 수 있느냐'다. 단순한 도전자 후보야 얼마든지 있겠지만 흥행 매치가 성사되려면 흥미를 끌만한 매치업이 만들어져야한다. 맥그리거마저 어렵지 않게 제압하며 극강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누르마고메도프인만큼 그를 위협할 상대가 아니라면 대진의 무게감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맥그리거와의 재대결은 당장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맥그리거는 벌써부터 재대결을 원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접전도 아니고 도전자 위치에서 전 방위로 무너진 터라 명분이 떨어진다.

맥그리거는 자신이 챔피언에 위치에 있으면서 페더급, 라이트급 랭킹구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전과가 있다. 맥그리거의 '나몰라 외도'와 '대전 골라먹기'로 인해 무수한 상위 랭커들이 피해를 봤다. 그러한 상황에서 또다시 맥그리거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면 다른 파이터들 입장에서 크게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떨어진 팬들의 신뢰는 더욱 급락할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주최 측에서 흥행카드 맥그리거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해도 처참하게 패한 상황에서까지 그를 챙겨준다면 타 선수들의 박탈감은 극에 달할 것이 분명하다. 종합격투계의 '넘버1'을 자처하는 UFC 입장에서 스스로 제살 깎아먹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맥그리거가 진정으로 누르마고메도프에 대한 복수전을 원한다면 2경기 정도 확실하게 보여준 다음 타이틀매치를 외쳐야할 수순을 밟아야 한다. 만약 적극적으로 맥그리거가 경기에 임한다면 저스틴 게이치(29·미국), 에드손 바르보자(32·브라질) 등과의 흥미로운 매치도 기대된다. 맥그리거가 열심히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라이트급은 더더욱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진흙탕 싸움의 퍼거슨, 하빕 잡을 마지막 카드?

현재 누르마고메도프의 대항마가 될 선수로는 체급 내 '넘버2' 레슬러로 불리는 케빈 리(26·미국),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4·미국) 등이 있다. 특히 퍼거슨같은 경우, 맥그리거 카드가 나오기 이전부터 여러 차례 매치업이 만들어졌던 만큼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기량과 상품성 등에서 충분히 누르마고메도프와 팽팽한 대립각을 이룰만하다.

문제는 데이나 화이트 대표의 마음이다. 실질적인 체급 내 양 강으로 평가받던 누르마고메도프와 퍼거슨은 맞대결은 결정 난 상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합을 펑크낸 바 있다.

최근에도 누르마고메도프의 감량 후 실신, 퍼거슨의 어이없는 부상 등으로 경기가 날아간지라 양선수의 매치업을 보는 팬들의 시선이 싸늘했다. 참다못한 화이트 대표 역시 "앞으로 두 선수의 대결은 없을 것이다"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토니 퍼거슨은 하빕의 좋은 상대가 될 수 있다. ⓒ 게티이미지

하지만 프로는 비지니스다.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실천하는 인물 또한 화이트 대표다. 맥그리거에 대한 지나친 편애 역시 그러한 부분에서 나왔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만큼 맥그리거 카드를 당장 내어놓기 힘들어진다면 미우나 고우나 퍼거슨을 밀 수 밖에 없다.

리의 경우는 상품성, 인기 등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그나마 누르마고메도프와 정면으로 레슬링 맞대결을 펼칠 선수이기는 하지만 체력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노련한 경기운영, 타격과의 연계기술 등에서 완성되지 못했다는 혹평을 듣고 있어 실제 경기가 펼쳐진다면 잡아먹힐 공산이 크다.

많은 이들이 퍼거슨을 누르마고메도프의 대항마로 꼽는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의외성'이다. 퍼거슨은 쉽게 견적을 내기 힘든 선수다. 강한 것은 분명하지만 타격의 맥그리거, 그래플링의 누르마고메도프처럼 파이팅 스타일이 딱 정해져있지 않다.

스탠딩, 그라운드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 유형이다. 때문에 맞춤형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고 실제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많이 연출한다. 무엇보다 맷집, 체력 등이 매우 좋은지라 처음에 밀리는 듯 하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흐름을 뒤집어버리기 일쑤다.

이제껏 충분히 증명되었다시피 누르마고메도프는 깔끔하게 잡아내기 어려운 유형의 선수다. 레슬링 싸움은 사실상 동체급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며 맥그리거, 바르보자 등 출중한 타격가들도 제대로 충격을 줄만한 한방을 꽂아 넣지 못했다. 차라리 퍼거슨처럼 신장과 리치를 살려 변칙적으로 두들기는 스타일이 난적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퍼거슨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그는 상대의 레슬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본인이 레슬링이 특출 나거나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탁월한 것은 아니지만 주짓수를 바탕으로 한 하위대처가 좋아 장기적인 그래플링 공방전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초중반 테이크다운을 허용하더라도 하위포지션에서 끈질기게 반항을 계속하면 점차적으로 퍼거슨이 누르마고메도프를 잠식시켜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워레슬러 리가 바로 퍼거슨에게 그런 패턴으로 당했다.

과연 극강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누르마고메도프의 다음 도전자는 누가 될 것인지, 점점 뜨거워지는 라이트급 구도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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